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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le Ale Aug 12. 2018

미스터 션샤인의 언어 권력

언어가 곧 권력이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미스터 선샤인은 극의 재미도 재미지만 극에서 다루어지는 언어가 흥미롭다. 언어가 곧 권력임을 꽤나 노골적으로 다루고 있다. 제목부터 "선샤인"이 아니라 근대 당시 표기법 "션샤인"을 쓴다. 언어가 중요한 역할임을 제목에서 나타내고 있다.


우선 양반의 언어는 평민과 다르다. 애신은 항상 점잖고 품위 있게 격식을 갖춘 언어를 사용한다. 그녀의 상대 최유진도 역시 그에 상응하는 언어를 사용한다. 비록 출신은 노비이나 최유진의 현직은 미군 장교이며 미 영사관 영사 대리라는 고위 관료인 만큼, 양반에 상응하는 지위를 갖고 있고, 그에 걸맞은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반면 양반이 아닌 다른 인물들은 평범한 대화체를 사용한다.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 권력관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연출이다. 애신의 언어는 격식과 예의를 갖추었지만 곧 자신의 신분에 따라오는 권력을 고스란히 나타낸다. 나이와 관계없이 그녀는 자신보다 신분이 낮은 사람에게는 하대를 한다. 


언어가 권력을 상징하는 극명한 사례는 이완익에게서 찾아야 한다. 신미양요 당시 미군의 통역을 맡았던 그는 곧 일본어를 익히고 일본의 힘을 등에 업고 권력을 누린다. 외국어, 특히 당시 세력이 강한 국가의 언어를 구사한다는 사실 하나로 이완익은 중인의 신분이지만 고위 벼슬에 오르고 일국의 정치를 좌우하는 권력을 누린다.


언어가 곧 권력임을 이완익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언어와 권력의 관계는 아마도 인류의 역사와 같이 할 텐데, 이는 권력의 원천이 되는 지식과 정보의 전수가 언어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권력을 가진 계급은 자신만의 언어를 사용하여 다른 계급과 구별 짓고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사용하였다. 


한글이 만들어졌음에도 극히 최근까지 (신문에서 한자가 사라진 것은 90년대 들어서이다) 한자가 광범위하게 쓰인 이유는, 권력관계이기 때문이다. 어려운 한문은 지식인, 즉 지배층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는 기반이었다. 습득하기 어렵기에 배타적으로 지식과 정보를 접하고 전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한자의 지위를 최근에는 외국어 특히 영어가 대체했다. 영어는 우리나라 사람이 습득하기 어렵고, 시간과 재원이 투자되어야 습득 가능하다. 또한 고급 지식과 정보의 습득은 영어를 아는 사람이 절대적으로 더 유리하다. 그렇기에 기득권층은 자녀들의 영어교육에 열을 올린다. 과거 양반계급이 자녀들의 한문공부에 열을 올렸듯이. 언어가 기득권을 유지하는 주요한 수단인 것이다.


드라마에서는 저물어가는 기득권 층 즉 한문으로 상징되는 양반계급의 언어와, 부상하는 신흥 기득권 층 즉 강대국의 언어에 능통한 야심가를 대비하며 언어 권력이 변화함을 보여주고 있다. 드라마의 주제는 강대국의 각축장이 된 조선에서 의병이 된 양갓집 규수와 그녀를 둘러싼 사내들의 로맨스를 기반으로 시대극을 표방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보이는 언어의 역할이 흥미롭다. 작가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드라마의 숨겨진 주연은 언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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