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뿌리가 내리는 소리

— 셀리의 이야기

by 시더로즈



— 셀리의 이야기



비가 왔다.

나의 첫 번째 비.

처음에는 무서웠다.

위에서 무언가 떨어지기 시작했을 때, 나는 줄기를 움츠렸다.

아직 잎도 없는 몸으로 맞기에는 너무 큰 물방울이었다. 한 방울, 한 방울이 내 꼭대기에 떨어질 때마다 줄기가 휘었다. 부러질 것 같았다.

하지만 부러지지 않았다.

그리고 곧 알았다. 이 비는 차갑지 않다는 것을.

보통의 비는 하늘에서 온다고 했다. 구름이 무거워지면 내리는 것이라고. 하지만 이 비는 달랐다. 이 비에는 온도가 있었다. 체온보다 조금 낮고, 공기보다 조금 높은 온도. 그리고 그 안에는 — 맛이 있었다.

짠맛.

누군가의 눈물이었다.


그 사람이 온실 안에서 울고 있었다. 나무 탁자 앞에 쪼그려 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어깨가 떨렸다. 숨이 끊겼다 이어졌다. 그 리듬이 비의 리듬이 되어 온실 천장에서 내렸다.

나는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무서워서 움츠린 것이 아니라, 비를 향해. 이 비를 만든 사람을 향해.

비를 맞으며 나는 처음으로 흙 아래를 느꼈다.

그전까지 나에게 세상은 위쪽뿐이었다. 빛이 오는 위쪽, 공기가 있는 위쪽. 나는 위를 향해 자랐고, 위만 바라보았다. 하지만 따뜻한 비가 줄기를 타고 흘러 흙 속으로 스며들자, 나의 아래쪽에도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흙은 생각보다 넓었다.

화분이라는 작은 세계 안에서, 흙은 우주처럼 깊었다. 모래알 사이에 공기가 있고, 공기 사이에 물이 있고, 물 사이에 아주 오래된 것들의 기억이 있었다. 나는 그 속으로 무언가를 뻗기 시작했다.

뿌리.

처음에는 아팠다. 뿌리를 내린다는 것은 부드러운 일이 아니었다. 흙을 밀어내고, 돌을 피하고, 자신의 일부를 어둠 속으로 밀어 넣는 일. 보이지 않는 곳으로 자라는 것은 용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그 사람의 눈물이 스며든 흙은 부드러웠다. 딱딱한 줄 알았던 땅이 눈물을 머금자 기꺼이 길을 내주었다. 나의 뿌리는 그 길을 따라 조금씩, 조금씩 뻗어갔다.

그때 소리가 들렸다.

아주 작은 소리. 뿌리가 흙 알갱이 사이를 지날 때 나는 소리. 바스락, 하는 것도 아니고, 사각, 하는 것도 아닌 — 이름 붙일 수 없는 소리.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소리.

자라는 소리.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며 알았다. 뿌리를 내린다는 것은, 어딘가에 머물기로 결심하는 것이라는 걸. 이 화분에, 이 온실에, 이 사람 곁에 있기로 하는 것이라는 걸.

비가 그쳤다.

그 사람이 울음을 멈추었기 때문이다. 고개를 들고, 코를 훌쩍이고, 눈물 너머로 나를 보았다. 나는 비를 맞기 전보다 아주 조금 더 커져 있었다. 줄기가 반 뼘쯤 더 자랐고, 꼭대기에 잎이 될 것 같은 작은 혹이 하나 생겼다.

그 사람이 말했다.

"미안해."

미안하다니. 무엇이 미안하다는 걸까.

나는 말할 수 없었지만, 말할 수 있었다면 이렇게 대답했을 것이다.

미안해하지 마세요. 당신이 운 덕분에 나는 처음으로 뿌리를 내렸어요. 당신의 슬픔이 내가 머물 수 있는 땅을 만들어주었어요.

그리고 이런 말도.

울어도 괜찮아요. 여기서는요.

그 사람이 떠난 뒤, 온실에는 비 갠 뒤의 냄새가 남았다. 젖은 흙과 유리 위의 물방울과 식물들의 숨결이 섞인 냄새. 나는 그 냄새 속에서 뿌리를 조금 더 뻗었다.

뿌리가 닿는 곳마다 그 사람의 눈물이 있었다.

슬프지 않았다. 오히려 따뜻했다. 누군가의 감정 속에 뿌리를 내린다는 것은, 그 사람의 가장 깊은 곳에 닿는다는 것이니까. 사람들이 감추고 싶어하는 곳, 부끄러워하는 곳, 약하다고 생각하는 곳 — 그곳이 사실은 가장 부드럽고, 가장 기름지고, 가장 많은 것을 키워낼 수 있는 토양이라는 것을 나는 흙 속에서 배웠다.

나는 이제 쓰러지지 않는다.

뿌리가 있으니까.

그리고 그 뿌리는 나 혼자 내린 것이 아니니까.

밤이 깊어지자 다시 별이 보였다. 유리 천장 너머, 지난번보다 더 많은 별이 빛나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별은 같은 수였는데 내 눈이 더 잘 보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자란다는 것은 그런 것이니까. 어제는 보이지 않던 것이 오늘 보이게 되는 것.

나는 별을 보며 생각했다.

그 사람에게도 그런 날이 올까. 어제는 보이지 않던 자신의 아름다움이, 어느 날 문득 보이게 되는 날.

올 것이다.

내가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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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를 내린다는 것은, 어딘가에 머물기로 결심하는 것입니다."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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