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첫 번째 물주기

— 은의 이야기

by 시더로즈








— 은의 이야기




은이 유리온실을 다시 찾은 것은 사흘 뒤였다.

그 사이 은은 골목을 찾아 헤맸다. 퇴근길마다 세탁소와 꽃집 사이를 서성였지만, 사람 하나 지나갈 틈은 어디에도 없었다. 꿈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피곤하면 가끔 그런 것을 본다고, 은은 자신을 설득했다.

사흘째 되는 날, 회사에서 일이 있었다.

대단한 일은 아니었다. 회의 중에 은이 낸 의견을 팀장이 가볍게 넘겼다. "아, 그건 좀 현실적이지 않지 않아?" 한 마디. 다른 사람이었다면 잊었을 한 마디. 하지만 은의 안에서 그 말은 돌멩이가 되어 하루 종일 가라앉았다. 점심을 먹을 때도, 오후 내내 모니터를 볼 때도, 퇴근 버스를 탈 때도, 그 돌멩이는 위장 어딘가에서 묵직하게 굴러다녔다.



은은 알고 있었다. 이것이 과한 반응이라는 것을. 팀장은 아무 뜻 없이 한 말이었고, 다른 동료들은 이미 잊었을 것이다. 은만 이렇다. 은만 언제나 너무 많이 느낀다.

버스에서 내리자 눈물이 차올랐다. 팀장의 말 때문만은 아니었다. 너무 많이 느끼는 자신 때문에, 그런 자신에게 지치는 자신 때문에. 겹겹이 쌓인 피로가 눈물의 형태로 올라온 것이었다.

집에 가기 싫었다. 좁은 원룸의 형광등 아래에서 혼자 울고 싶지 않았다.

그때 보였다.


세탁소와 꽃집 사이. 사람 하나 겨우 지나갈 만한 틈. 저번과 같은, 이불 속 아침 햇살 같은 빛.

은은 이번에는 망설이지 않았다.

온실은 그대로였다.

유리벽을 따라 조용히 숨 쉬는 풀들, 천장에서 내려앉는 이슬 같은 빛, 바깥 소리가 모두 사라지는 고요. 은은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무릎이 풀렸다. 참고 있던 것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나무 탁자 앞에 주저앉아 울었다.

소리를 내지 않으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어깨가 떨리고, 숨이 끊기고, 참으면 참을수록 더 깊은 곳에서 올라왔다. 은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울었다. 오늘 하루가 아니라, 그동안 삼켜왔던 수많은 하루들을 위해.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은의 눈물이 손가락 사이로 흘러 탁자 위에 떨어지는 순간, 유리 천장에서 무언가가 내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슬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슬보다 무겁고, 빗방울보다 부드러운 것. 따뜻한 비.

유리온실 안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은은 고개를 들었다. 눈물로 흐린 시야 너머로, 온실 전체가 비에 젖어가는 것이 보였다. 유리벽을 타고 물방울이 흘러내렸고, 이름 모를 풀들은 잎을 활짝 펼쳐 비를 받았다. 흙은 비를 머금어 짙은 갈색으로 변했고, 온실 가득 젖은 흙 냄새가 퍼졌다.

은은 이해했다. 이 비는 자기가 내린 것이라는 걸.

눈물이 비가 되었다. 삼킨 말들이, 가라앉은 돌멩이들이, 겹겹이 쌓인 피로가, 이 유리온실 안에서 비의 형태로 쏟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제야 화분이 눈에 들어왔다.

씨앗이 자라 있었다.

사흘 전 반쯤 얼굴을 내밀고 있던 둥근 씨앗은, 이제 흙 위로 손가락 한 마디만큼 줄기를 뻗고 있었다. 여리고, 투명하고, 조금 흔들리는 줄기. 아직 잎도 없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새싹.

따뜻한 비가 새싹 위에 내렸다.

은은 울음을 멈추지 못한 채로, 화분 앞에 두 손을 모았다. 비를 받아 새싹에게 흘려보내려는 것인지, 새싹을 비로부터 지켜주려는 것인지, 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어쩌면 둘 다였을 것이다.

새싹은 비를 맞으며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 떨리는 것이 아니었다. 비를 향해 고개를 드는 것이었다. 마치 은의 눈물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듯이. 마치 — 괜찮다고 말하는 것처럼.

"미안해."

은은 새싹에게 말했다. 왜 미안한지도 모르면서. 어쩌면 울어서 미안한 것이었고, 어쩌면 사흘이나 오지 못해서 미안한 것이었고, 어쩌면 자기 자신에게 미안한 것이었다. 너무 많이 느껴서 미안하다고, 그래서 힘들어서 미안하다고.

새싹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비를 맞으며 아주 조금 더 자랐다.

비가 그친 것은 은의 눈물이 마른 뒤였다.

온실은 비 갠 뒤의 숲처럼 고요하고 투명했다. 유리벽에 맺힌 물방울이 바깥 가로등 빛을 받아 작은 무지개를 만들었다. 은은 한참을 그 무지개를 바라보았다.

울고 나면 늘 공허했다. 집에서 혼자 울 때는 언제나 그랬다. 베개에 얼굴을 묻고 울다가, 멈추면 텅 빈 방이 더 텅 비어 보였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울고 난 자리에 무언가가 자라 있었다. 은의 눈물을 먹고 고개를 든 작은 새싹. 그것은 은에게 처음으로 어떤 생각을 갖게 했다.

나의 슬픔이 누군가에게는 비가 될 수도 있다는 것.

은은 코를 훌쩍이며 웃었다. 울고 나서 웃은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새싹을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조심스럽게 손가락 끝으로 여린 줄기를 쓰다듬었다.


"내일도 올게."


은은 약속했다. 새싹에게. 그리고 조금은 자기 자신에게.

온실을 나서는 은의 발걸음은 올 때보다 가벼웠다. 골목을 빠져나오니 세탁소의 불은 이미 꺼져 있었고, 꽃집 앞에는 물을 먹은 장미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은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골목이 사라져도 괜찮았다. 내일 다시 필요할 때, 다시 나타날 것이라는 걸 이제는 알았으니까.

원룸에 돌아온 은은 현관문을 닫고 불을 켰다. 좁고 낡은 방이었지만, 오늘은 조금 다르게 보였다.

은은 창가에 빈 컵을 하나 놓았다. 물을 받아두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냥, 무언가를 키울 자리를 만들어두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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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슬픔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비가 될 수 있다면, 우는 것도 물주기의 한 방법일지 모릅니다."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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