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해 활동이 위축되어 시간이 많이 남아서 쓸데없는 상상을 많이 하는 것인지, 혹은 세태가 각박해지다 보니 너무 예민하고 까칠해진 것인지, 요즘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어려운 일이 발생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추미애 장관의 "소설 쓰시네"라는 발언에 대해 소설가 협회에서 추미애 장관에게 공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는 기사 얘기이다.
해당 기사에는 비아냥 댓글이 엄청나게 달렸고, 비꼬는 패러디를 양산하고 있다. "발로 그렸냐," "안 봐도 비디오네," "개그 하시네," 등의 일상적 표현에 대해 화가협회, 비디오협회, 개그맨협회에서 왜 비난 성명 발표하지 않느냐는 댓글 등, 온갖 패러디가 쏟아지고 있다. 이런 사태를 불러온 해당 기사를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소설가협회는 30일 김호운 이사장과 회원들 명의로 낸 성명을 통해 최근 추 장관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아들의 군 휴가 미복귀 의혹과 법무차관의 대가성 인사 의혹을 결부해 제기한 미래통합당 윤한홍 의원의 질의에 "소설 쓰시네"라며 반발한 대목을 언급하며 "이 장면을 보고 많은 소설가들은 놀라움을 넘어 자괴감을 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 나라 법무부 장관이 소설을 '거짓말 나부랭이' 정도로 취급하는 현실 앞에서 문학을 융성시키는 일은 참 험난하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국회에서 국민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법무부 장관이 아무렇지도 않게 소설을 '거짓말'에 빗대어 폄훼할 수가 있냐. 어려운 창작 여건에서도 묵묵히 작품 활동을 하는 소설가들의 인격을 짓밟는 행위와 다름없다"며 추 장관의 공개 해명과 사과를 촉구했다.
협회는 또 "법무부 장관이 소설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 같으니, 우선 간략하게 설명부터 드려야 할 것 같다. '거짓말'과 '허구(虛構)'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듯해 이를 정리한다"며 소설과 거짓말의 차이점을 학술적으로 설명했다.
"거짓말은 상대방에게 '가짜를 진짜라고 믿게끔 속이는' 행위다. 소설에서의 허구는 거짓말과 다르다. 소설은 '지어낸 이야기'라는 걸 상대방(독자)이 이미 알고 있으며, 이런 독자에게 '이 세상 어딘가에서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이야기'로 믿게끔 창작해 낸 예술 작품이다."
소설가들은 언어를 다루는 사람이고 특정한 단어나 표현이 전달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발표한 성명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황당한 생각이 드는 것은 나 혼자만의 느낌이 아닐 것이다. 기사에 달린 댓글은 소설가협회에 대한 조롱 일색이다. 왜 아니겠는가. 이게 얼마나 황당하고 코미디 같은 상황인지 소설가 협회의 회원들이 몰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도 "소설 쓰시네"라고 한 발언이 이들의 주장대로 일국의 법무부 장관이 소설을 거짓말 나부랭이로 취급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소설 쓰고 있네"와 같은 표현은 누구나 사용하는 일상적이고 관용적 표현이다. 소설을 거짓말 나부랭이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설명할 필요도 없는 일인데, 왜 이런 황당한 성명이 나온 것일까?
소설과 허구의 차이에 대해 학술적 설명까지 추가한 대목에서는 사실 황당함을 넘어서 기이하기까지 하다. 법무부 장관은 고사하고 일반인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해 학술적 설명을 하고 있다니, 소설가가 살고 있는 세상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매우 다른 자기들 만의 허구의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이다.
"소설 쓰시네"라는 아무 문제없는 일상적 표현에 대해 성명에서 밝힌 대로 소설가들이 자괴감을 느끼고 인격을 짓밟혔다고 느꼈다면, 그렇게 느낀 소설가들은 심각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라고 하겠다. 일상적 표현과 폄훼를 구별하는 능력도 없는 사람이 소설가협회 회원들이라는 사실은 정말로 기이한 일이라고 밖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으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이 해괴한 상황에 대한 설명으로 정치적 목적을 상정해보지 않을 수 없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니, 상식에 반하는 정치적 목적을 가진 성명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무엇이 소설가 협회로 하여금 해괴한 성명을 발표하게끔 만들었는지는 아마도 미스터리로 남겠지만, 소설가들까지 코미디를 하고 있으니 개그콘서트 프로그램이 폐지될 수밖에 없다는 댓글에 공감하게 된다. 정말 코미디 같은 상황이 아닐 수 없고, 코미디의 영역을 침범한 소설가들이야말로 개그맨협회에서 엄중 항의를 받아도 할 말 없는 일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