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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확행 Nov 30. 2023

더럽게 안 고쳐지는 더러운 습관


양말 뒤집어서 아무 데나 두기.

젖은 수건 아무 데나 두기.



아무리 이야기해도 정말 안 고쳐지는 부주의하면서 이상한 습관. 큰 아이의 아주 나쁜 습관이다. "아이들이 크면서 다 그렇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아무 데나 그것도 뒤집힌 채로 굴러다니는 양말을 보면 내 눈과 속은 자동반사로 뒤집어진다.


분노 유발 장면


밤 열 시 반이 넘어서 노트북을 찾으러 아이 방에 들어간다. 수학 학원과 수영 수업이 있는 날. 9시를  겨우겨우 넘기고 쓰러져서 자는 아이를 쳐다본다. 추운 겨울 거리를 종종거리며 돌아다녔을 아이가 안쓰럽다. 그리고 내 눈에 보이는 건 서랍장 위에 고이 벗어둔 양말. 그 안쓰러운 마음 사라지는 데 단 3초.


하~너도 참 징하다 징해  



외출하고 들어오자 양말을 벗어 재끼는 큰아들아!! 중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곳이 거실 화장실이고, 그 옆에 떡하니 세탁 바구니가 바로 있는데 넌 왜 양말을 바구니에 담지 못하는 거니!!






남편이랑 지나가는 말로 몇 마디 나누었던 대화 주제는 귀신같이 알아듣고, 찰떡같이 기억해 본인 필요할 때는 그렇게도 잘 써먹는 녀석이다. 하지만 사만 칠천육백 쉰일곱 번 이야기 한 '양말 똑바로 벗어서 빨래통에 넣기'와 '썼던 수건 세탁 바구니에 넣기'는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벌금도 물리고, 좋아하는 게임 시간도 깎아 보았지만 개선의 여지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너무 짜증이 나서 뒤집혀 까인(?) 애꿎은 양말만 한번 째려보고 아이 방에서 얼른 나온다. 잠자는 아이는 쳐다보지 않았다. 잠든 아이는 알아챌 리 없겠지만 내가 아이에게 눈으로 쌍욕이라도 날릴까 싶어서. 누구를 탓하겠나? 누구를 닮아서 그렇겠나? 나 다 닮아서 그런 거지.



사실 나는 매일 쓰는 휴대폰을 매일매일 찾는다. 남편은 제발 정해진 곳에 휴대폰을 두라고 이야기하지만,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식사 준비할 때 레시피 확인하고, 아이 농구 선생님께 문자 보내고, 강불에서 칙칙칙 돌아가는 압력밥솥 추 소리가 들리면 6분 타이머를 맞추려고 잠시 휴대폰을 썼을 뿐이다. 다만 나중에 찾으려고 하면 그게 또 눈에 안 보일 뿐이지.



열 번 중에 다섯 번은 휴대폰을 찾지를 못해서, 아이들 휴대폰으로 내 번호로 전화를 걸고 어디서 윙윙 거리고 있는 휴대폰 녀석을 겨우 찾는다. 진동이었기 망정이지 무음이었으면 어쩔 뻔했나 싶을 때도 자주 있고, 무음으로 설정해 놓은 탓에 혼자서 진땀을 뺀 적도 종종 있다. 제 자리에 물건을 두지 않는 것. 이건 내 나쁜 DNA다.





"어머님은 도대체 아들을 어떻게 키웠길래 이 인간은 양말을 이딴 식으로 벗어 놓는 거야?"

훗날 며느리로 만나게 될 얼굴도 모르는 아가씨의 목소리가 벌써 들린다. 안된다. 그런 말을 들어서는 절대 안 된다.



열두 살 큰 아들에게 자주 이야기 한다. 결혼하면  빨래는 제발 네가 하려고. 너의 그 나쁜 습관이 혹시라도 남아 있다가는 남의 집 귀한 딸이 똘똘 말려 뒤집어 있는 양말을 보는 순간 혈압이 올라 목덜미 잡는 일이 생길지 모르니 말이다.  



이 자리에서 약속한다. 내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더럽게 고쳐지지 않는 더러운 습관은 꼭 고쳐서 독립시키겠노라고. 그래도 혹시나 해서 말인데, 사람일은 알 수는 없기에. 얼굴도 모르는 아가씨에게 미리 미안한 마음을 살짝 전하면 안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 아들 가진 엄마의 이 숙명적 한계란.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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