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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틂씨 Jul 26. 2019

[쓰기 26일] 더운 날의 상념 2

[쓰기 26일] 




여름이 되고 나니, 여기저기서 관광하는 사람들이 더 눈에 띈다. 현지인들이야 오히려 바닷가의 휴양지로 모두 떠나서 실질적으로 도시는 텅 비었지만, 외국인들은 방학 겸 휴가를 맞아 유럽의 대도시로 모여든다.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의 열기가 그대로 올라왔다는 이번 주 폭염에도 불구하고, 관광객들은 신나 보인다. 어떤 이들에겐 평생에 한 번, 혹은 어쨌든 처음 아니면 가끔 오게 될 곳이니 이해는 간다. 음식도, 건물도, 사람도 신기 방기. 왠지 그들의 처지가 부럽다. 어쨌든 짧은 기간이지만 익명성을 누리며 자유를 즐길 수 있고, 뭘 보고 먹고 놀까만 고민하면 되는 시간이니까. 물론, 내가 여행 다닐 땐 현지인이 그렇게 부러웠다. 이렇게 좋은 데서 매일 살 수 있다니! 인간이란 이렇게 간사한 존재다. 



매일 글을 쓰다 보니, 전에 보이지 않던 혹은 신경 쓰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거창하게 퇴고랄 것 까진 없지만, 꾸준히 보다 보니 눈에 걸린달까. 이를테면 자주 쓰는 접미사나 표현, 아니면 자주 틀리는 띄어쓰기나 맞춤법 같은 것들. 맞춤법 검사기를 돌리면 꽤 많은 것들을 고쳐주는 데, 주로 걸리는 것은 띄어쓰기다. 보면서 다음번엔 틀리지 말아야겠다 생각하지만 여전히 같은 방식으로 쓰게 된다. 이건 고집인가 습관인가. 그리고 가끔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아니면 느낌적 느낌대로 쓰고 싶은데 굳이 틀렸다고 지적해주면, 나는 모르는 척 그냥 둔다. 하하하. 나의 느낌적 느낌은 그 단어와 그 표현으로만 완성된다구! 외치고 싶은 마음. 그렇지만 확실히 내가 어떤 식의 문장이나 표현을 자주 쓰는지를 조금 알게 되어서 신기하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런 것들이 느껴질까? 이 사람은 이런 단어와 표현을 자주 쓰는 군. 하고? 다르게 써 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될지는 잘 모르겠다. 



선크림을 싫어한다. 대부분의 선크림은 뭐가 되었건 성분 때문에 어쨌든 끈적거리게 되어 있다. 얼굴에 바르는 것은 다행히 작년에 매트한 종류(이름도 Anti-shine이다)를 찾아서 그것만 쓰고 있는데, 가끔 요즘처럼 뜨거운 날씨에 몸까지 바르려고 하면 좀 아깝다. 그래서 끈적이는 다른 선크림을 온몸에 바르고 나면 실은 하루 종일 기계처럼 움직이게 된다. 팔꿈치의 끈적임이 테이블에 닿는다던지, 다리를 꼬았는데 두 다리가 쩍 달라붙는다던지 하면 어정쩡한 포즈를 잡게 된다. 얼른 집으로 돌아가 몽땅 씻어내고 싶다.  



이번 주 유럽은 내내 극악의 더위였지만, 어제는 정말 티오피 같은 날씨였다. 오후 내내 39도를 찍고, 해가 지고 난 자정쯤에도 32도였다. 아, 욕할 뻔했네. 이게 다 이상기후와 온난화 덕분인데, 이 와중에 기후협약 탈퇴한 트럼프 XXX... 결국 저녁에 영화관에 가서 예정에 없던 애니메이션 3D 영화를 관람했다. 영화관은 역시 시원하더라. 밤에 잠을 자긴 했는데, 어떻게 잠들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창문을 열어도 바람이 불지 않을뿐더러, 열어 두면 모기가 들어온다. 보통 이 동네의 창에는 모기장이 없고, 모기와 더위 중에 굳이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결단코 더위다. 어떤 경우에도 모기는 정말 참을 수 없는 존재니까. 


사실 더워서 머릿속이 멍하다. 

오늘만 참으면 내일부터는 보통의 날씨로 돌아올 거라고 해서, 인내심의 최대치를 발휘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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