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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틂씨 Jan 30. 2021

자기소개를 해볼까요, 우리

나는 어떤 사람인가, 혹은 무엇인가.





온라인 글쓰기 모임에 참여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지원 동기를 적어달라고 했다. 자기소개라는 단어 앞에 순간 막막해졌다. 뭐라고 해야 할까. 고작 짧은 몇 개의 단어와 문장으로 규정짓는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나는 나를 어떻게 정의하고 싶은가. 간단할 것 같으면서도 실은 간단하지 않은 퀘스트. 


사람들은 자신을 소개하라고 하면 뭐라고 할까.

이력서에 적힐만한 나이와 소속, 가지고 있는 타이틀을 나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지금 관심 있어하는 가치와 주제가 무엇인지 털어놓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무엇이 되었건, 그것이 자신의 일부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겠지. 하지만 여러 개의 자기소개를 한꺼번에 읽는 사람에게는 사람들이 얼마나 다양한지 혹은 일관적인지 느끼게 되지 않을까? 




숫자와 타이틀 없이 나라는 사람을 정의할 수 있나. 오히려 굳이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내가 숫자와 타이틀에 연연한다는 이야기는 아닐까? 그래서 나이가..? 그래서 직업이..? 그래서 소속이..? 하는 물음을 던지지 않고 처음 만나는 사람과 이야기를 계속해나갈 수 있을까. 나라는 사람의 가치는 어떤 속성이 가장 주도적인 위치를 갖고 있을까.


내가 만들어낸 짧은 문장은 다음과 같다.


일기처럼 개인적인 글쓰기를 한 지는 오래되었지만, 공적이고 직업적인 글쓰기를 해본 경험은 없습니다. 저의 보통의 관심사는 다름의 인지와 받아들임, 불안을 다루는 방법, 경계와 경계 사이, 연대 같은 것들입니다. 하지만 요즘엔 Lockdown시대의 홈베이킹과 산책에 몰두하고 있어요. 책을 좋아하지만, 해외에 체류 중이라서 한글 책을 많이 읽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주로 브런치나 웹에 게재되는 글을 자주 읽어요. 다른 사람들과 제 글을 새로운 방식으로 들여다보는 일이 분명 좋은 환기가 될 것 같아서 참여를 신청합니다.  


이것은 '저는 30대 여성... '으로 시작하는 자기소개와 무엇이 다를까. 다르게 적는 것은 나를 다른 방식으로 정의하게 될까? 적어도 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 나는 유니크한 사람으로 인식될까? 이십 대의 나와 삼십 대의 나는 다른 속성으로 이루어졌을까? 그동안 어떤 식으로 자기소개를 해왔지? 그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얼마나 바뀌었을까.




질문은 끊임이 없다. 애초에 이것은 어떤 음악을 좋아해요나 어떤 영화를 좋아해요 처럼 한 문장으로 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 좋아하는 음악과 영화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것들을 한 가지로 카테고리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나. 무엇을 가치 있다고 생각하고 어떤 문제가 나에게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가. 내가 무엇을 먹는지가 나를 대표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를 평온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언제 화가 나고 불안한가. 나는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가. 나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지. 자꾸 곱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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