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테리어브라더스 Mar 22. 2019

공간을 유영하는 직선과 곡선_다사주택

낙동강을 마주하고 있는 마을은 클라이언트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입니다. 자녀들이 성인이 될 즈음부터 고향으로 돌아와 주택을 짓고 노후를 보낼 계획을 세웠던 클라이언트. 처음에는 어릴 적 살던 집터에 새로운 집을 지으려고 했으나 지금은 대로변이 되어버려 지금의 위치를 선택했습니다.

다사주택 외관 모습 ⓒ 스노우에이드

고향을 굽어보는 마을 안쪽에 있는 대지는 마당 옆으로 대나무숲이 우거져 있어 집을 아늑하게 안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남쪽으로 마당과 거실의 전망을 확보하기 위해 건물을 최대한 대지의 동쪽 경계에 붙여 배치했습니다. 건물의 형상은 대지의 형상을 따라가는 모습이 되었고 진입도로 쪽에서 점차 상승하는 형태로 멀리서 보면 능선의 형상을 갖도록 설계했습니다. 동남쪽으로 낙동강과 마을 전경이, 남서쪽으로는 마당과 대나무숲의 모습을 지닌 이 대지에 자리할 공간을 계획·설계하면서 집안 곳곳에 다양한 자연의 풍경을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징크로 지붕을 마감했다ⓒ 스노우에이드

많은 사람이 아파트라는 평면적인 공간에 살고 있습니다. 각 방마다 한정된 역할이 주어져 있는 아파트는 변화 없이 꽉 조인 도심의 일상과 닮아 있어 단조로운 일상의 주범이 되곤 합니다. 그러나 주택은 좁고 넓은, 높고 낮은, 밝고 어두운 입체적인 공간감을 바탕으로 다양한 장면을 만들어냅니다. 주택의 삶은 시간의 흐름과 계절의 변화를 만끽하며 서서히 가꾸어 나가는, 공간의 의미를 다시금 깨닫게 합니다.

유려한 곡선이 아름다운 외관 모습 ⓒ 스노우에이드

마당 쪽 입면은 유연하게 흘러가는 형태입니다. 라임스톤(모카 크림)을 세로로 길게 잘라 곡면을 따라 돌도록 했습니다. 굳건한 형상을 보이는 마을 쪽 입면은 메탈릭 그레이 컬러 벽돌로 마감했죠. 다소 이질적인 두 재료를 검은색 징크지붕이 감싸 안음으로써 재료의 시각적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내부도 외부처럼 유려하게 흐르는 곡선 디자인이 아름답다 ⓒ 스노우에이드

디자이너는 산비탈 능선을 따라 설계된 건축의 지붕 구조를 내부 공간 안에서 그대로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주방과 거실의 높고 천장은 다양한 각도를 가진 건축 지붕의 모양을 그대로 살려낸 것입니다. 반면 침실은 ‘휴식’에 충실한 공간으로 낮은 천장과 톤 다운된 가구를 배치했습니다.

공간의 흐름이 담긴 복도 ⓒ 스노우에이드

복도와 거실에는 공간의 흐름을 담아냈습니다. 안락하게 주인을 맞이하는 나지막한 현관을 지나면 좁고 낮은 복도가 나타납니다. 복도를 지나면 곡면 벽을 타고 높은 층고의 거실로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갑니다.

커다란 폴딩 창은 풍경은 물론 햇살까지 듬뿍 담아낸다 ⓒ 스노우에이드

남쪽 마당을 바라보는 거실에는 커다란 폴딩 창이 있어 한겨울에도 실내로 햇살을 끌어들입니다. 오버스케일된 거실은 공간의 클라이맥스가 되고 계단을 통해 흘러 2층으로 연결되는데요, 계단참을 따라 비스듬하게 뚫린 창을 통해 대나무 숲의 전경이 펼쳐집니다. 자녀들의 방으로 연결되는 낮고 긴 복도는 공간 시나리오의 종착점이 됩니다. 2층 자녀 방의 긴 수평 창은 마치 액자처럼 멀리 죽곡산의 해가 떠오르는 전경을 담아냅니다.

욕조에서 바라본 전경 ⓒ 스노우에이드

욕조에서 보내는 휴식 시간은 클라이언트의 중요한 일상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욕실은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며 창을 통해 전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습니다. 욕조에서 바라볼 때 정사각형 창이 바로 보이는 디자인으로 설계가 나온 뒤 클라이언트는 소나무를 심었습니다. 그 덕분에 또 하나의 액자 같은 멋진 풍경이 탄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