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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커밍제인 Jul 2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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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활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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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눈물이 많다. 종종 노래를 듣다가, 영화를 보다가도 감정의 스위치를 누르는 부분을 만나면

꼭 한 번씩은 울고 나온다.

어릴 땐 가슴이 너무 답답한 날 이불속에 숨어서 내 안에 있는 걸 모두 다 쏟아낼 정도로 울고 나면

마음이 한 결 편안해 지곤 했다.



눈물은 벅차도록 기쁜 날에도, 슬픈 날에도, 누군가가 너무나도 그리운 날에도 흐른다.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몸에 있는 눈물의 양이 많은가 보다 생각한 적이 많았다.


그런 내가 눈물이 나오지 않았던 적이 한번 있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날, 복받쳐 울어야 함에도 눈물은 나지 않고 오히려 감정의 출입구가 막힌 듯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았다. 장례식장에 찾아온 친구들을 맞이할 때도,

찾아온 친구들에게 고맙고 감사한마음이 들고, 내 슬픈 모습에 친구들의 마음이 무거워질 까

좀 더 의연한 모습으로 맞이할 수 있었다.

이상하게 그땐 할머니의 얼굴도 생각나지 않고, 눈물도 나지 않고 아무런 감정을 느낄 수가 없었다.

슬픔을 받아들일 시간이 내게는 많이 필요했었나 보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런 것 같다.


어디선가 들었는데, 누군가 하늘나라로 떠나갈 때, 떠나는 사람은 남은 사람들을 위해

그 사람의 얼굴도 좋은 기억도 잠시 기억나지 않게 한다고 한다. 남은 사람들이 너무 큰 상실감을 느끼지 않도록, 남은 생을 좀 더 웃으며 보내고 오도록, 그런 아름다운 배려를 해준다고 한다.

할머니도 남은 우리들을 위해 기억 속에서 잠시 지워주셨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종종 너무나도 아프고 힘겨운 날, 꿈속에서 누구보다 인자한 얼굴로 나타나서 너무 행복한 순간을 

선물해 주고 가신다. 그래서 난 너무나도 위태로운 날, 할머니를 보러 납골당에 찾아가기도 하고

그렇게 견디곤 한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 파울료코엘료 님의 "마법의 순간"에 나오는 말이다.

눈물은 영혼을 씻어내는 비누입니다. 난 이 말을 너무나도 좋아한다.

눈물이 나는 일은, 슬픔의 증거이기도 하지만 건강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나의 감정이 있는 그대로 드러나고, 건강하게 표현되는 일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고

사람에게 슬픔과 기쁨 아픔의 순간들은 수레바퀴처럼 돌아오기 때문이다.


난 그래서 종종 슬픈 날, 가슴이 먹먹한 날 일부러 슬픈 영 화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을 찾아본다.

마음껏 울고 나면 마음에 있는 감정의 잔여물들이 씻겨져 나가는 느낌이라서

한 결 후련해지곤 한다.


그리고 슬픈 날, 종종 평소엔 기억하려 해도 잘 기억나지 않는 할머니의 모습이 꿈에 나오는 게

내 마음에 포근한 위로가 되기도 하니까, 슬픔이 꼭 나쁜 일만은 아닌 것 같다.


누군가의 기억 저 편, 그리운 사람의 사랑과 마음이 시간이 지나서

이런 슬픈 날 따스한 위로가 되기에, 버티고 살아갈 수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눈물은 영혼을 씻어내는 비누입니다. 이 말은 참, 고맙고 따스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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