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티 구조,
포항지진으로 인해 무조건 위험한 구조라 낙인
근본적인 원인은 필로티 구조를 만들어낸 건축법에 있다
필로티 구조에도 차이가 있다
지난 2017년 11월 발생한 포항지진 이후 ‘필로티 구조’라는 말을 자주 들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필로티란 간단히 말해 도로에서 차량이 진입 가능한 1층이 계단실과 기둥 위주로 구성되어 주로 주차공간으로 사용되는 구조를 말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주차공간이 건축법시행령 제119조에 따라 전체면적에 포함되지 않으려면 벽면적 1/2 이상이 열려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주차공간을 벽체로 막아 실내공간화하지 않도록 하려는 목적이겠으나, 결과적으로 1층이 내력 벽체보다 기둥 위주로 만들어진 공간이 된다.
사실 필로티 구조는 현대건축의 거장이라 불리는 르코르뷔지에가 주창한 근대 건축 5원칙 중 하나다. ‘필로티, 옥상 테라스, 자유로운 평면, 가로로 긴 창, 자유로운 파사드는 철근콘크리트가 만들어낸 기둥-보 방식(돔이노, Dom-ino)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만들어졌다.
이 원칙이 잘 표현된 빌라 사보아에서도 필로티 하부가 주차공간으로 계획돼 있으며, 교통수단의 발전에 걸맞게 주거공간이 잘 대응한 것이라 판단된다. 르코르뷔지에의 필로티 구조는 단순히 ‘기둥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충분한 벽체가 1층의 실내를 구획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포항지진으로 심각하게 파괴된 필로티 구조는 최소한의 계단실을 제외하고 비교적 얇아 보이는 기둥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건축물을 계획할 때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주차대수를 확보하려고 하면 필로티 구조 기둥의 수량은 적게, 단면은 작게 계획해야 할 경우가 생긴다. 무리해서 구조체를 줄인 경우 ‘내진 기준을 만족하기 어려우니 설계를 변경하라’는 구조 기술사의 피드백이 돌아온다. 다시 말해 모든 필로티 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기둥 단면이 작고 지진에 대응할 수 있는 내력 벽체의 양이 적어서 문제라는 것이다.
우리 집은 괜찮을까
포항지진 이후 많은 이들이 ‘우리 집은 괜찮을까’ 하는 걱정에 내진설계 여부를 확인하곤 했다. 먼저 내진설계 적용대상이 되는 건축물을 확인하기 위해 관련 법의 연혁을 살펴보도록 하자.
건축물이 설계된 시기와 규모를 확인해보면 내진설계가 이루어진 건물인지 대략 확인할 수 있겠다.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서 꼭 지진에 취약하다고 할 수는 없으나 최근 지진이 빈번히 발생한 지역의 건축물들은 지역 건축사협회와 구조기술사들이 건축물의 현황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있다.
내진설계 의무규정
1988년 6층 이상 10만㎡ 이상
1995년 6층 이상 1만㎡ 이상,
2005년 3층 이상 1,000㎡ 이상,
2015년 3층 이상 500㎡ 이상,
2017년 12월 1일부터는 2층 이상(목구조는 3층),
연면적 200㎡ 이상(목구조는 500㎡ 이상)
건물주 혹은 거주자가 안심하기 위해서나 전문가들이 정말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구조 보강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논리적으로는 X, Y 두 방향(직교하는)에 대응하는 내력벽을 세워주면 된다. 그러나 주로 철근콘크리트조인 기존 건물에 일체화(앵커를 박거나, 콘크리트 피복을 철거 후 기존 배근에 연결하는 등)시켜서 배근 및 타설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 때문에 철골 구조 보강, 철판 보강, 탄소 섬유 보강 등의 방법을 주로 사용하는 편이다. 철골 구조로 내력벽 역할을 하게 해주거나, 철판이나 탄소섬유를 부착해 기존 기둥-보의 강성을 높여준다.
또한, 지난 2015년 의정부 아파트나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가 필로티 부분에서 발생해 건물 전체로 번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필로티 구조가 화재에도 취약한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기도 한다.
6층 이상, 최고 높이 22m 이상의 건물은 외장재 연소로 인해 화재가 커지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지만 해당하지 않는 경우는 드라이비트(외단열 일체형 마감재)를 사용할 수도 있다. 아래에서 위쪽으로 번지기 쉬운 불의 특징 때문에 필로티 천장면에 화재가 발생할 경우 드라이비트까지 피해를 보게 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정부는 이에 대응해 국민의 안전을 꾀할 수 있도록 법규를 보완한다. 이미 몇몇 지자체는 건축 허가 과정에서 건축법상 외장재의 규제가 없는 규모의 건축물도 불연 외장재를 사용하도록 소방 관련 협의를 하고 있다.
문제는 주차에 있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주차공간을 확보하는 기준이다. 필로티 구조를 만들어낸 것은 주차대수 산정에 관한 법과 건폐율, 용적률, 1층이 필로티 구조의 주차장이면 상부로 주거 용도의 한 층을 만들 수 있는 등의 건축법이다. 법의 한도에서 최대한 많은 면적과 세대수를 확보해야 건물주의 수익이 커지기 때문에 필로티 구조는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의 건축 중 많은 부분이 법규에 의해 만들어지고 결정되곤 한다.
유럽 여행에서 외관이 오래된 건물 여러 개의 내부를 연결해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수백 년 전 자동차라는 것이 없던 시절부터 형성된 건물의 외관은 유지한 채, 각 집이 소유한 자동차를 주차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대안이었으리라.
주차는 각자의 필지 내에서 해결해야 하는 나라에 사는 나의 눈에는 이러한 삶의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아파트도 공동의 주차 공간 중 정해진 대수만큼 내가 주차할 권한과 지분을 가지고 있듯, 다세대, 다가구 밀집 지역에서도 공동의 주차공간의 지분을 소유하는 방식이 허용된다면, 1층은 아름다운 상가로, 상부층은 주거 공간으로 사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정리하자면 ‘필로티 구조 자체가 문제’라는 식의 언급은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필로티구조는 건축사들이 안전하면서도 실용적인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결과이며, 적절한 구조체가 지지하고 있다면 충분히 안전하다. 물론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은 상태라면 경우에 따라 적절히 보강되는 것이 좋다. 필로티 구조도 우리 건축의 일면이며, 행정적인 아이디어가 더해지면 필로티를 대신할 방법이 나올 것이고 그렇게 되면 우리 도시의 풍경이 좀 더 나아질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글 | 박정연 건축가, Grid-A 건축사사무소 대표 www.grid-a.net
네이버 블로그 ‘집을 그리는 사람의 건축답사기’ architour.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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