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길
능선을 따라 걷습니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고 날은 빠르게 저물어갑니다. 때마침 눈앞에 지름길이 보입니다. 마음은 조바심을 내며 묻습니다. 저곳으로 가로지를까?
아니야…
아무도 보지 않음에도 저는 보란 듯 크게 고개를 가로저어 봅니다.
그랬던 적이 있습니다. 그 밤, 날이 새도록 걷고 싶었고, 그 사람, 언제나 함께 이길 바랐으며, 그 느낌, 오래 간직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땐, 무엇에 그리 쫓겼는지 매사 걱정이 많고 마음은 급했습니다. 더 빨리 걸어야 할 것 같았고, 놓칠까 봐 전전긍긍했으며, 그 순간에 충실하지 못했습니다. 머지않아 숨이 가쁘게 차올랐습니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한때 그게 타고난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누구와 무엇을 끊임없이 의식했을 뿐 결국 그건 진심이 아니었던 것을… 알겠습니다. 아마도 의식한 기대와 다른 나 자신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젠 저를 포함해 그 누구와 무엇도 저곳으로 가로지르라 말하지 않습니다. 한없이 느긋해지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적당하게… 결국 너무 빠르거나 느린 건 좋지 못하니까.
지름길을 지나쳐 능선을 따라 계속 걷습니다. 결국 차가운 바람을 피할 수 없고 밤은 깊어지겠지만, 서두르지 않고 조금씩 걷고 싶을 만큼 걸어보려 합니다.
그리고 언젠가 그럴 수 있다면,
그땐 함께 머무르고 싶은 만큼 머물고, 순간을 놓치지 않길 바랍니다.
너무 빠르거나 너무 느리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