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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확행 Nov 24. 2023

서랍 속 환경 문제

feat. 옷 정리

아이들 서랍장 정리를 얼마 전에야 마쳤다.


완전히 추워진 날씨 덕분에 서랍을 겨울옷 버전으로 바꿀 수 있게 되었다. 조금만 기온이 올라가면 반팔을 받쳐 입고, 운동할 때는 긴팔 상의를 벗어버린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도톰한 점퍼도 버겁다는 녀석들이 오늘은 또 기가 막히게 롱패딩을 꺼내서 입고 간다. 오후 기온이 3도 아래로 쌀쌀한데, 수영장 가는 길에는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간다. 계절에 맞춰서 옷을 입는 게 아니라 그날 기온에 맞춰서 본인들의 컨디션에 맞춰서 옷을 입고 가버리니 아이들. 안 입는 옷들은 어찌나 이유들이 넘쳐나는지. 사달라고 해서 사줬던 옷은 왜 또 안 입는지. 서랍장에는 2개 이상의 계절 옷들이 뒤엉퀴기 십상이다.  



일단 서랍을 다 비우고, 가을에 딱 맞게 입었던 옷들을 정리한다. 다른 사람에게 물려줄만한 옷들은 따로 빼놓고, 남 주기에는 좀 많이 낡고, 내년에 입기엔 사이즈가 분명히 작을 것 옷들은 정리해서 버린다.


아이들에게 작은 옷 중에 깨끗한 옷들을 정리해 남편 친구 아들에게 보내준다.


난 기회가 되는대로 옷을 물려받아 입힌다. 친정 엄마께서 친구분 손자 옷을 보내주시고, 13층 형도 물려준다. 옷은 물론, 축구화, 운동화, 샌들까지 종류도 다양하고, 하나같이 깨끗하다. 아이들은 금방금방 자라니 굳이 비싼 옷을 사 입힐 이유가 없다.




내가 옷을 물려받아 입히기를 선호하는 또 다른 이유는 환경 문제 때문이다. 전 세계 환경 오염원 산업 2위가 바로 패션 산업이라고 한다. 전 세계 농약 소비의 22%가 면화를 생산하기 위해 사용된다. 그리고 염색하는 과정에서 많은 화학 약품들이 사용되고, 이런 작업들은 대부분 저개발국가의 노동자들에게 환경적, 신체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대부분의 옷들은 합성섬유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막대한 석유 사용을 필요로 하며, 저개발 국가 공장에서 만들어진 옷이 배로 비행기로 전 세계로 배송되는데, 이때 발생하는 탄소의 양도 어마어마하다. 공정의 처음부터 끝단계까지 엄청난 양의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의류산업인 것이다.

의류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Ellen MacArthur Foundation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은 옷 쓰레기 산으로 유명하다.  매년 칠레 북부 이키케 항구(Iquique)에 들어오는 중고 의류만 약 6만 톤. 이중 3분의 1만 상인들에게 팔리고 나머지 4만 톤은 아타카마 사막에 버려진다고 한다. 옷 쓰레기는 사막에 쌓여가면서 그곳의 지하수와 토양을 오염시킨다. 화학 처리된 옷들은 분해되기까지 몇백 년의 시간이 걸린다. 플라스틱 문제만큼이나 심각하다.



눈앞의 옷더미가 사라진다고, 누군가가 그것을 완벽하게 없애주지 않는다. 지구 어디 즈음으로 자리를 옮길 뿐이다. 자연으로 깨끗하게 돌아가기는커녕, 썩지도 않은 채 그저 옷 쓰레기 산으로 존재할 뿐이다. 필요한 한 양보다 더 많은 옷을 사고, 금방 입고 쉽게 버리는 것은 명백히 '적극적인 환경 파괴 행위'이다.

© Martin Bernetti at Twitter




계절별로 아이들 옷이 과연 몇 벌이 필요할까? 운동복 포함하여 상의 하의 각각  다섯 벌씩, 기본 흰색 짧은 소매 티셔츠  다섯 장, 잠옷으로 입는 실내복 5벌, 아우터 두세 개. 양말  다섯 켤레, 속옷 다섯 벌. 딱 이만큼만 있으면 될 것 같다. 편하다고 느끼는 특정 옷 몇 벌을 계속 돌려 입는 소위 '교복파'인 아이들 서랍에 괜히 내 게으름과 욕심이 채워지지 않도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미어터지는 서랍 속 옷들을 붙들고 있으면 아이들의 정리습관과 나의 정신건강이 공존할 수 없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지구가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 정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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