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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확행 Nov 17. 2023

모두 시엄마 덕분이라는 희나작가 이야기

Ep. 2  희나 작가 데뷔 비하인드 스토리


"2028년이면 이런 교통체증은 없을 줄 알았어요. 하늘을 나는 택시는 이미 상용화되고도 남았을 시절이라고 상상했었는데 "

예상은 했지만 언제나 반갑지 않은 맨해튼의 교통체증에 내가 더 미안한 마음이 든다.

"맨해튼의 옐로캡이 하늘을 날아다닌다고 생각을 하니 더 정신이 없을 것 같아요 하하."

빽빽한 고층건물 하늘이 택시로 뒤덮인다? 아니지 그건 아니지. 희나 작가의 말이 백번 맞다.



테이블 세팅에 정신이 팔린 수아 작가와 가을 작가는 우리가 작업실 문을 열고 들어왔는데도 뒤돌아 보지 않는다.

"희나 작가님 오셨습니다!"

나의 기척에 그제야 두 사람은 토끼눈을 하고 우리를 맞이한다.

"꺄악! 어서 오세요. 너무 반가워요!"

처음 얼굴을 보는 사람과 이렇게 반갑게 인사할 수 있냐고? 물론 그럴 수 있다. 우리는 이미 글로 만난 사이니.

 




"언제 이걸 다 준비하셨어요? 너무 수고하신 것 같은데"

손을 씻고 나온 희나 작가가 미안한 마음에 테이블 옆에 선다.

"딜리버리랑 픽업은 제가, 플레이팅은 수아 작가님께서!"

신남으로 가득 찬 가을 작가가 와인잔을 가져온다. 아일랜드 식탁에서 와인 오프너를 힘차게 돌리는 수아 작가는 어서 앉으라는 눈빛을 보낸다.



식사 시간 내내 웃음이 넘치는 대화가 끊이질 않는다. 아이 공부 이야기, 남편 흉보기, 시댁 험담 따위는 우리 대화 주제가 될 수 없다. 그런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없다. 어느 작가를 좋아하는지, 어떤 작가를 알게 되었는지, 어떤 책과 영화를 보고 읽었는지, 어디를 여행했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글 쓰기가 여전히 얼마나 어렵고 힘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가 나에게 어떤 기쁨을 주고, 어떤 의미가 되는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모자라다.

@unspalsh




"저는 저희 시어머니 덕분에 글 쓰는 사람이 되었어요. 저희 어머니도 작가시거든요."

"와! 희나 작가님. 고부가 모두 작가라니"

비어버린 희나 작가 잔에 로제 와인을 따르며 수아 작가가 신기해한다.


"혹시 '국민시엄니'라는 작가님 아세요?"

알다마다! 2028년 상반기 최고의 브런치 화제작 <나는 시엄마입니다>의 작가님 아니신가. 주로 며느리들이 '화자'였던 고부갈등 관련 에세이 분야에 혜성같이 나타난 국민시엄니 작가. 아들놈들과 며늘년들에게는 차마 드러내지 못했던, 시어머니로서 겪는 부담감과 불편함, 애환과 어려움을 실감 나게 풀어내어 발행 1주 만에 다음 메인화면을 장식하였다. 솔직함, 우아함, 유쾌함 3종 콤보로 중무장된 문체와, 60대만이 가질 수 있는 깊이 있는 시선으로 풀어낸 글들은 대한민국의 많은 현역 시엄마, 예비 시엄마, 전직 머느리와 현역 며느리까지 브런치 플랫폼으로 끌어드렸다. 그 글을 찾아낸 브런치 담당자는 내년에 분명히 차 바꾼다.   



발행되는 모든 글에는 엄청난 수의 라이킷과 함께 <댓글 달러 브런치 가입했습니다>라는 글들이 어렵지 않게 발견되었다. 초반 댓글들은 예상대로 시엄마들과 며느리들의 대결 양상을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곧 '며느리가 부담스러운 제 마음을 어찌 이렇게 잘 표현하셨는지요!' '며느리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용기를 내야겠다'는 시어머니들의 고백이 터져 나왔다. 이에 질세라 '시어머니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나쁜 며늘년 여기 또 있습니다.' '시엄마 사랑합니다!' 등의 반성과 자기 성찰의 댓글들이 이에 화답하였다.




"국민시엄니 작가가 희나님 시어머니인 신줄은 어떻게 아셨어요?"

"처음에는 몰랐어요. 그저 글 잘 쓰신다 하고 감탄하면서 읽었어요. 그런데 제가 겪은 에피소드와 비슷한 것들이 계속 등장하는 거예요. 다 진실은 아니지만 또 거짓도 아닌 듯한 그런 에피소들? 그리고 작가님이 쓰시는 '대화체 어투'가 저희 시어머니랑 조금 비슷하다는 느낌도 받았고요.

'국민시엄니'작가님이 글 말미에 사진을 딱 한 장만 올리시잖아요? 마지막 화에 올린 사진 모퉁이에서 저희 아이가 만들어서 선물한 키링을 발견했어요. 그때 알아챈 거죠."



"괜찮으셨어요?"

당황, 놀람, 억울, 화남, 죄송의 여러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왔다는 희나작가. 하지만 시어머니의 솔직한 마음을 알게 되어 더 다행이라는 효부의 마음과 함께, 본인도 시어머니처럼 '얼굴 없는 작가'로 자기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글로 시원하게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질투심이 더 불타올랐다는 그녀. 천상 글 쓰는 사람의 팔자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희나 작가님 덕분에 국민시엄니 작가님이 데뷔하신 거 아니야?"

"듣고 보니 그렇네요. 하하하."

"<나는 시엄마입니다> 브런치북을 능가할 멋진 글 한번 써 봅시다."

"우리 그럼 마지막 잔 건배할까요?"

"더 많이, 더 잘 쓸 나를 위하여!"

"위하여!"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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