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군대, 나의 섬
바람이 불기 전에
비가 내리기 전에
어둠이 삼키기 전에
바람이 지난 후에
비가 마른땅 위에 서서
문득 이곳에서 보낸 나날을 생각했습니다
무엇이든 처음이던 나날들…
그땐 있어도 거죽뿐이었지만,
지금은 다를 것 같아, 조금은 준비된 것 같아
아무에게 알리지 않고 몰래 돌아왔습니다.
오랜만입니다. 이곳.
그저 마음이 고립된 섬이었을 뿐인데,
그땐 왜 그리 벗어나려 했는지…
하지만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다름 아닌 지금은,
이곳 아닌 다른 곳을 회피하려 이곳을 찾은 것을
이제 그런 어리광 부리지 않도록
직면하려 합니다.
세찬 바람이 불어오고
따가운 빗줄기가 뺨을 적시며
칠흑 같은 어둠이 다가와도
이렇게 이곳에 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