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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커밍제인 Aug 0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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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습 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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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난, 정리정돈을 너무나도 못했던 아이였다.

욕심도 많고 갖고 싶은 것도 많고, 식탐도 많았다.

그래서 쓴 물건을 제자리에 놓을 줄 모르고, 여기저기 아무 데나 두어서,

종종 자주 혼나곤 했었다.


길 가다가 쓰레기를 버려야 하는데, 쓰레기통이 안 보일 때 가방에 하나 둘 버려서

내 핸드백이 온통 쓰레기로 가득 찬 적도 많고, 20대 초반에는 너무 정리정돈이 안 되는 나를 보고

엄마는 자주 화를 냈고, 한 번은 내 가방을 통째로 버린 적도 있다.


나는 나의 이런 습관들이 나를 굉장히 불편하게 하고, 나의 단점인지 몰랐는데

혼자 사무실을 쓰고, 창업을 해서 혼자일을 하고, 혼자 살아가면서

정리정돈을 못하는 게 너무나도 경제적이지 못하고, 마음을 늘 혼란스럽게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조만간 이사를 간다.

그래서 버릴 것을 하나둘 모아서 버렸다.

아직 한 달여간 시간이 남았는데 이사 가기 전까지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해서

하루에 75L 쓰레기봉투 하나씩을 버리기로 다짐했다.


안 쓰는 물건들을 하나 둘 버리다 보니, 이렇게 구분하고 버리고, 정리하는 것들이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가

문득 생각했다. 어릴 땐, 갖고 싶은 걸 갖고 사고 채우고, 누군가를 만나고 알아가고

그렇게 맺어가는 것만이 설레고 좋은 건 줄 알았는데, 모든 건 다 때가 있고

그때 필요를 다하면 물건은 제때제때 정리해야 하고, 오래 쓸 수 있다면

제 자리에 두어, 필요할 때 언제든 다시 찾아 쓸 수 있어야 한다.


난 왜 그런 생각을 한 번도 하지 못했을 까? 문득 생각했다.

오늘도 75L 한 봉지 가득 쓰지 않고 둔 내 물건이지만, 쓰지 않으니 쓰레기가 된 물건들을 버렸다.

이렇게 하나 둘 버리고 나니 공간이 생기고, 정리해 나가는 게 없어지는 게 아니라

마음이 한 결 가벼워지고,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습관이라는 게, 이렇게 일상 속에 스며들어서 사람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 같다.

점점 시간이 지나가고 한 살 두 살 먹어가면서, 내게 무엇이 필요하고, 필요하지 않은 가에 대해서

좀 더 숙고하며 생각하게 된다.

물건도, 그리고 내가 일이나 사람을 만날 때 중요하게 해야 하는 것을 선택할 때도,

무엇이 내게 필요하고, 무엇을 정리해야 하는지, 이제는 좀 명확하게 구분해서

정돈하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한 달 후면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간다. 늘 새 출발은 설레고 두근거린다.

그리고 지금, 나는 내게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가장 안 좋은 습관 중 하나인,

정리정돈을 못하는 것을 조금씩 개선해 나가고 있다.

나다워진다는 건, 외부에 의해서 휩쓸려 중요한 것을 모른 체하지 않고,

내게 중요한 것을 먼저 챙기고, 내가 어려워하는 것을 먼저 알아주고 하나 둘 정리해 나가며

다듬어 나가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새로운 집에선 좀 더 정돈된 모습으로 살아갈 나의 모습을 기대하면서,

앞으론 내게 더 유익한 습관을 많이 들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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