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쓰기
하루 20분, 나는 -했다.
현재 진행형이 과거형으로 바뀌었다.
'한다'에서 '했다'로. 하루 20분씩, 서른여 개의 글로 남겨진, 각자의 프로젝트들.
한 달이라는 시간의 이렇게 길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어느새 매일매일 오늘은 어떤 드로잉, 어떤 산책, 어떤 웃음, 어떤 음악, 공모전.. 어떤 다른 이야기들이 올라올지 살피는 재미가 있었다. 게다가 참가자들이 서로 격려의 하트를 눌러 주고, 말도 걸어 주고, 잘하고 있다고 다독여주는 바람에 은근히 신이 나기도 했다.
별다른 주제 없이 하루 20분쯤이야 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시작했던 처음과 달리, 일주일, 이주일이 지날수록 매일의 무게감이 당황스럽기도 했다. 생각해보니, 그동안의 나는 글을 쓰지 않을 수 없는 날에만 주로 썼기 때문에 그토록 술술 글을 써내려 갔던 것이다. 특별한 일 없이 하루가 지나면 무엇을 적어야 할지 막막했다. 일기를 쓰듯이 짧은 단상들을 모아 적어볼까. 아니면 20분보다 훨씬 긴 시간을 투자해서라도 쓰고 싶던 이야기를 완성시켜야 할까. 그렇게 긴 호흡의 글은 이 매거진의 맥락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데. 일상이 늘 스펙타클했다면 조금 달랐으려나.
공동 매거진이라는 존재가 내게는 각자의 글임과 동시에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일종의 대화 같기도 해서, 서로 어느 정도의 영향을 주고받기도 했다. 외부의 독자가 보기에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사실 공동 매거진을 처음 보는 경우에는, 맨 첫머리의 방향성을 굳이 찾아보지 않으면 이게 뭐지? 작가가 계속 바뀌네. 하는 혼란을 느끼게 된다. (내가 그랬다) 누군가의 글이 마음에 들어 매거진 구독을 눌렀는데, 다른 작가의 글만 계속 올라온다고 느낄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참여하는 입장에서는 각자의 프로젝트가 전부 달라서, 매거진을 보는 일이 지루하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별다른 선별의 제약 없이 모두 따로 또 같이 써요! 하고 기운을 모아주신 보름 작가님께 심심한 감사를 전하며.
개인적으로는 이 다정하고 느슨한 연대에 먼 곳에서 좋은 기운을 많이 받았다고, 작은 격려가 생각보다 더 힘이 되더라고, 그래서 이 낯선 실험이 즐거웠다고 말하고 싶다. 누군가를 붙잡고 털어놓지 않아도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좋아서, 그동안 외롭지도 않더라고.
브런치를 시작하고 처음 육 개월의 시간보다 지난 한 달간 더 많은 양의 글을 적었다. 아마 당분간 매일 쓰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지만, 타국에서의 쓰기는 계속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