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들어요.”
수화기 건너 당신을 안다는, 당신은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의 지인이 말했다.
“누굴 하나 소개해줄 겁니다. 당신이 그곳으로 건너가는데 도움을 줄 거예요.”
“셰르파 말씀이십니까?”
당신은 얼른 고산 지대의 길잡이가 떠올랐다.
“비슷해요. 하지만 그보단 더 포괄적인 역할을 담당한다고 말해 두죠.”
그곳까지 갈 수 있느냐 없느냐는 그에게 달렸다고 했다.
“그렇다고 너무 긴장할 필욘 없어요. 미리 언질을 해뒀고, 어느 정도 편의를 봐줄 거예요. 믿고 의지할 만할 겁니다.”
셰르파보다 포괄적인 담당자의 이름은 바로사였다. 말 그대로 이름부터가 ‘믿음’, 그밖에 신뢰, 의지 그리고 희망이라는 뜻도 있다고 했다. 또 다른 희망…… 하지만 당신은 좀 더 확실한 것을 원했다.
“그래도 안전한, 그러니까 정상적인 루트인 거죠?”
“일반적인 건 아니에요. 공식적으로 그런 기회를 잡는 건 불가능에 가깝죠. 요구 자격도 엄격하지만, 추천 따윈 일체 받지 않거든요. 당신은 예외적인 경우고요. 아무튼 걱정이 뭔지는 아는데, 굳이 답하자면 믿음을 가지라고 하고 싶네요.”
그곳에 가면 가고 가지 못하면 못하는 것이지 에둘러 표현하니까 괜히 불안했다. 그런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런 말까지 덧붙였다.
“일이 항상 잘 풀릴 순 없잖아요.”
섣부른 확신은 위험하다는 것이지만, 당신 입장에서는 마치 그렇게도 들렸다. ‘만에 하나 일이 틀어져도 난 몰라요.’
먼저 제안한 것은 그쪽이 아니냐며 따지고 싶었지만, 더는 심기를 건드릴 수 없었다. 이제 와서 따져봐야 소용없었다.
“알겠습니다.”
“너무 걱정하진 말아요. 바로사가 그곳으로 가는 티켓이라고 생각하세요. 믿음이 있어야 어디든 길이 통하잖아요.”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는 것처럼 말이죠?”
“아니죠.”
“그럼……”
“비단길이죠.”
“설마 낙타를 타고 사막을 건너야 하는 건 아니죠?”
“그럴 수도 있고요.”
당신을 안다는, 당신은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의 지인은 마지막으로 더 궁금한 것이 있냐며 물은 뒤 전화를 끊었다.
능수능란한 사람이었다. 궁금한 건 다 물어보라면서 막상 질문은 제한되어 있었다. 가능하면 직접 만나서 확인하고픈 마음이 굴뚝이었지만, 그건 분명 주제 넘는 짓이었다. 괜히 초를 칠 게 아니라, 닥치는 대로 일을 풀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한번 보자고 했다. 사전 준비 겸 일종의 오리엔테이션이었는데, 만나보니 까다로운 건 없었다. 노래를 불러야 할 일도 없었다. 긴장을 유지시키려는 듯 조금 겁을 주었을 뿐이다.
“그곳에 대해 당신이 아는 건 모두 잊으세요.”
그러며 자신은 편견과 안일함을 극도로 경계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곳에 가기 위한 준비물을 조목조목 가르쳐 주었는데, 단 하나도 빼먹지 말고 그대로 준비하라고 했다. 자신도 동행하지만, 그렇게 해야 무사히 그곳에 갈 수 있다고 했다. 아득해 보이는 길을 가려면 그 말을 믿어야 했다.
믿음이 그곳까지 당신을 안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