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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커밍제인 Jul 1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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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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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벌레의 탄생 그리고 고치의 과정을 지나서 나비가 되는 과정을 "성장"이라고 한다.

종종 길을 걷다가, 우연히 쫒는 나비의 등장은 신비롭기도, 설레기도 한다.

나비는 자유롭고 아름다운 존재다. 그리고 종종 신은 나비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신호를 주기도 한다고 한다.

나는 그래서 나비를 좋아한다.




비가 와서 오랜만에 "아이비 - 이럴 거면"이라는 노래를 들었다.

이 노래는 내가 처음으로 중학생 때 오디션을 봤던 노래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고, 

그땐 내가 생각해도 노래를 잘하지 못했고, 너무 창피하고 부끄럽지만

지금은 추억으로 남아서 이야깃거리의 소재가 되었다.

중학생 때 내가 좋아하던 친구가 어릴 때부터 연예계생활을 하고, 어릴 때 가수로 데뷔했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내가 봤던 여자 중, 가장 예쁜 친구였다. 예쁜 이목구비에,

마음씨도, 성격도 지금생각해 보면 소탈하고 천사 같은 친구였다.


우연히 그 친구랑 친해진 계기로 같이 어울리면서, 그 친구에게 춤도 배우고 같이 축제에도 나가고

내가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는 걸 아는 그 친구는 오디션 나가는 나에게 친히 노래도 알려주었다.

그땐 난 노래하는 걸 좋아하고, 반짝이는 그 친구가 부러웠지만 나의 노래실력은 내가 기대한 만큼 미치지 못했었다. 낯가림도 많이 타고, 목에 힘을 주고 부르다 보니, 감정도 실지 못하고 내가 생각하기엔 형편없는 수준이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친구도 노래를 물 흐르듯 편안하게 불렀던 것 같다.

우리가 흔히들 여운이 남는 가수들의 노래를 들으면 듣기에 편안하고, 쉽게 부르는 것처럼 보이는 게

노래를 잘하는 건데 난 너무 잘하고 싶고, 나의 부족함에만 집중한 나머지

오디션에서도 엄청나게 떨고, 제대로 노래하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그 이후로 내 마음속 가수의 꿈은 미련 없이 접었다. 나는 노래를 그리 잘하는 편이 아니구나,

춤은 노력하고 연습하면 되던데, 노래는 힘을 주고 잘하려고 할수록 더 부자연스러워지는 것 같았다.


그 이후로 나는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취미로 하고, 나는 일상에서도 허밍을 달고 산다.

매일매일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가사를 느끼고,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어떤 창법을 쓰나 섬세하게 듣는다.

그래서일까, 지금은 그때처럼 노래 부르는 게 부자연스럽지 않다.

잘하려고 보다 즐겁고 재미있게, 내 목소리로 부르다 보니 내가 그렇게 하려고 해도 안되던 그 자연스러운 노래가 이제는 되는 게 정말 신기했다.


어릴 땐, 어른들이 하는 것들이 쉬워 보이는 데 막상 어른이 되고 나면 그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된다. 왜냐하면 무언가 쉬워 보인다는 건 그 사람이 그걸 몸에 익히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체득했다는 뜻이라서, 세상에 무엇하나 그냥 되는 일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그렇게 잘하고 싶었던 노래는, 잘하려고 하지 않고 그냥 즐겁게 행복하게

좋아하는 만큼 부르니까 이제는 내가 들어도 편안할 만큼 긴장하지 않으면서 노래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이런 모든 것들이 "성장"의 단계라고 생각한다. 


좋아서든, 내가 무언가 원해서든 잘하고 싶어서 시작하는 열정적인 상태를 지나서

나의 부족함과 모자람을 깨닫고, 남들이랑 비교되는 나를 바라보면서 고독하고 정체된 시간을 지나

어느 센가 가랑비에 옷 젖듯이 자연스럽게 편안해지고, 체득되어 잘하게 되는 자연스러움,


기어 다니는 애벌레에서 답답한 고치의 시간을 지나 아름답고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나비처럼

아름답게 살아가길 바란다.  오랜만에 나비처럼 아름다웠던 그 친구가 생각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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