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을 닮은 알림
오래전부터 쓰고 싶었던 글 하나를 완성했다. 어떻게 이어 붙여야 될지 몰라 한참을 끙끙댔던, 그렇지만 꼭 한 번은 하고 싶었던 이야기였다. 솔직한 이야기를 꺼낼수록, 그것에 담담해지기가 어려워진다. 글은 내가 아니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글이 나 같아서. 아마추어의 한계일까. 구독자 수가 고작 열셋인 브런치에 글을 공개하는 것에도 때로는 용기가 필요했다. 가끔은 눈을 질끈 감고 발행을 누른다. 누르고 나서 몇 번이나 다시 읽어 본다. 문제가 되는 말은 없나, 이것이 정말 정체불명의 대중에 공개되어도 괜찮은 걸까, 자꾸 생각하게 된다.
다음 날이 되어 브런치 창을 열어 보니,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작은 녹색의 동그라미가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 나는 그 알림을 좋아한다. 브런치의 알림은 플랫폼의 자체 성격만큼이나 요란하지 않아서, 보고 있으면 은근하게 설렌다. 알림의 개수가 굳이 숫자로 뜨지 않는 것도 좋다. 우리가 흔히 보는 빨간색 알림의 ‘나 좀 봐! 보라고!!’ 하는 공격적인 보챔이 없다. (참고로, 나는 그 빨간 알림을 너무 싫어해서 스마트폰의 알림을 꺼 둔다. 알림이 뜨는 순간, 당장이라도 없애버려야 할 것 같은 강박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미 보아온 익숙한 이름의 라이킷이 몇 개 있었다. 새삼 그 작은 행동의 위안에 감사하다. 비밀까지는 아니지만, 은근한 대화의 제스처 같달까. 직접 말을 걸지는 못 하지만, '저기, 제가 글을 보았는데요, 좋더라구요!' 하고 부끄러운 얼굴로 도망가는 것 같다. (저만 그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통계 속의 무명의 숫자를 보다 보면, 다정한 녹색 알림이 그리워진다. 자신의 이름(필명)을 걸고 자신을 내보이는 사람들에게 얻는 지지는, 불특정한 익명의 숫자와는 다른 존재로 느껴진다. 그러니까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더 많은 다정함을 보내야지 마음먹게 된다. 다정하고 따뜻한 손짓으로, 누군가의 녹색의 알림이 켜질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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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호흡의 글이 익숙했는데, 어느새 짧은 글을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어요. 한 달의 매일이 조금 버거운 시간이기도 해서 땡! 하자마자 마무리를 서둘렀는데, 달리기를 하다 보면 결승선을 통과한다고 해서 바로 멈춰지지 않는 것처럼, 미세한 관성이 몸에 남아있는 느낌이네요. 가끔 들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