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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커밍제인 Jul 22. 2024

LIFE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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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베이비 박스라고 하는 시설에서 미혼모를 위한 키트 만들기로 

내가 한 일은 아기에게 필요한 분유를 담는 일이었다. 

지금 활동하고 있는 봉사단체에서는 그 봉사지에서 하는 봉사가 마지막 날이라서

다른 날보다 더 열심히 사람들이랑 협력해서 봉사활동을 하고 왔다.

봉사가 끝나고 그곳에서 관리하시는 분에게 베이비박스에 대한 이야기와 그 시설에서 다루는 일들에 대해서

좀 더 디테일하게 들을 수 있었다.

베이비박스라고 하면, 잘 모르는 사람들은 엄마가 아이를 낳아서 박스에 버리고 가는 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보통은 아이를 낳고 힘들게 그 주변을 배회하다가 망설이는 아이엄마를 안으로 모셔서,

상담을 진행하고 아이를 시설에 보내는 방식으로 일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같은 여자로서 그곳에 아이를 보낸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거기까지 오게 되었고,

10달 동안 배에 아이를 품고 있으면서도, 홀로 얼마나 고통스럽고 두려운 마음이었을 까 하는 

슬픔과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사람이 태어나는 일은 기적 같은 일이고, 생명은 누구에게나 가치 있는 것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한 순간의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두 사람이 선택한 행동에 의해 생긴 아이는,

준비되지 않은 부모에겐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한순간에 사랑이었던 감정은 남성에겐 책임지고 싶어지지 않는 짐이 돼서 여자를 떠나고,

여자는 혼자남아 아이를 품고 10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불안감과 상처를 안고 홀로 아이를 낳아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는 게 베이비박스에 오는 사람들이 겪는 일이라고 한다.


나는 그 이야기를 한동안 듣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책임이 없는 관계는 어디서든 누군가의 희생을 필요하게 되는구나와 아직까지도 대한민국엔 몸만 큰 어른들이 많다는 슬픈 마음과 같은 여자로서 그 사람들의 마음의 상처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화가면서도 슬펐다.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봉사활동을 왜 해요?" 나는 근데 그 말에 진심으로 대답할 수가 없었다.

상대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은 마음의 보람,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한 부분 그저 따스한 마음만이 있을 것 같은 봉사지에는 삶에서 간과할 수 없는 문제와 비극적인 현실을 마주해야 하고, 나는 그걸 눈앞에서 바라보고 이런 문제들이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님을 느껴서 더더 욱 봉사활동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사람과 사람이 홀로 서지 못했을 때, 세상이라는 곳에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가치 있고 행복한 일이지만

그것을 잘 보살피고 책임지지 못하고 도망치게 되면, 비극적인 문제들이 계속해서 마주해야 한다는 걸 더더욱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인생이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일이 아니면 그저 좋게만 볼 수 있고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게 되지만,

내 일이고 나의 문제로 닥치게 된다면, 그 일은 아주 비극적이고 고통스럽게 된다.

나는 어떤 현상을 바라볼 때, 사회문제나 사람 간에 관계에서도 이런 것을 외면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이라는 말, 너무나도 이기적이고

모순적인 말이다. 하지만 인생사, 나에게 그런 고통과 비극이 오지 않을 거라는 법이 없고,

타인의 고통을 너무나도 쉽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기쁘고 재미있고 행복하게 사는 일도 중요하지만, 사람답게 살기 위해선,

최소한의 책임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함을 아주 깊고 심오하게 다시 한번 느낀다.


그리고 그 책임의 무게를 너무 가벼이 여기는 사람과의 관계는 절대 가까이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몸만 큰 어른은 어른이 아니다. 사람 간의 예의와 최소한의 책임을 이해하는 사람만이

한 사람으로서 존중받을 가치가 생기는 것이다. 부디, 그로 인해서 상처받는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줄어들길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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