뭉클
감정의 정원 서쪽 끝,
완만한 언덕이 펼쳐져 있습니다.
하루가 저물 무렵이면,
주황빛과 분홍빛이 뒤섞여,
하늘 전체가 따뜻한 물감으로 물들어요.
바람은 부드럽게 풀잎을 쓰다듬고,
저 멀리 지평선 너머로,
해가 천천히 내려앉습니다.
그곳엔 작은 씨앗들이
흙 속에 조용히 잠들어 있어요.
겨울을 견디고,
봄을 기다리며
언젠가 피어날 꽃을 꿈꾸며.
그 사이, 작은 정령이 살아갑니다.
이름은 온누리.
석양을 닮은 아이는
하루의 끝을 지켜보며,
지나간 시간들을 품고,
다가올 내일을 기다립니다.
슬픔의 파란빛도,
기쁨의 노란빛도 아닌,
그 모든 색이 섞인 석양빛으로.
어느 날, 한 아이가 언덕을 찾아왔어요.
발걸음은 무거웠고,
어깨엔 보이지 않는 짐이 실려 있었죠.
"저는… 이상해요.
오늘 나쁜 일이 있었던 건 아닌데,
왠지 울컥해요.
누군가 따뜻하게 대해주면,
참았던 모든 게 터질 것 같아요.
이게 뭔가요?"
온누리는 한참을 그 아이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석양빛을 머금은 작은 씨앗 하나를 건넸어요.
"뭉클함은 말이야,
여러 계절이 한꺼번에 찾아오는 순간이란다.
추웠던 겨울의 기억과,
따뜻한 봄의 약속이,
석양빛처럼 섞여,
가슴 한켠을 물들이는 거야."
아이는 그 씨앗을 손바닥에 올려놓았습니다.
작고 단단했어요.
하지만 그 안에,
무언가 살아 숨 쉬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문득, 떠올랐습니다.
버스에서 할머니께 자리를 양보했을 때.
"고맙다, 착한 아이구나."
그 한마디에,
갑자기 코끝이 찡해졌던 순간.
왜였을까요?
아마도 그 목소리가,
돌아가신 할머니를 닮아서.
아마도 요즘 너무 지쳐서,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무너질 것 같은 마음을
간신히 붙잡아 줘서.
퇴근길, 아파트 앞 골목에서.
길고양이가 다가와,
발목에 몸을 비볐습니다.
쓰다듬어 주는데,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았어요.
이 작은 생명도,
나처럼 오늘 하루를 견뎠구나.
이 작은 생명도,
누군가의 따뜻함을 바라고 있구나.
우리는 다르지 않구나.
엄마가 보낸 문자 메시지.
"밥은 먹었니?"
"오늘 날씨 추운데 따뜻하게 입어라."
"무리하지 마."
평소 같으면 그냥 넘겼을 메시지인데,
오늘따라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아, 나는 여전히,
누군가의 걱정을 받는 사람이구나.
혼자라고 생각했는데,
혼자가 아니었구나.
오래된 일기장을 펼쳤을 때.
10년 전,
스무 살의 나.
"오늘도 힘들었다.
하지만 내일은 나아질 거야."
그렇게 써놓았더군요.
그 아이는 몰랐겠죠.
정말로 나아질 거라는 걸.
힘들었지만,
여기까지 왔다는 걸.
그 아이에게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응, 나아졌어.
네가 버텨줘서 고마워."
그때, 가슴속 깊은 곳에서
따뜻한 무언가가 차올랐습니다.
석양이 지평선을 물들이듯,
천천히, 조용히,
마음 전체를 감싸왔어요.
온누리가 속삭였습니다.
"뭉클함은 말이야,
여러 시간이 겹치는 순간이야.
과거의 아픔과,
현재의 따뜻함과,
미래의 희망이,
석양빛처럼 한데 섞여,
네 가슴을 물들이는 거란다.
슬프지만 아름다운,
아프지만 따뜻한,
외롭지만 연결된,
그런 순간이지."
아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제 알 것 같았어요.
왜 작은 친절에도 눈물이 날 것 같았는지.
왜 따뜻한 말 한마디에 무너질 것 같았는지.
그건 약해서가 아니었어요.
그건 살아있어서였어요.
느낄 수 있어서.
기억할 수 있어서.
연결될 수 있어서.
온누리가 말했습니다.
"뭉클할 때는 말이야,
그 순간을 그냥 느껴도 돼.
'왜 이러지?' 묻지 않아도 돼.
'이상한 건가?'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냥,
석양을 바라보듯,
조용히 받아들이면 돼.
모든 색이 섞인 그 빛을,
네 가슴에 품으면 돼.
그것이 살아있다는 증거니까.
사랑했고, 사랑받았고,
앞으로도 사랑할 수 있다는 증거니까."
아이는 언덕을 내려가며,
한 번 더 뒤돌아보았습니다.
석양은 더 깊게 물들어,
하늘 전체가 불타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곧 어둠이 올 것이고,
내일이면 다시 해가 뜰 것입니다.
끝인 것 같지만,
또 다른 시작.
가라앉는 것 같지만,
채워지는 순간.
뭉클함도 그런 것 같았어요.
슬픔의 끝자락에서,
희망이 시작되는 순간.
그날 밤,
아이는 침대에 누워,
손바닥의 씨앗을 바라보았습니다.
작고 단단한 씨앗.
하지만 그 안에는,
봄이 들어 있었습니다.
가슴속에도,
작은 씨앗이 심어진 것 같았어요.
오늘의 뭉클함이,
내일의 꽃이 될,
그런 씨앗.
[감정 루틴 한 줄]
오늘 하루를 돌아보며,
누군가의 작은 친절 하나를 떠올려 보세요.
그때 가슴이 따뜻해진다면,
그것이 뭉클함입니다.
그 순간을 가슴에 심으세요.
언젠가 꽃이 될 씨앗으로.
[감정 편지 한 줄]
"뭉클함은 여러 시간이 겹치는 순간이야.
힘들었던 과거와,
따뜻한 현재와,
희망하는 미래가,
석양빛처럼 한데 섞여,
네 가슴을 물들이는 거야.
슬프지만 아름다운,
그 모든 색을 받아들여도 괜찮아."
[온누리의 속삭임]
"뭉클할 때는,
그냥 느껴.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받지 못해도,
괜찮아.
석양을 보는 사람마다,
다른 색을 보듯,
뭉클함도 네게만 보이는,
네만의 색이 있으니까.
그 색을 가슴에 품고,
천천히 숨 쉬어.
오늘도 수고했어.
내일도, 괜찮을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