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틂씨 Jul 05. 2019

[쓰기 5일] 하루 20분, 나는

[쓰기 5일]

[쓰기 5일]




무엇을 향해 함께 가는 동료가 있는 것만큼 힘이 되는 일도 드문 것 같다. 

주말을 제외하지 않고 '매일'이라는 조건에 잠시 머뭇거렸지만, 그래도 함께 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좋은 자극이 될 것 같아 참여를 신청했다. 생각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뭔가를 하고자 하는 동기를 찾고 있었던지, 우리는 꽤나 열심히 하루의 20분을 채워 나가며 공유한다. Likeit과 댓글로 서로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공감하고 힘을 불어넣어준다. 지금 쓰고 있는 글이 적어도 매거진을 함께 쓰는 여섯 명의 사람들에게 공유되어 -랜덤의 누군가가 아니라 이미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줄 마음을 먹은- 누군가가 내 글을 읽을 것이고 서로를 북돋아 줄 것이라는 기대는 꽤 큰 힘으로 프로젝트를 지속하게 한다. 그 누구도 (스스로를 포함해서)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커다란 동기 부여가 된다. 



너무 끈끈하고 단단한 연대는 또한 쉽게 무너지기 마련이라, 나는 느슨한 연대를 좋아한다. 적당한 거리를 마주하고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필요한 목적과 순간을 선택해서 나눌 수 있는 연대. 비공개로 쓰는 일기와 달리, 조금 더 오픈된 곳에 적는 글은 자기 검열이 더욱 심해져서 완성하기가 쉽지 않았다. 더 완벽하고 잘 다듬어진 글을 위해, 초고를 쓰고, 컨셉을 잡고, 조사 하나까지 다듬고 나서, 문제가 될 만한 표현이나 너무 과하게 감정을 드러낸 것은 아닌지까지 검열을 하고 나면, 그 글은 큰 흠집은 하나 없을지 몰라도 다른 누가 써도 다르지 않을 것 같은 회색의 글이 되고 마는 일이 자주 생겼다. 경험을 토대로 글을 쓰다 보면 어떻게든 드러나게 되는 배경을 어디까지 공개해도 될지, 구독자도 거의 없으면서 미리 걱정하곤 했다. 나는 언제나 가장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보는 편이다. 쓰고 싶은 이야기들은 많았는데. 해외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주방도구 설명기+드로잉이라던가, 그동안 다닌 여행의 순간들을 적는 것이라던가, 엄마나 어렸을 때의 가족 이야기라던가. 



20분은 생각만큼 부담스럽지 않은 시간이라서, 언제든 시간이 나면 랩탑을 켜 화면의 오른쪽 위에 적힌 시간을 보고 대략 20분이 지날 타이밍이 될 때까지 한 번에 글을 적는다. 시간이 없기 때문에 많이 망설이지 않고 글쓰기 창을 켜고 시간을 본 순간 오늘 있었던 일 중 가장 생각이 많이 나는 이야기를 적기 시작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글을 이어가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바로 쓰는 것을 시작하기도 어려우니까. 원래는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의 조각들을 -하지만 어느 컨셉에 속하지는 않고 매번 따로 노는 작은 생각들- 놓치고 싶지 않아서 그것을 위한 시간으로 20분을 택했는데, 그러다 보니 일기에 가까운 글이 되어가는 것 같다. 이렇게 뇌를 많이 거치지 않은 글을 공개해도 괜찮은 걸까 가끔 생각하기도 하지만, 즉흥성이 주는 즐거움도 분명히 있다. 



물론 20분은 초안을 완성하는 대략적인 시간이고, 생각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질 땐 20분이 넘기도 한다. 그리고 편집은 조금 텀을 두어 나중에 간단한 수정만 한다. 생각을 많이 하고 다듬지 않은 글임에도 큰 무리는 없는 것은, 대게 한 번에 적어 내려가는 글은 생각의 흐름이 이어지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실은 오늘 어떤 생각도 많이 하지 않았기에 별다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서 공동 매거진에 관한 글을 적는다. 어떤 형식으로든 미션을 수행하는 일에는 묘한 성취감이 있다. 게다가 20분은 생각했던 것보다는 꽤 넉넉한 시간이라서 아이디어만 확실하다면 생각보다 긴 글을 쓸 수 있다. 오늘의 우리는 프로젝트의 17% 어디메쯤에 와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드로잉 5일] 단발머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