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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bae lee Oct 28. 2020

삼성은 아직도, 애플이 될 수 없다

Functional Excellence 는 아무나 추구하는 게 아니다

(삼성과 또 the late 2nd chairman 의 지금까지의 공헌 업적은 논쟁의 여지가 없다. Respect and credit where it's due. Salute and safe passage.)


출근길 아침에 발견한 글인데, Apple 이 어떻게 기능조직 구조로 회사 전체 organizational structure 를 계속 유지해 오고 있는지, 그 장점은 무엇인지 등을 제일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깊게 다룬 article 같아서 퍼 옴. 그리고 이에 대한 나의 생각도 조금 끄적끄적.

(정말로 가만 보면 Harvard 의 soft power 및 perpetual flywheel 은 학부/대학원 학위 장사가 아니라,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계속 하버드 브랜드 하에서 세상을 바꾸어 나가면서 그 중심에서 intellectual property 로 매출을 극대화 하는 비즈니스를 구현해 놓은 게 장점이 아닌가 싶다.)


https://hbr.org/2020/11/how-apple-is-organized-for-innovation




2008년부터 2년간 매일 출근했던 iPod 부문 사무실. 당시 매출 절반 이상을 견인하며 또 이렇게 떨어져 있어, We are pirates! 정신이 제일 강하게 남아 있던 곳.
한 때 앱돌이들의 성지였던 본사 Infinite Loop. 컴퍼니스토어에서 구매대행 참 여러 번 했었다.


“타도 A사!”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심심치 않게 회사 내에서 듣던 문구 였다. 이걸 외치고 돌아다니는 사람이 있던 건 아니지만, 장표나 회의 때 나오는 이야기들의 귀결점은 항상 경쟁사인 A사를 물리치는 거였다. 여기서 A는 진짜 A, 즉 Apple.


그럴 만도 했다. 2009년 첫 아이폰이 한국 상륙한 이후, 윈도우폰과 초기 “스마트폰” 으로 고전을 하고 있던 상황이었고, 모오든 임원들이 눈에 불을 켜고 있던 상황이었으니. 어쨌든 난 삼성전자 전체를 통틀어 몇 안 되는 애플 출신의 직원이었고, 이미 경력입사 연수교육 때 문화적 충격을 한 번 받고 들어온 터라, 몸을 최대한 낮게 깔고 3년을 버티자, 여긴 어차피 군대 때문에 온 곳이다, 라고 맘 먹고 하루하루를 보내기도 했던 시절이었다. 애플 출신이라는 걸 아는 사람들은 아주 많지 않았다. 하지만 아는 사람들 중 일부는 나를 (애정 섞인 표현이었다고 하겠지만) 때로는 너무 들어서 듣기 싫은 별명도 붙여 주었고, 또 그 유명한 삼성전자 인사과에서 종종 나를 “기억” 하고 불러 주었었다. 그게 어떤 형태의 소환이었냐 하면.


인사과 라는 부서의 특성 상, “우리 회사 전체의 조직 운영상 문제는 무엇이고, 이렇게 개선해야 하며, 선진 사례들은 이러이러한 게 있다” 라는 tone & manner 로 당연히 일하기 마련일 것이다. 특히나 그 놈의 선진사례.

그래서 난 1년에 한 번 꼴로 인사과의 자체 프로젝트 때문에 “초청”을 받고 불려 다녔었다. 세 가지 에피소드.

하나는 삼성전자의 어느 다른 사업부였나? 다른 그룹이었나? 를 담당하는 인사과 사람들이 연락을 해 와서, 선진 미국기업들은 어떻게 사람 관리를 하는지가 궁금하다며 인터뷰 질문들을 열심히 해 주셨던 기억이 있고, 둘째로는 삼성전자 전체에서 나름 유수의 기업 출신 분들이라는 직원들 10명 정도를 반나절 정도 모아서 단체 Q&A 인터뷰를 했던 기억이 있으며, 마지막으로 제일 임팩트 있던 기억이 (둘째 에피소드와 같은 주최측 분들이었는지 이제는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삼성전자 전체 임원들을 대상으로 연수교육을 할 때 쓰는 영상물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카메라를 앞에 두고 인터뷰를 당한 기억이다.

첫째 이벤트 때는 그냥 조용히 회의실에서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밖에 없고, 담당 인사과 직원 분이 소박하셨다는 impression 밖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둘째 행사 때엔 나름 뭐 사람 만나는 재미, 그리고 다른 perspective 를 듣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리고 나는 개발 조직의 대리급에 불과했지만, 다른 기능역할을 하시는 과장/부장 급 분들의 이야기를 태어나서 처음 직접적으로 듣는 이야기이기도 했던 것 같다.

제일 추억에 남는 순간은, 아까 말했던 인터뷰 영상을 찍자고 하셔서, 마지못해 카메라 앞에서 질문에 대답을 드렸던 그 날이었다. 취지 자체는, “삼성이 앞으로 어떻게 바뀌면 좋겠느냐” 였고, 단지 개발자로서 밖에는 일해 보지 못 한 사람으로서 당시로는 답변을 드릴 게 많이 없었는데, 그래도 애플의 culture 이야기를 열심히 하다 보면 꼭 하게 되는 이야기 2 가지를 말씀 드리게 되었다.


S급 인재만이 S급 인재를 알아볼 수 있다고 믿었어요. 그래서 절대 A급 인재도 뽑으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왜냐면 A급 인재를 뽑는 순간, 그 A급 인재는 나중에 B급 인재를 뽑을 수 있으니까요.” 즉, compromising 을 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 자기보다 더 뛰어난 사람을 뽑으려고 해야 한다는 뜻.


“그러고 보니, 삼성에는 ‘이 일을 제일 잘 하는 거는 어떻게 하는 걸까’, 또는 ‘이 분야 이 부분 이 문제를 제일 잘 푸는 방식은 어떤 방식일까’ 등에 대한 원론적인 고찰을 하는 분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럴 여유가 없어서 그러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각자가 role 을 하기에 바쁘지...”

-> 즉, 되게 만들어서 더 많이 팔고, 삼성 브랜드가 제일 위에 있어야 한다에 더 치중해 있고, 반대로 “제일 좋은 경험이란 무엇일까, 스마트폰이란 어떠해야 하는가” 에 대한 답을 먼저 찾기 전에, motion & volume 이 더 중요했던 것이라고 생각되어져서 그렇게 말씀을 드렸던 것.


그런데 “원론적인 고찰” 이야기를 했을 때에, 카메라로 나를 찍고 있던 그 인사과 과장님의 얼굴이 일그러 지는 그 장면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나는 그 이야기를 마무리 하면서도, 속으로 생각했다. ‘아, 지금 저 분은 속으로, "야 우리가 그럴 여유가 어디 있냐" 가 절반 정도, 나머지는 “젠장 이 영상은 버려야 겠다, 그대로 올렸다간 임원들에게 무슨 욕을...’ 이렇게 생각하시겠구나. 어쩌지. 죄송하네. 그래도 항상 애플에 대해서 물어보면 이 이야기로 귀결되던 걸.




다시 Functional oganization 이야기로 돌아 와서.

난 경영학도도 아니고, 직접 큰 조직을 운영해 본 사람도 아니지만, 완벽하게 이상적인 기능조직으로 갈 경우에만 해당 기능부서의 functional excellence 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경험과 직접적 체험으로 믿는다.

내가 2008년에 경험했던 애플은 진짜 그것만을 추구하는 회사였다. 지금은 대기업화가 많이 되어 좀 더 희석이 되었을 수 있지만, “only care about what you’re supposed to do best” 는 정말로 사내 곳곳에 팽배해 있었고, 내가 만나 본 모든 임직원이 전부 집중력 있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게 너무나 보였고 나도 같이 옆에서 같은 공기를 숨쉬며 박자를 맞추어야 했다.

아마 그 저변에는 my manager knows what we need to do best 라는 믿음이, 올라가고 올라가면 Steve 레벨까지 굳건히 피라미드처럼 쌓여 있었기 때문에 그게 가능했던 것 같다.

물론 삼성같은 회사가 이룩해 놓은 것도 많고, 한국에서 인재가 제일 많이 몰려 있으며, 또 총알이 든든하다 보니 외부와 외국에서도 꾸준히 유수의 인재를 모셔 오고, 또 적어도 국내에서는 제일 선진적으로 제도를 도입하고 복지도 제공하고 하려는 것은 반문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결국 Functional Excellence 를 추구하려면, 각 분야에서 진짜로 제일 잘 하는 사람들을 모셔오는 게 끝이 아니라, 시작의 출발점에 불과하고, 그 사람들이 계속 모여 들게 해야 하는데, 목적조직들은 결국 각자도생이 더 중요해서, 밖에서 보면 “삼성에는 최고의 기술자들이나 디자이너들이 제일 많이 모여 있잖아” 라고 해도, 정작 들어가 보면 그들은 다 같이 모여서 정말 최고의 UX가 무엇인지, 최고의 소프트웨어 아키텍처가 무엇인지를 같이 모여서 서로가 발전할 수 있도록 같이 도와 주지 못 할 가능성이 높고, 또 사실은 어느 정도 급이 되면 스킬 시전 보다는 파워포인트 시전을 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져서, 어쩔 수 없이 손과 머리가 굳을 수 밖에 없기도 하다.


이러한 주장에 반문을 할 수도 있다. 아니, 삼성 정도의 회사라면, 글로벌 시장에서 이렇게나 선전하고 있고, 이렇게나 인정 받고 있는데, 제일 잘 하는 사람들이 제일 꾸준히 많이 모여들 수 있는 그런 브랜드가 아니라는 거냐, 라고.

물론 개개인 역량으로 따져 보면, (저자인 본인 보다도) 월등히 뛰어난 인재들, 그리고 경험과 실적과 리더십을 가진 사람들이 분명히 많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구조적 관점에서는 삼성은 "저기에 분명히 내 본업과 관련된 최고의 사람들이 모여 있을 거야" 라는 매력을 줄 수 있는 기업은 분명 아니다. 이직을 고려할 때에도 삼성은 삼성이어서 고려하지 업계 평판상 "저기에 저런 사람(들)이 있다고 하니 나는 그 분들 사이에서 밑에서 일해 보고 싶다" 라는 인상을 주지는 못 한다. 삼성에 들어가면 삼성의 체계에 적응하고 삼성에 맞추어 성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다들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애플이 만사 최고이고 제일 이상적인 조직이냐, 기업형태의 미래이냐, 의 이야기는 아니다. 단,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성공 방정식을 그 누구보다도 잘 구현해서 지금까지 기술적, 소비자경험적 우위를 압도적으로 가져 가고 있기 때문에, 이 글을 써 보았다.)


사실 웬만한 기업이 완벽히 기능조직화를 추구하기엔 쉽지 않을 것 같다. 우리 회사만 해도, 이제 겨우 16명이고, 또 벌여 놓은 일 대비 사람이 적은 관계 & 비용구조를 항상 효율화 하고 싶은 이유로, 각자가 본업 외에도 여러 가지로 회사에 기여하고 있다. (TF처럼 프로젝트화 해서 같이 협업을 한다거나, 다른 기능역할을 임시/상시 겸직을 한다거나.) 애플은 제조사 DNA가 있다 보니, 또한 소비자제품 제조는 인력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사업이다 보니, 저런 길로 간 거 같고.


지금 다시 삼성전자 인사과 분들을 만나면, 저 HBR 기사를 탐독해서 그대로 해 보시라고 권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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