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인터넷에서 명상에 관한 글을 하나 읽었다. 글쓴이가 나이 오십을 앞두고 인도 명상 센터에서 명상을 배운 이야기였다. 명상 관련 글을 읽으면 바짝 집중하게 된다. 그들이 왜 명상을 시작했는지, 명상을 하고는 어떤 깨달음이 얻었는지, (얼추 예상가능하지만 그럼에도) 궁금해서다.
사실 명상 관련 글의 결말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기승전- 내려놓음이랄까. 인도에서 2개월 명상을 하고 돌아왔는데 그 깨달음의 끝에, 더 많이 욕망하기, 더 많이 갖기 같은 것이 있을 리 없다. 많이 욕망했고, 많이 가지려 했던 끝에 헛헛한 마음을 부여잡고 수행 길에 오른 사람들이 태반일 테니 말이다.
많이 욕망했던 과거, 많이 가지려 했던 과거가 나를 얼마나 지치게 했는지, 그 지침 끝에 얼마나 공허했는지에 대한 깨달음. 이젠 조금이나마 내려놓고 살아야지 하는 다짐. 삶에서 중요한 건 물질보단 정신이라는 확신. 하지만 물질은 쉽게 손에 잡히는데 정신은 도통 손에 잡히지 않아 여전히 어려운 명상. 그렇더라도 명상을 할 때만큼은 몸도 마음도 조금은 느슨해지는 듯해 오늘도, 내일도 명상.
오전에 명상 글을 읽고 오늘은 명상하는 사람을 그려보자 했다. 구글에 '명상'을 입력하니 명상하는 이미지가 쏟아져 나왔다. 그중 하나를 골라 그렸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탁 트이는 공간에서 흰 티에 흰 바지를 입은 여자가 눈을 지그시 감고 명상을 하고 있다. 팔을 옆으로 벌리고 있는 모습이 독특하다. 양 무릎 위에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만든 손을 각각 올려놓는 게 보통인데. 그래도 멋지다고 생각하며 그림을 그렸다. 이렇게 팔을 벌리고 있다간 10분도 안 돼 팔이 아파 명상을 그만둘 게 뻔하겠지만, 그럼에도 언젠가 나도 이 자세를 시도해보고 싶었다.
실은 이 그림을 그리기 전 오랜만에 명상을 해봤다. 좌선 자세로 앉아 20분 동안. 역시 잡념이 머릿속에 휘몰아쳤고, 그러는 와중에 살짝 졸기도 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하니 왠지 중요한 20분을 보낸 것 같아 마음만은 좋았다. 언젠가 명상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벌써 7년째 해오고 있다. 인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명상 센터 문을 열고 들어가고 싶다. 언제가 될까. 지금보다 더 공허해진 어느 날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