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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인채 Apr 1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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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군대, 나의 섬

바람이 불기 전에

비가 내리기 전에

어둠이 삼키기 전에


제주도 하귀


바람이 지난 후에

비가 마른땅 위에 서서


문득 이곳에서 보낸 나날을 생각했습니다

무엇이든 처음이던 나날들…

그땐 있어도 거죽뿐이었지만,

지금은 다를 것 같아, 조금은 준비된 것 같아  

아무에게 알리지 않고 몰래 돌아왔습니다.

오랜만입니다. 이곳.


그저 마음이 고립된 섬이었을 뿐인데,

그땐 왜 그리 벗어나려 했는지…

하지만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다름 아닌 지금은,

이곳 아닌 다른 곳을 회피하려 이곳을 찾은 것을


이제 그런 어리광 부리지 않도록  

직면하려 합니다.


세찬 바람이 불어오고

따가운 빗줄기가 뺨을 적시며

칠흑 같은 어둠이 다가와도

이렇게 이곳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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