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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틂씨 Mar 02. 2021

스몰 토크, 하다 보면 좀 나아지나요

목적이나 이유 없는 대화 말입니다.





필요할 때만 연락하거나 혹은 말을 거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렇다고 내가 늘 체리피커처럼 곶감 빼먹듯이 필요한 것만을 위해 사람을 이용하는 편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무엇보다, 내가 잘 안다. 필요할 때만 연락해서 무엇을 얻어가는 사람이 얼마나 이기적으로 보이는지를. 그렇다기 보다는, '딱히 필요(needs)가 없는 사람에게 어떻게 연락을 하거나 말을 걸어야 하는지를 잘 모르겠다.'가 더 정확한 묘사 같다. 그러니까 목적이나 이유가 없는 대화를 하는 법. 주로 스몰 토크라 불리는 주변 이야기,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말 같은 것들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모르겠다. 주로 아주 친밀하지 않은 관계일 때. 사실 친한 사람이라면 이런 생각이 무의미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대화가 될 테니까. 




급한 성격 때문인지 혹은 목적의식 때문인지 모르지만, 나에게 대화란 주로 머릿속에 '해야 할 말'이 포진되어 있고, 그것을 말하기 위해, 거기에 닿기 위해 직선으로 달려가는 일이다. 여유가 없다. 놓치면 안 되니까. 해야 하는 말이니까. 그렇게 바로, 하고 싶은 말 혹은 해야 할 말에 닿고 나면, 상대는 약간 당혹스러워하는 것 같다. 갑자기? 이런 느낌. 돌직구가 이럴 때 쓰는 말일까. 나는 왜 변화구를 던질 줄 모르지. 


그런 대화가 좋다는 것도, 당연하다는 것도 아니고, 편을 들 생각도 없다. 다만, 그렇지 않은 대화를 하는 법을 모른다. 반복된 학습과 훈련으로 인해 낯선 사람과도 쉽게 이야기를 시작할 수는 있지만, 특별히 관심사가 잘 맞지 않는 한 대화를 풍부하게 끌어가는 능력은 부족한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자주 그저 skip 버튼을 누르고 메인(용건)으로 들어가고 싶다. 억지로 스몰토크를 이어가는 것은 내게 어색함이나 어설픔에 가까운 일이라 불편한 옷을 입은 기분이 된다. 매번 어떤 말을 꺼내야 자연스러울지, 어떤 식으로 대화를 이어 나가야 할지 모르겠다. 대화 사이 마가 떠서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스러울 때 아무 말로 그 사이를 채우고 나면, 후회나 자괴감 같은 것들이 몰려온다. 나더러 어쩌라는 거지, 싶어 진다. 


북미, 그러니까 미국 쪽 사람들이 이런 스몰 토크에 엄청 강점이 있는데, 그들은 처음 보는 사람과도 밑도 끝도 없이 이어지는 잡담을 자연스럽게 한없이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말이 끊이지 않는다. 평소에도 말이 많지 않은 편인 나는, 그런 사람들을 만나면 오히려 좀 피곤하다. 별로 궁금하지도 않으면서 이런 건 왜 물어보는 거야 싶은 마음이 된다. 나는 스몰토크에 재능은 없는 것 같아. 


용건을 뒤로한 채, 잘 지내냐고 궁금하지 않은 안부를 묻거나 밑밥을 까는 것도 서로 피곤한 일 아닌가. 어떨 땐, 거기까지 가지도 못하고 이미 진이 빠지기도 하니까. 게다가 가끔은 해야 할 말을 제때 꺼내지 못해서 그 주위를 빙빙 도는 딴소리만 하다가 대화를 끝마친 전적도 꽤 있다. 그러고 나면 이불을 차게 된다. 용건이 있어서 말을 시작한 건데, 용건이 잘 전달되었어야 하는 건데. 이게 뭐야. 이것은 긴장의 문제인가 화법의 문제인가 아니면 사회성의 문제일까. 




목적이 없는, 또는 이유가 없는 안부를 물어본 적이 별로 없다. 목적이 없는 연락을 왜 하지? 싶은 생각이 든다. 전화도 문자도, 응 어쩐 일이야, 하고 목적을 묻잖아. 이유 없는 연락을, 혹은 대화의 시도를 했다가 상대가 왜 나한테 연락을 했지? 생각하면 어쩌나 싶어 자주 소심한 마음이 된다. 친목, 그게 목적이면 좀 수월해지는 걸까, 모든 과정이? 다들 용건 없는 말하기나 대화에 별 문제가 없는 걸까. 


그 스몰 토크, 하면 나아지는 건지,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아는 분 있으면 조언을 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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