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배신
1주일 후, 서울 인천공항
"히말라야는 어땠어?"
민혜 선배가 공항에서 세 사람을 맞이했다.
"정말 힘들었지만... 많이 배웠어요."
강설이 피곤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특히 나 자신에 대해서요."
"그래? 다행이네."
민혜가 미소지었지만, 뭔가 어색해 보였다.
"선배, 괜찮으세요?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
"응? 아, 요즘 좀 바빠서."
민혜가 얼른 주제를 바꿨다.
"다음 성역은 언제 가?"
"2주 후에 알래스카로 갈 예정이에요."
린이 대답했다.
"그 전에 중간고사도 봐야 하고..."
"아, 맞다. 중간고사!"
강설이 깜짝 놀랐다.
"완전히 잊고 있었어요!"
히말라야에서의 강렬한 경험 때문에 대학생이라는 현실을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이다.
3일 후, 서울대학교
"설아! 어디 갔다 왔어?"
유진이 달려와서 강설을 껴안았다.
"한 달이나 연락 두절이었잖아!"
"미안해. 네팔은 인터넷이 잘 안 되더라."
강설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야."
유진이 강설을 자세히 보더니 말했다.
"그런데 뭔가 달라졌어. 더 성숙해진 느낌?"
"그래?"
"응. 눈빛이 다르달까... 뭔가 깊어진 것 같아."
유진의 말이 맞았다. 히말라야에서 자신의 두려움을 마주한 후, 강설은 확실히 변했다.
"유진아."
강설이 진지하게 말했다.
"나중에 너한테 꼭 해야 할 얘기가 있어."
"무슨 얘기?"
"지금은 못 말하지만... 곧 다 얘기해줄게. 약속해."
유진이 강설의 손을 잡았다.
"알았어. 기다릴게. 하지만 너무 늦지는 마."
그날 저녁, 설화회 서울 지부
긴급 회의가 소집됐다.
"심각한 문제가 생겼어."
설악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다른 지부에서 이상한 움직임이 포착됐어."
"무슨 움직임이요?"
무극이 물었다.
"일부 설화회 멤버들이 혼돈교단 잔당과 접촉하고 있어."
"뭐라고요?"
강설이 놀랐다.
"설화회 멤버가요?"
"그래. 정확히는 부산 지부와 대구 지부 일부 멤버들이야."
설악이 파일을 펼쳤다.
"이들은 무극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어."
"나 때문인가요?"
무극이 죄책감을 느끼며 물었다.
"그렇다고 볼 수 있지."
할머니가 말했다.
"100년간 혼돈교단과 싸워온 사람들이야. 갑자기 교주가 설화회에 합류했다고 하니 받아들이기 힘든 거지."
"이해해요."
무극이 고개를 숙였다.
"내가 저지른 일을 생각하면 당연한 반응이에요."
"하지만 문제는..."
설악이 계속 말했다.
"이들이 단순히 반대하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방해하려 한다는 거야."
"어떻게요?"
린이 물었다.
"알래스카 성역으로 가는 걸 막으려고 해."
설악이 지도를 펼쳤다.
"정보에 따르면 이들이 데날리 성역 근처에 매복하고 있대."
"그럼 어떻게 하죠?"
강설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일단 더 조사해야 해."
할머니가 말했다.
"누가 배후인지 확인하고, 설득할 수 있는지 봐야지."
그때 민혜가 조용히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강설이 그것을 눈치챘다.
"선배, 어디 가세요?"
"화장실. 금방 올게."
민혜가 서둘러 나갔다.
회의실 밖, 복도
민혜가 복도 구석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네, 저예요."
─ 회의 내용 파악했나?
"네. 알래스카 계획을 눈치챈 것 같아요."
─ 상관없어. 어차피 막을 수 없으니까.
"하지만..."
─ 너무 걱정하지 마. 우리가 하는 일이 옳은 일이야.
"알겠어요."
민혜가 전화를 끊고 한숨을 쉬었다. 그녀의 얼굴에 갈등이 역력했다.
3일 후, 한강공원
"린,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강설이 훈련 중에 물었다.
"뭐가?"
"민혜 선배요. 요즘 너무 피곤해 보이고, 우리를 피하는 것 같아요."
"나도 느꼈어."
린이 심각하게 말했다.
"사실 며칠 전에 이상한 걸 봤어."
"뭘요?"
"민혜 선배가 낯선 사람과 카페에서 만나는 걸 봤어. 그 사람의 기운이... 혼돈교단 같았어."
"설마..."
강설이 믿고 싶지 않았다.
"민혜 선배가 배신자일 리 없어요."
"나도 그랬으면 좋겠어. 하지만..."
린이 망설이다가 말했다.
"확인해봐야 할 것 같아."
그날 밤, 민혜의 집 근처
강설과 린이 조심스럽게 민혜를 미행했다.
"이러는 게 맞나?"
강설이 죄책감을 느꼈다.
"선배를 의심하는 것 같아서 싫어."
"나도. 하지만 확인하지 않으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민혜가 어두운 골목으로 들어갔다. 거기서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혼돈교단!"
강설이 작게 중얼거렸다.
"보고는?"
검은 옷 남자가 물었다.
"알래스카로 2주 후에 출발해요."
민혜가 대답했다.
"루트는?"
"앵커리지 경유해서 데날리로 갈 거예요."
강설과 린이 서로를 바라봤다. 믿고 싶지 않았지만, 증거가 명확했다.
민혜가 정말 배신자였다.
"충분해. 잘했어."
검은 옷 남자가 민혜의 어깨를 두드렸다.
"보상은?"
"약속대로 네 동생은 치료받을 수 있을 거야."
"정말이죠?"
민혜의 목소리가 떨렸다.
"혼돈의 힘으로 불치병도 고칠 수 있어."
강설이 깨달았다. 민혜는 단순한 배신자가 아니었다. 동생을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협력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하지?"
린이 물었다.
"당장 가서 따지면?"
"안 돼요."
강설이 말했다.
"먼저 민혜 선배의 사정을 알아야 해요."
다음날, 카페
"선배,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어요?"
강설이 민혜를 카페로 불렀다.
"무슨 일이야?"
민혜가 긴장한 표정으로 물었다.
"솔직하게 물어볼게요."
강설이 민혜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혼돈교단과 접촉하고 있죠?"
민혜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어떻게..."
"어젯밤에 봤어요."
린이 말했다.
"왜 그러는 거예요? 우리가 동료인데."
민혜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미안해...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무슨 일이에요?"
강설이 부드럽게 물었다.
"동생이... 백혈병이야."
민혜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의사들은 희망이 없다고 했어. 하지만 혼돈교단에서 치료할 수 있다고 했어."
"그래서 우리 정보를 넘긴 거예요?"
"미안해!"
민혜가 고개를 숙였다.
"너무 미안해. 하지만 동생을... 동생만은 살려야 해!"
강설과 린이 서로를 바라봤다.
"선배."
강설이 민혜의 손을 잡았다.
"혼돈교단의 말을 믿으면 안 돼요."
"하지만..."
"그들은 거짓말하고 있어요. 치료해줄 생각이 없어요."
린이 말했다.
"단지 선배를 이용하는 거예요."
"그럼 난 어떻게 해야 하는데!"
민혜가 울부짖었다.
"동생을 그냥 죽게 둬야 해?"
"아니요."
강설이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가 도와줄게요."
"뭐?"
"프로스트 만다라의 힘으로 동생을 치료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강설이 자신 있게 말했다.
"히말라야에서 치유의 힘도 배웠거든요."
"정말?"
민혜의 눈에 희망이 피어올랐다.
"하지만 확실하지 않아..."
"시도는 해볼 수 있어요."
린이 말했다.
"그리고 설화회 전체가 도울 거예요."
민혜가 강설을 껴안으며 울기 시작했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
"하지만 조건이 있어요."
강설이 말했다.
"혼돈교단에 거짓 정보를 흘려야 해요."
"거짓 정보?"
"네. 우리가 알래스카에 간다고 했지만, 사실은 다른 곳으로 갈 거예요."
린이 설명했다.
"혼돈교단을 함정에 빠뜨리는 거죠."
민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내가 할게."
일주일 후, 병원
"정말... 나았어?"
민혜의 동생 민준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몸을 만져봤다.
"검사 결과가 깨끗해요."
의사가 놀라며 말했다.
"기적이에요. 백혈병이 완전히 사라졌어요."
강설이 며칠 동안 매일 병원에 와서 치유 만다라를 사용한 결과였다.
"설아야, 정말 고마워."
민혜가 강설의 손을 꼭 잡았다.
"네가 아니었으면..."
"괜찮아요. 우리 동료잖아요."
강설이 미소지었다.
"이제 혼돈교단한테 마지막 거짓 정보를 흘려주세요."
"응. 알겠어."
그날 밤, 설화회 서울 지부
"작전 성공이야."
설악이 만족스럽게 말했다.
"혼돈교단이 알래스카 데날리에 전력을 집중하고 있어."
"그럼 우리는?"
무극이 물었다.
"시베리아 우랄 산맥으로 간다."
할머니가 지도를 펼쳤다.
"네 번째 성역이지."
"민혜를 미끼로 쓴 건 미안하지만..."
설악이 말했다.
"이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야."
"저는 괜찮아요."
민혜가 말했다.
"오히려 제가 저지른 실수를 만회할 기회예요."
"고마워, 선배."
강설이 민혜를 껴안았다.
"우리 끝까지 함께해요."
"응!"
다음날, 인천공항
"시베리아라니... 춥겠다."
린이 두꺼운 코트를 입으며 말했다.
"알래스카보다 더 추울 거야."
무극이 웃었다.
"하지만 내 고향이니까 괜찮아."
"무극의 고향이요?"
"응. 100년간 살았던 곳이거든."
강설이 무극의 손을 잡았다.
"함께 가요. 과거와 화해하러."
세 사람이 출국장으로 향했다.
새로운 모험이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