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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인채 Jul 03. 2019

재회

이별

경기도 남양주

여름밤 꿈속에서…

한적한 밤길을 운전합니다. 곁엔 당신이 있고, 우린 끝없이 만났다 헤어지는 추월 차선을 말없이 바라봅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한동안 주저하던 제가 무언가 먼저 말을 꺼냅니다. 그리고 그제야 당신도 경로를 이탈하듯 입을 엽니다. 

“네 진심이 뭐든 적어도 그때 넌 내게 작별 인사라도 했어야 했어.”

“……”

“그렇게 사라졌다가 이제 나타나서 그렇게 말하면, 그러면 난…”

비 오지 않는 밤이지만, 차창엔 사선의 빗줄기가 비치는 듯합니다. 그리고 묵직한 침묵을 걷어낸 마음의 빗금은 저를 향해 매섭게 몰아칩니다.  

“불길한 소문도 들었어. 믿지 않았지만 불안했어.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그런 건 아니야…" 목이 매이 듯, 전 말이 되지 못한 소리를 웅얼거립니다. 

“왜 그랬어?”

당신이 다그칩니다. 변명할 수 있지만 용서받을 수 없다는 건 압니다. 

"말해 봐. 말해 달라고!"


충청북도 영동


제발 그만해…

외마디 비명과 함께 순간 달리던 차의 브레이크를 힘껏 밟습니다. 차는 놀란 나머지 갈지자로 요동치다가 겨우 진정하여 멈춰 섭니다. 인적을 찾아볼 수 없는 밤의 도로, 그곳에서 나 자신과 심연의 진실이 조우합니다.      

운전석을 박차고 나간 전 그대로 길 저편의 어둠 속으로 향합니다. 문득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 속에 희미해지길 상상합니다. 영혼은 온전히 길을 따라 걷지만, 육체는 공허하게 빛바래는 것입니다. 눈을 감고 당신을 떠올리려 해 봅니다. ‘함께이고 싶다.’ 그건 거짓말이 아닙니다. 소문도 사실이 아닙니다. 단지 우리에겐 인연의 알갱이가 부족했을 뿐입니다.


걷다 보니 어떤 빛이 눈에 들어옵니다. 가로등입니다. 어둠과 사귀지 못해 외로워 보입니다. 그곳에 표지판이 있고, 갈림길이 나 있습니다. 이대로 어느 방향을 정해야 할까? 어디든 또 다른 어둠 속으로 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혹은 왔던 길을 되돌아가 당신에게 갈 수도 있겠죠. 용기는 없지만, 운명이 되어 언젠가 돌아간다면 그땐 당신과 길고 진실한 대화를 나눌 것입니다. 그런 생각에 가로등을 뚫어지게 바라보니 빛의 잔영에 눈이 멀고 맙니다. 언젠가 당신이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너무 따지는 사람은 별로야.” 


순간, 멍멍해진 시야 속에 누군가 환영처럼 다가와 손을 건넵니다. 그리고 제게 속삭이는 듯 말하죠. 

“어딜 가? 나랑 가자.”


뉴욕 맨해튼


헉… 식은땀을 흘리며 깨어납니다. 철렁하며 발을 한 계단 헛디딘 느낌입니다. 생각해봅니다. 한 여름밤, 난 왜 이런 꿈을 꾼 걸까? 많이 그리운 걸까? 그냥 열대야라 그럴까? 아니면, 어제 본 귀신 영상 때문일까? 


당신이 말해주었으면 합니다. 

지금은 얘기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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