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센토 Oct 12. 2022

미로의 언덕

@Barcelona


햇살 쏟아진다. 가끔 삶의 흐름이 바뀌는 듯 느껴질 때가 있다. 끝이 보이지 않던 나날들이 다시 겨우 견딜만한 시간으로 바뀌는 순간. 비 그치고, 새 날고, 아이들이 웃는다. 단 한번도 저 언덕 너머로 달려가 본 적이 없다. 그저 불안한 마음에 황급히 손 내밀어 지푸라기라도 붙잡으며 하루하루 버텨 왔을 뿐.


갈 때까지 가보지 못했다는 것, 마음껏 표현하지 못했다는 것, 누군가의 등을 따라 평범하고 무난한 인생을 살아왔다는 것. 그것이 비 그친 해질녘에 마주쳐야 했던 어설픈 후회의 민낯이다. 그러나 한바탕 싸구려 감상이 지나간 자리엔 새끼 손톱만한 상채기 하나 없다.




무언가를 시작하는 데 필요한 것은 그리 거창한 게 아니다. 사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두 개의 동그라미 뿐이다.*


하나의 원은 출발점이다. '시작이라고? 대체 어디에서 시작한단 말인가?' 당신이 하고 싶은 그것을 찾는 일, 바로 우리의 욕망의 소리를 듣는 것이다. 두번째 원은 지금 내가 갖고 있는 것을 살펴보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자, 나는 이것을 하고 싶은데 당장 무엇으로 시작할 수 있을까?’ 


혹시 펑크락(Punk Rock)을 좋아하는가? (나의 경우에 펑크락의 대부 이기팝이 보여줬던 환한 여름 대낮의 공연은 내 인생의 공연 중 하나이다) 혹 단순한 코드의 시끄러운 음악이 당신의 취향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그들의 펑크 정신 - Do It Yourself(스스로 하라) - 만은 우리의 시작에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 하고 싶은 것을, 지금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하는 것, 그것이 시작의 비결이다. 자, 여기 코드 하나고 있고, 또 다른 코드 하나가 있다. 비록 처음은 서툴고 거칠겠지만, 이제 당신만의 음악을 연주할 때이다. 끝.





* 나는 이것을 독립출판을 하는 <How we are>의 발행인 임소라에게서 배웠다.



이전 11화 어떤 예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