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바이러스를 갖고 있다는 뜻입니다

2021.07. 순식간에 코로나 확진자가 되었다

by 틂씨





The result of the test is POSITIVE. This means you have coronavirus.

테스트 결과는 양성입니다. 이것은 당신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PCR 테스트를 했다. 양성이 아니라 음성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안심하고 일을 하러 가기 위해서. 그런데 이상한 결과가 나왔다. 양성이라니. positive는 원래 긍정적이라는 뜻 아니었나.






테스트를 하기 이틀 전부터 끊임없는 두통이 있었다. 아주 강력해서 진통제를 먹지 않으면 괴로운 상태까지는 아니지만, 두통이 있다는 신호는 선명한 정도. 두통은 내게 흔한 증상이 아닌 데다, 이틀 째 이어지는 두통은 왠지 좀 꺼림칙해서 굳이 코로나 테스트를 해보기로 했다. 주로 집에 있지만 다음 주에 일을 하는 스케줄이 있고, 그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곤란해질 테니까.


PCR 테스트는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의 넓은 공용 주차장 같은 곳에서 이루어졌다. 입구부터 띄엄띄엄 발을 붙이고 대기해야 하는 곳이 화살표와 함께 선명하게 표시되어 있다. 더치나 영어를 모르는 사람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동그라미와 엑스, 초록과 빨강의 스티커가 바닥에 붙어 있었다. 당신이 그 자리에 서 있기만 한다면, 당신은 다른 접촉자와 충분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을 대신해주는 것처럼. 모두들 마스크를 쓴 채로 흔들리는 눈빛을 하고 정해진 자리에 얌전히 서 있다. 그 안으로 들어가면 사회보장 넘버를 확인하고, 이름을 확인하고, 생년월일과 전화번호, 집 주소를 확인하고 나서 1m쯤 되는 긴 집게로 봉투 하나를 집어주며 저쪽으로 가라고 손짓으로 가리킨다.


임시 천막이 둘로 나뉘어 있고, 방호복과 각종 보호 장구를 뒤집어쓴 검사관이 나와 나를 불렀다. 그 모습을 보며, 그나마 한국의 여름처럼 덥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검사관은 테스트 자판기 같았다. 인간이 아닌 사이보그 같은 느낌이랄까. 입을 벌려 보세요, 정도가 아니라 입을 가리키며 입! 했다. 사실 처음엔 입을 벌려 보세요, 라고 말했는지도 모르겠으나, 이것이 더치인지 영어인지 헷갈릴 정도로 마스크와 보호 장구 뒤의 검사관의 말은 알아듣기 어려웠다. 내가 에? 하고 못 알아듣는 표정으로 쳐다보았지만, 그녀 또한 마스크를 뒤집어쓴 내 표정을 읽기 어려웠을 것이다. 어쩌면 내가 영어도 더치도 못하는 외국인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코를 가리키며 코! 했을 때에도 응? 뭘 하라고? 마스크를 벗으라고? 못 알아듣는 통에, 그녀는 거의 화를 낼 뻔했다. 일순 당황스러웠지만, 그녀가 하루에 몇 명이나 이런 검사를 할까 생각하며 나까지 굳이 당황스러움을 표출하지는 않기로 했다. 어쨌든, 테스트는 입 한 번, 코 한 번을 깊게 쓸어내는 것으로 금방 끝났다.




머리가 아프기 4일 전쯤이었다. 일한 날의 스케줄에 확진자 동선이 확인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러니 나도 테스트를 받아보라는 말이었다. 나는 이미 화이자 1차 백신을 맞았고 아무 증상도 없었지만 일단 온라인으로 테스트 예약을 시도했다. 몇 번이나 오류가 났다. 얼마 전 느슨해진 정부 규제와 무료 PCR 테스트 규정 덕분에 인력이 부족하다는 뉴스를 본 터였다. 셀프 테스트 킷을 사려고 약국 두 군데를 들렀으나 품절이었다. 그다음 날, 사실 그날의 확진자 때문에 코로나에 걸린 사람이 여러 명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세 번째 들른 마트에서 겨우 셀프 테스트 킷을 살 수 있었다. 마음을 졸이며 기다린 테스트 결과는 한 줄. negative. 임신 테스트기처럼 생긴 작은 플라스틱 테스터에 줄이 하나 더 생길까 봐 15분간 마음을 어찌나 졸였던지.


그렇게 끝난 줄 알았다. 그런데 며칠 뒤 이상한 두통이 생겨 마음에 거슬렸다. 셀프 테스트의 신뢰도는 70% 정도라고 했다. 이왕이면 정부에서 주관하는 정밀한 PCR 테스트를 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이메일에는 친절하게 이렇게 쓰여있었다.

테스트 결과는 파지티브입니다. 이 말은 당신이 바이러스를 갖고 있다는 뜻입니다.






하우스메이트와 함께 산다. 우리는 모든 것을 공유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부엌과 거실과 화장실을 공유한다. 어떻게 서로의 일상을 완벽하게 분리해야 하지. 다행히 화장실은 두 개라서 분리했다. 거실은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점심과 저녁에만 끼니를 위해 부엌에 가기로 했다. 나머지 시간에는 각자의 방에 머물기로 했다. 방 밖에서는 무조건 마스크를 쓰기로 하고 식기도 분리해서 쓰기로 했다. 일회용 장갑을 끼고 서랍을 열고, 냉장고를 연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할까?


가족이라면, 완벽한 격리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사식처럼 밥을 넣어주고 정말 방안에만 머물면서. 하지만 하우스메이트에게 그런 수준을 요구할 수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다. 격리 기간 동안 식료품 배달을 한 번 시켰고, 밥은 평소처럼 해 먹었다. 서로에게 최선을 다해 노력했지만 그것이 완벽한 격리였는지는 모르겠다. 부엌에 갈 일은 생각보다 여러 번 있었다. 예상치 못한 복병도 곳곳에 있었고. 전등 스위치나 방문 손잡이가 그랬다. 곳곳에 락스를 뿌렸다. 집안의 모든 창문은 열어 둔 채로 두고 환기를 시켰다. 손에 닿는 것은 전부 바이러스로 오염될까. 내 숨은 바이러스로 가득 차 있나.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를 피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고 상상력이 필요했다. 손에 끈적거리는 무엇이 묻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손에 닿은 곳에 그 끈적이가 묻는다고 가정하고 모든 곳을 닦아내려 노력했다.


이상하고 번거로운 생활이다. 감옥에 수감된 수감자같았다. 자유가 박탈된 삶. 다행히 방에는 책상과 의자와 침대, 그리고 세 개의 식물이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블루스타 고사리의 새 잎이 얼마나 커졌는지, 또 새순이 나오진 않았는지, 스킨답서스의 말려있던 새 잎이 조금 더 펴졌는지, 물을 준 흙이 얼마나 말랐는지, 새로 분갈이를 해준 몬스테라의 새 뿌리와 잎은 잘 자라고 있는지, 하루에도 몇 번씩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더 쑥쑥 자라서, 눈에 뭔가 더 보인다면 좋았을 텐데.






정부 권고사항에 의하면, 첫 증상이 시작된 지 7일이 지나고 24시간 무증상이 확인되면 자가격리를 끝낼 수 있다. 그 판단을 스스로 해야 한다. 나는 아직도 이 미세하고 끈질긴 두통이 언제 사라질지 잘 모르겠다. 눈을 뜨면 다시 눈을 감을 때까지, 두통에 대해 생각한다. 이것은 두통인가. 어지러움증인가. 원래는 내게 없던 증상인가. 이 정도의 불편감은 두통이라 부를 수 있나. 아니면 이건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 일까. 아프다고 생각하면 더 아픈 것처럼? 평소에 느끼지 못한 감각까지 한껏 예민해졌다. 적어도 내가 죽지는 않는다는 사실은 알겠다. 다만 내가 아닌 타인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 이 바이러스의 가장 큰 폐해다.


네덜란드는 성인의 백신 접종률이 50%가 넘어가자 너무 일찍 안심했고, 정부가 여러 규제들을 풀어주자마자 델타 바이러스의 감염률이 다시 500%까지 치솟았다. 국가 코드도 RED로 변경되었다. 나는 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 모르겠다. 2주만 있으면 2차 백신을 맞을 수 있었는데, 2차 백신은 8주 후로 미루어졌다. 이 이상한 줄다리기 게임에서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다행히, 이 집에서 확진자는 나 하나로 끝났다.)



이전 13화오늘도 산책을 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