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해주자, 회피하려는 마음

그랬구나, 그럴 수 있지.

by 틂씨





흔치 않은 황금 같은 한 주였다. 행사도, 생리도, 하우스메이트도 없는 시간. 말 그대로 나를 방해하는 것이 없는 시간. 최대한 집중해보자고 마음을 먹었건만 막상 마주한 일주일은 생각보다 무난하게 흘러가지 않았다. 아무리 마음을 단단히 먹으려 노력해도 여전히 사람에 휘둘리고, 그래서 휘청거리는 시간이었다. 쉽게 불안해지는 뇌는 제때에 잘 달래주지 않으면 기능을 하지 못한다.



<마음의 구석>을 꺼내어 다시 읽어본다. 그 책을 사기로 결정한 나는 지금 생각해도 어찌나 장한지, 역시 다시 읽어도 좋다. 이번엔 마음껏 밑줄을 쳐야지, 눈치 보지 않고! 하는 마음으로 연필로 밑줄을 치다가 - 책을 함부로 다루지 못하는 편이다. 감히 밑줄이라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 할 일이다. 게다가 마음을 대변하는 글에 밑줄을 치고 나면, 또 나중에 누군가가 보고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까지 더해서 책에 밑줄 치기는 내게 어마어마한 일이 된다 - 이미 지난번에 밑줄을 쳐 둔 구절과 만난다. 아, 이미 그런 마음을 먹었구나. 이번에도 같은 곳에 밑줄을 친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또 어찌나 별다르지 않은지. 벌써 세 번째 읽는데도 여전히 그녀들의 말이 마음에 와닿는다. 또 그게 위로가 된다. 그래, 나는 마음이 지치면 자꾸 회피하려 하는구나. 인정해주자, 그 마음.


사람에 지친 마음은 그저 가만히 버티는 것으로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 것 같다. 어떻게든 다른 것에 매달려야 한다. 마음 놓고 오랜만에 오래된 드라마를 보며 운다. 공감해서 울고, 어린 시절이 그리워서 울고, 식구가 그리워져서 울고 만다. 이 마음을 공감해주는 친구가 그리워서 또 울려다가 말았다. 언제는 친구가 많았나, 늘 사람들에게 둘러 쌓여 있던 것도 아니면서.


몸이 무겁고 머리가 띵해 도무지 일으켜지지 않던 몸은 하루를 내리 실컷 놓아두고 나니 다시 조금은 가뿐해졌다. 다음 날 아침,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이 떠졌다. 이거구나. 힘들거나 지치거나 괴로운 마음을 그냥 인정해주는 것. 더 잘해야지, 채찍질하는 대신에. 그래도 괜찮구나. 푹 쉬게 해 주니 회복이 빠르다. 예전의 나는 그런 시간을 내어 주는 것조차 불안해서, 늘 스스로를 다그치기만 했다.

여기서 멈춰서 서면, 쉬면, 울면, 뭐 어쩔 건데. 손 내밀어 주는 사람도 없는데, 스스로 다시 일어나 달려가야 하는데, 뭐 하는 거야, 당장 일어나서 다시 달려. 지금 당장. 더 이상 뒤쳐지면 안 돼.



담담하게 자신의 마음을 인정해 주는 일이 이렇게나 귀하구나.

책을 다시 읽지 않았다면 또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지나갔겠지. 물론 그 마음을 지금 다시 깨달았다고 해서 상황을 완벽하게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적은 다음 날 마음은 다시 불안으로 일렁거렸으니까.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는 방법을 찾아나가고 있는 것 아닐까.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는 방법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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