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유리온실을 발견한 날

— 은의 이야기

by 시더로즈




— 은의 이야기






그 골목은 분명 어제까지 없었다.

은은 늘 같은 길로 퇴근했다. 횡단보도를 건너고, 편의점을 지나고, 오래된 세탁소 앞에서 왼쪽으로 꺾는다. 삼 년째 같은 길. 눈을 감고도 걸을 수 있는 길. 그런데 오늘따라 세탁소와 꽃집 사이에, 사람 하나 겨우 지나갈 만한 틈이 보였다.


가지 말아야 할 것 같았다. 모르는 길은 언제나 은을 불안하게 만들었으니까.

하지만 그 틈 사이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초록도 아니고 금색도 아닌, 이른 아침 이불 속으로 스며드는 햇살 같은 빛. 은은 자신도 모르게 한 발을 내디뎠다.

골목은 생각보다 짧았다. 열다섯 걸음쯤 걸었을까. 좁은 통로가 끝나는 곳에, 유리온실이 하나 서 있었다.

은은 숨을 멈췄다.


온실은 작았다. 은의 원룸보다도 작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안에는 세상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것들이 있었다. 이름 모를 풀들이 유리벽을 따라 조용히 숨을 쉬고, 천장에서는 이슬인지 빛인지 모를 것들이 천천히 내려앉고 있었다. 공기는 축축하면서도 따뜻했다. 마치 누군가 방금 울고 난 뒤의 방 같은 온도.

은은 문을 열었다. 잠겨 있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서자 유리 벽 너머의 소음이 사라졌다. 차 소리도, 누군가의 통화 소리도, 저녁을 재촉하는 도시의 빠른 맥박도. 은의 귀에 남은 것은 자신의 숨소리뿐이었다.


오랜만이었다. 이렇게 조용한 곳은.

은은 회사에서 늘 이어폰을 끼고 다녔다. 음악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세상의 소리가 너무 많아서였다. 키보드 소리, 형광등 소리, 누군가의 한숨, 복도에서 웃는 소리, 그 모든 것이 은의 안쪽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마치 피부가 한 겹 벗겨진 채로 사는 것 같다고, 은은 종종 생각했다.


그래서였을까. 이 유리온실의 고요함이, 은에게는 처음 마시는 깨끗한 물 같았다.

온실 한가운데에 낡은 나무 탁자가 하나 있었고, 그 위에 작은 화분이 놓여 있었다. 흙은 마른 것도 젖은 것도 아닌 묘한 상태였고, 그 안에 무언가의 씨앗이 반쯤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아주 작고, 둥글고, 희미하게 빛나는 씨앗.


은은 손을 뻗었다. 씨앗에 손끝이 닿는 순간, 가슴 안쪽에서 무언가 물렁하게 움직였다. 놀라움이 아니었다. 슬픔도 아니었다. 오래전에 잃어버린 줄 알았던 어떤 감정. 이름을 붙이자면 — 아마도 그것은, 돌봄이었다.

무언가를 돌보고 싶다는 마음.

은은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씨앗은 은의 손끝 아래에서, 아주 미세하게, 숨을 쉬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은은 골목을 다시 찾으려 했다. 하지만 세탁소와 꽃집 사이의 틈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불안하지 않았다. 은은 자기 안 어딘가에, 유리온실의 축축하고 따뜻한 공기가 아직 남아 있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날 밤, 은은 오랜만에 꿈을 꾸었다.

유리온실 안에서 작은 씨앗이 눈을 뜨는 꿈.


다음 화 — 「이름 없는 씨앗」 셀리의 이야기




"누군가에게 발견된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종류의 빛입니다."


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