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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틂씨 Aug 18. 2021

들어갈 때의 마음과 나올 때의 마음은

[미술관 노동자의 관찰일기] 01.




어디든, 들어갈 때의 마음과 나올 때의 마음은 다른 법이다. 


인간의 심리가 그렇다. 같을 수가 없지. 어떤 분야이든, 어떤 직책이든, 가릴 것이 없다. 안에서 바라보는 시선과 밖에서 들여다보는 시선은 다를 수밖에. 최대한 내부 사람의 이야기를 참고하고 분위기를 읽어도, 같은 것을 향한 사람의 의견과 생각은 저마다 다르기 마련이다. 예상치 못한 상황은 언제나 생겨나고.



나는 늘 어떤 씬(scene)의 비하인드에 관심이 많았다. 덕분에 각종 페스티벌이나 컨퍼런스, 여러 가지 행사의 자원봉사나 사무국 일, 혹은 진행에 자주 지원했다. 이벤트를 즐기는 것 너머의 과정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행사들이 어떻게 기획되어 움직이고 실질적으로 진행되는가를 가까이에서 경험하고 들여다보고 싶었다. 많은 경우, 경험은 보람보다 실망으로 되돌아왔다. 대게 경험은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와 환상을 무참히 깨 주었으니까. 아무래도 내부의 사정이란 가려져 있고, 화려하지 않으며, 수면 아래의 물갈퀴처럼 온 힘을 다해 젓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늘 그 이면을 굳이 들여다 보고 직접 겪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이면의 그림자도, 때로는 엉망진창인 실체도 전부 알고 싶어서 다양한 시도를 했다. 뭐든 이해하고 싶었다. 그 밑바닥에 어떤 마음이 있어서 그런지는, 정확하게 모르겠다. 기획과 운영에 욕심이 있어서인가. 그게 어떤 연관성이 있나. 오히려 저널리스트나 연출가가 되기로 했으면 좀 도움이 되었을까. 




카페에 손님으로 방문하는 것과 바리스타로 일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경험과 입장이다. 호텔에 숙박하는 것과 호텔에서 일하는 것은 공통점이 1도 없다. 심지어 통과하는 공간마저 다르다. 백스테이지는 어느 곳도, 아름답지 않다. 미술관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적하게 고상하고 여유로운 사람들만 상대할 것 같은 이 공간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방문하고, 존재하고, 여러 사건 사고도 생겨난다. 


가끔, 미술관에서의 관찰일기를 적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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