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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틂씨 May 19. 2021

우리 봄에 맛있는 거 먹자, 그때까지 좀만 더 살자

삶을 위로하는 순간들 <feat. 작은 영웅들>





아침부터 눈을 뜨자마자 침대에서 한 손으로 유튜브를 켠다. 


좀 한심하다 생각해도, 아침이 되면 적막을 견디지 못하고 TV를 켜듯이 폰을 깨워 시간을 확인하고, 인스타와 브런치, 유튜브 순회를 돈다. 오늘 아침엔 어제 다 못 듣고 잠이 든 방송 하나를 끝까지 보았고, 그다음엔 알고리즘 덕에 새로운 컨텐츠를 접했다. 


- 죽고 싶었던 적은 없어, 그럴 마음을 먹어 본 적도 없고. 아마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무서워서 그랬을 걸. 


우울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렇게 변명하곤 했다. 

그렇다고 해서, 괜찮은 걸까. 그렇다는 것으로 정말, 충분히 괜찮은 걸까 생각할 때가 있다.

 

오늘 본 영상은, 죽고 싶다는 익명의 넋두리에 또 다른 익명의 사람들이 달았던 리플 이야기였다.




https://youtu.be/BIfwT0Fs2Nw




영상을 보며, 댓글을 단 다른 사람들처럼 눈물이 났다. 그게 꼭 내가 지금 그런 생각을 했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다만 살면서 다들 한 번쯤은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었으니까, 위로받은 기분이었겠지.

무능하고, 실패하는 자신이 싫고, 힘들어할 자격조차 없는 사람이라는 17일에 자살을 예정한 사람의 말에, 

사람들은 


- 서울 살면 18일에 나랑 딸기 축제 갈래? 내가 사줄게!!!

- 18일에 윗 댓이랑 딸기 축제 보고, 19일엔 나랑 바다 보러 가자~ 

- 나 21일 생일인데 생일 축하해 줄 사람 구함~! 

- 나 25일 월급날인데 맛있는 거 먹자~~

- 나 27일 생일인데 아이스크림 케잌 나눠줄게! 

- 헐, 나도 27일 생일인데, 나도 낄래.

- 우리 봄에 맛있는 거 잔뜩 먹자, 좀만 더 살자. 

... 


사람은 절대악도 절대선도 아니다. 그들은 변하고, 나도 휩쓸린다. 

그래도, 결국엔 사람의 작은 호의와 온기가, 순간의 미소가 무엇인가를 바꿀 수 있다. 강요나 협박, 논리보다 더 쉽고, 빠르고, 효과적으로. 


내가 세상에 그토록 하고 싶었던 말은 뭘까. 뭘 표현하고 뭘 말하고 싶었나.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그렇게 매번 애가 닳고 답답한 걸까. 다 엉망진창이라고 화를 내고 싶은 걸까, 그러면 뭔가 바뀔까. 그것보다야 나도 이런 작은 순간들을 모으고, 누군가에게는 손을 내밀고, 가끔은 도움을 받고 싶은 거 아닐까. 어떻게든 나아지고 싶은 마음. 그게 원하는 것 아니었을까. 


모두 저마다의 무게의 십자가를 지고, 시지프스의 산을 오른다. 감추고 있는 부분은 연약한 약점이며, 들키지 않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가시나 방패를 세우고 산다. 모두에게 그런 부분이 있어. 그걸,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으면 좋겠다. 고려해주면 좋겠다. 미워하는 마음보단, 그게 더 빠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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