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와 가짜
종종 오일파스텔로 바다그리는 걸 좋아한다.
오일파스텔 특유의 질감과 부드러운 텍스쳐가 그릴 때 기분이 좋고 쓱쓱 그리고 손가락이나 면봉으로 번지게만들어 나오는 오묘한 색감이 정말 예쁘기 때문이다.
최근 주말에 겨울바다를 그렸다. 칠흙 같은 밤 바다를 바라보면 까만 하늘에 은은하게 비추어 출렁이는 바다의 윤슬과 그 물결 사이사이 보이는 바닷속을 살짝씩 보여주고 싶어 나름대로 표현한다고 해봤는데,
생각보다 맘에드는 결과물이 나온 것 같다.
다 그리고 제미나이에 이 그림을 움직이게 해줘! 라고하니까
파도치는 바다의 모습을 근사하게 만들어줬다.
정말 정말 신기했다. 한 편, 우리는 앞으로 진짜를 보고도 이게 진짠가? 가짠가? 의심하게되는 시기에 와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든 생각한 걸 바로바로 눈앞에서 만들어 볼 수 있는 신기하고 흥미롭고 재미있는, 놀라운 세상인 반면에 진짜인지 가짜인지, 무엇으로 그걸 구분하고 구별하게 될 것인가에 대한 생각과,
과연 우리는 무엇을 믿고 살아가게 될 까? 라는 생각이 교차해져 갔다.
변화하는 시대에 ai 1세대로 살아가는 것에대한 무게인지는 모르겠지만, 손으로 뚝딱뚝딱 조물조물 만드는일을 했던 나로서는 마우스로 딸 깍 하는 그 기술들이 처음엔 너무나도 신기하고 흥미로웠다.
하지만 여러번을 사용해보고 느낀건, 결국이건 예쁜 포장지를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라는 결론을 얻게되었다.
잘 만든 이미지나 그림은 누구나 언제나 가볍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걸 누가 왜 어떤이유에서 만들었고 그걸 어디에 쓸 것이고 어떤 감정을갖게되는가,
그 과정의 이야기,그 서사만은 진짜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어릴 때부터 수많은 설화나 이야기를 들으며 살아왔다.
그게 진짜인지는 가짜인지는 모른다. 수많은 전해져오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해주는 옛날이야기들을 들으며,
반짝이는 꿈과 희망, 그리고 설렘과 두려움을 배우고 자라왔다.
그건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우리는 개개인이 가지고있는 징크스나 왜인지모르는 느낌, 우리개개인이 가진 이야기들은 매일 새롭게 태어나고 기억되고 기록되어진다.
결국 진짜는 "생기"있는 것, 생명력을 가진 무언가 라는 생각을 한다.
수없이 쏟아지는 것들사이에서 생명력을 갖게되는것이 무엇일까? 지금도 일분 일초 지나가는 시간들중에 내게 생기를 일으키고 동기를 일으키는 것이 무엇일까?
나는 오늘 점심을 먹고 걷는중에 맞이했던 따듯한 햇살이었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20분 걸었던 그 시간이 나머지 오후시간의 에너지를 이어갈 수있는 양분이자 생명력을 가져다 준 것 같다.
어쩌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건, 진짜와 가짜를 가르는 건 대단한 차이가 아닐 지도 모른다.
의미는 사람이 만들어 가는 것이고, 그렇기에 더더 욱 아름다운 의미와 믿음을 심고 가꿔가는것이,
오늘의 생기이자, 내일의 희망이 될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