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ale Ale Jul 06. 2017

세계 문화유산 도시 루앙 프라방

라오스 부부 배낭여행기 11

루앙프라방은 이번 라오스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이다.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유서 깊은 도시이다. 방비엥에서 루앙프라방까지는 버스로 7시간가량이 걸린다. 버스는 험한 산을 구불구불 굽이친 험한 도로를 아슬아슬하게 달려간다. 당연히 속도를 높일 수 없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깎아지른 낭떠러지 사이로 좁고 열악한 도로가 이어지기에 때로는 간담이 서늘해지기도 하지만 풍광은 절경이다. 


여행자 버스가 루앙프라방에 도착하면 예의 툭툭 기사들이 몰려든다. 우리는 방비엥에서 미리 예약을 했고, 숙소에서 마중을 나와주기로 했다. 방비엥의 숙소가 매우 마음에 들었었는데, 우리 다음 목적지를 알게 된 숙소 주인이 루앙프라방에도 자신이 운영하는 숙소가 있다고 하기에 두말없이 예약을 했다. 사실 이 숙소의 주인은 태국 사람이다. 태국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감각이 있다. 숙소를 꾸미고 장식하는 센스는 확실히 태국 사람들이 뛰어나다.


숙소에서 툭툭을 보내준다고 하여 몰려드는 툭툭 기사를 모두 물리쳤는데, 기사가 나타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무 툭툭이나 잡아타고 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아까부터 저쪽에 있던 툭툭 기사가 기사들끼리 뭐라고 얘기를 나누더니 다가와서 내 이름을 대고 맞냐고 한다. 도대체 왜 뻔히 보고 있으면서 이제야 와서 물어보는지 이유라도 알고 싶었으나, 겸연쩍은 듯 웃는 기사와 언어문제로 의사소통은 불가능했다. 


라오스 사람들은 인근의 다른 국가와 조금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굳이 표현하자면 품위가 아닐까 싶다. 약싹 빠른 것과는 거리가 멀고, 조용하지만 기품이 느껴지는 사람들이다. 야단스럽게 이름표를 들고 여행객들 사이를 누비는 대신에 조금 떨어져서 바라보다가 다가오려 했었던 것 같은데, 우리가 예약된 손님의 인상착의에 제대로 부합하지 못했었나 보다. 여하튼 루앙프라방의 게스트하우스에 무사히 도착했다.


도착한 게스트하우스는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숲 속의 방갈로 형태의 숙소인데, 방비엥의 숙소와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매력을 풍기는 숙소였다. 침대를 온통 감싼 하얀색 모기장은, 어릴 적 영화에서 보고 동경했던 바로 그 남국의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해주었다. 이번 여행의 숙소는 이백 프로 성공이었다.



우리가 루앙프라방에서 묵은 숙소는 목조 벙갈로인데, 매우 운치 있고 조용하고 편안해서 참 좋았다. 관광을 마치고 돌아오면 매일 저녁 이 발코니에 앉아 비어라오를 마셨다. 시내에서 약간 떨어져 있는 곳에 위치해 있어서 시내로 나가기 위해서는 이 다리를 건너 거야 한다. 참 소박한 다리이다.




루앙프라방 시내는 깔끔하게 잘 정돈되어 있어서 편안하게 산책하기에 좋다. 도심 쪽에는 프랑스풍과 라오스 양식의 건물들이 들어서 있고, 고급 호텔과 레스토랑도 이곳에 몰려있다.




라오스만의 조금은 특별한 풍경인데, 클래식 자동차를 주차해 놓은 곳이 많다. 대부분 고급 호텔이나 레스토랑 앞에 주차해 놓았는데, 그래서 이런 클래식 자동차가 서있는 곳을 보면 어떤 건물 일지 짐작할 수 있다.





루앙프라방의 가장 번화가라 할 만한 곳인데, 여행사와 음식점과 호텔들이 이 도로를 따라 몰려있다. 우리는 주로 걸어서 시내 구경을 다녔는데, 자전거를 빌려서 돌아보면 효율적이고 편하게 돌아볼 수 있다. 시내가 그리 넓지 않고 평지여서 자전거로 돌아보기 좋다. 다만 자전거를 렌트할 때 상태가 좋지 않은 자전거가 꽤 있으니 잘 살펴보고 골라야 한다.



상점들이 대부분 야단스런 장식 없이 소박해서 편안하고 좋다. 이 미용실도 썩 한가해 보인다.



루앙프라방의 번화가는 저녁이 되면 쇼핑몰로 탈바꿈한다. 다양한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야시장이 선다.




활기가 넘쳐흐르고, 관광객들과 라오스 사람들이 섞여 왁자지껄해진다. 저렴한 가격에 수공예품을 구매할 수 있는데, 현지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침대 시트 세트를 말도 안 되는 가격에 구매한 아내는 매우 기분이 좋다. 라오스 시장에서도 역시 흥정은 필수인데, 라오스 상인의 흥정은 태국 상인들과는 다른 특징이 있다. 그리 크게 깎아주지 않는다. 태국에서는 흥정을 하다 가격이 맞지 않아서 일어서면 어김없이 다시 잡아끌며 가격을 낮춰주는데, 이곳 상인들은 굳이 잡지 않는다. 라오스 사람들의 자존심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루앙프라방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중요한 요인중 하나가 메콩강을 따라 들어서 있는 운치 있는 카페들이다. 이들 레스토랑은 밤이 되면 더욱 운치를 더한다. 이곳에서 마시는 비어라오는, 가히 천국의 맛이다.



여행자들에게 가장 유명한 카페, 조마베이커리이다. 프랑스풍의 건물이고 내부 장식도 꽤 운치가 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과거 서구 제국 열강 지배를 받았을 당시의 유물을 대부분 그대로 보존하고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전통과 조화를 이루어 공존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안목은 오히려 우리보다 앞서 있다. 물론 우리가 숨 가쁘게 발전하느라 그런 것에 생각이 못 미쳤었고, 이들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발전이 느리기에 가능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여행자들에게 만낍뷔페로 유명한 시장 골목이다. 만낍, 즉 우리 돈 1400원가량 내고 먹을 수 있는 뷔페식당가인 셈이다. 길거리 좌판 아무 곳이건 만낍을 내고 양껏 먹을 수 있다. 물론 이곳 음식이 입맛에 잘 맞아야 하겠지만. 작고 조용한 도시이고 얼핏 크게 볼거리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이곳은 조용한 매력이 있는 도시이다.


루앙프라방을 여행 계획에 넣으면서,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가 컸다. 솔직히 말해서 도시는 그런 기대를 절대적으로 충족시켜 주지는 못했다. 조용한 사원의 도시이고 매력 있는 도시임에는 틀림없지만, 앙코르왓과 같은 장대한 사원이 끝없이 펼쳐져 있으리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앙프라방이 세계 문화유산의 도시로 선정된 이유, 바로 사원이다. 그래서 반드시 방문해야 할 사원부터 방문해 본다.


태국의 사원과 조금 다른, 조금 더 섬세하고 덜 장식적인 사원들이다. 그러나 앙코르왓을 보았다면, 사실 이 세상의 어떤 사원이라도 시시해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의 안목이 모자란 탓일 수 있겠지만.




가장 아름다운 사원으로 꼽히는 씨앙통사원이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보수공사 중이라 그 매력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을 수 있다. 태국의 많은 사원을 이미 둘러봤기에 비슷한 사원들에 대한 감수성이 떨어져 있었기에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 아름다운 사원임에 틀림없지만, 감탄사를 남발할 정도는 아니었다.



섬세한 장식이 인상적이었고, 사원 내부는 잠시 지친 발을 쉬며 명상에 잠기기 좋았다. 




가장 유명한 사원이라고 하는데, 기대했던 것보다는 소박해서 의외였다. 과하지 않은 그런 아름다움이 이 사원을 유명하게 만든 것일지 모르겠지만, 과문한 눈에는 의외의 소박함에 더하여 보수공사까지 진행 중이어서 사원의 참모습을 제대로 못 본 것 같아 아쉬웠다.




루앙프라방의 국립박물관 입구이다. 이 국립박물관은 원래 왕궁 건물이었으나, 공산혁명 이후에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왕궁 건물이었다고 하는데, 왕궁도 화려함이나 거창함과는 거리가 꽤 멀었다. 왕궁 치고는 소박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겠다. 과도한 기교나 화려함을 절제하는 것이 라오스 건축 문화의 특징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건물 자체는 비교적 소박하지만, 건물을 장식한 조각이나 데코레이션은 지극히 섬세하고 화려하다. 다만 보존상태가 그렇게 썩 좋지는 않아서, 정부 당국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겠다.




황금빛 장식으로 유명한 사원의 장식은, 물론 황금빛이고 섬세하다.


사족: 


요즘 어디를 가도 중국인 관광객들로 넘쳐나는 것 같다. 동남아 지역도 예외는 아니어서, 너무 많은 중국인 관광객들로 인해 피해를 봤다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접한다. 엄청난 인구를 가진 나라인 만큼, 여행객의 숫자도 상상을 초월할 때가 있다. 중국인들이 특히 많이 여행을 다니는 시점에 여행을 떠났다가 고생을 한 경험은, 요즘 여행을 많이 다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겪지 않았을까 싶다. 지리적으로 중국과 가까운 동남아시아는 특히 중국인 관광객들로 인해 호황이라면 호황이고 몸살이라면 몸살을 앓고 있다.


개인적으로 딱히 진상을 부리는 중국 관광객을 만난 적은 없었고, 오히려 중국 여행할 때 친절한 도움을 받은 터라 중국인들에 대해 특별한 감정은 없었는데, 방비엥에서 루앙프라방으로 가는 여행자 버스에서 난감한 경우를 당했다. 내 좌석을 중국인이 먼저 차지하고 앉아서 비켜주질 않았다. 분명히 그가 가진 티켓의 좌석번호는 훨씬 뒷자리인데, 이 자리가 자기 좌석이라 우기며 비켜주질 않는다. 차장이 와서 아무리 말해도 막무가내였다. 난감한 경우이다. 결국 불쌍한 차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너무 슬픈 표정으로 내게 양보해주면 안 되겠냐 애원을 했고, 더 이상 해결방법이 없음을 인정하고 뒷좌석으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


여행 관련 커뮤니티에 보면 중국 관광객들의 매너에 대한 글이 많이 올라온다. 워낙 많은 인구를 가진 나라이다 보니, 이런저런 다양한 사람이 많을 터이고, 매너가 없는 사람들의 숫자도 상대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겠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앞으로 중국 관광객의 숫자는 점점 더 많아질 터이고, 유명 여행지일수록 중국 관광객들이 점령하다시피 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여행을 다니면서, 이제 바야흐로 중국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체험하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방비엥에서 해야 할 것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