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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le Ale Jun 15. 2017

방비엥에서 해야 할 것들

라오스 부부 배낭여행기 10

처음 묵었던 숙소의 테라스에서 보는 풍경은 눈이 누릴 수 있는 호사의 극치라 생각했지만, 마실 다니다가 더 분위기 좋고 아름다운 게스트하우스를 발견하고 숙소를 옮겼다. 옮긴 숙소의 백미는 조식당이다. 이 게스트하우스는 조식을 포함하고 있고, 오믈렛과 바게트와 과일과 커피 그리고 음료수를 포함한 훌륭한 아침식사를 제공했다. 하지만 백미는 음식이 아니라 조식당의 위치와 경관이다. 이보다 더 호사스러운 아침식사를 해본 기억이 없다.


최고의 아침 식사


게스트하우스에 묵는 며칠 동안 매일 아침 이런 풍경을 보며 아침 식사를 했다.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이 믿을 수 없이 아름답다. 이곳의 아침 식사는 즐거움 그 자체였다. 지금도 이 게스트하우스 조식당 풍경이 눈 앞에 어른거린다. 아침 식사가 그렇게 행복했던 적이 없었다.


바게트도 맛있고 무엇을 주어도 맛있었을 조식당


사실 식사 자체는 솔직히 평범했다. 오믈렛에 바게트, 과일과 커피가 전부이다. 계란에 야채 약간 섞은 라오스식 오믈렛 맛은 대단할 것 없었고 커피는 조금 썼지만, 여기서는 뭘 먹어도 감탄하며 먹었을 것이다.


잊히지 않는 아침 식사


어떤 음식을 내놓아도 이 풍경 속 이 테이블에 올려놓으면 최고의 성찬이 될 터이니 말이다. 허름하기 짝이 없는 테이블이 어찌나 주변과 잘 어울리던지!


열대지방 생활의 지혜

열대 지방이다 보니 개미와 벌레가 많다. 벌레가 꼬일 만한 설탕과 연유는 이렇게 물을 담은 접시에 놓아 벌레를 막는다. 생활의 지혜이다. 우리는 벌레가 꼬일 걱정을 하지 않으니 다행일까?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국 사람들은 이제 벌레를 직접 볼일도 거의 없어졌다.


라오커피와 생강차


식당은 정말 소박하다. 이렇게 허름한 식당이지만 내 기억 속에 여전히 최고의 조식당으로 남아있다. 조식도 조식이었지만, 이 게스트하우스는 열대의 분위기를 한껏 살린 건물과 정원이 정말 편안하여 머무르는 내내 다른 어떤 호텔에서보다 더 편히 쉬었다.



한가롭고 깔끔하고 편안하게 잘 꾸며진 게스트하우스는 그 개방감으로 인해 호텔과는 비교할 수 없는 나름의 매력이 있다. 정원 도처에 편안한 해먹이 있어서 한가하게 누워서 책을 읽거나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혹은 하릴없이 졸거나, 마음 편하게 쉴 수 있는 곳이었다. 심지어 게스트하우스에서 키우는 강아지조차 분위기와 썩 잘 어울린다. 마치 소품처럼. 이런 숙소가 조식 포함 20불 미만이었다.




이곳 방비엥은 어디를 둘러봐도 한 폭의 그림이다. 자연이 너무나 아름답다. 그랜드캐년 같은 압도적인 자연이 아니라, 소박하면서도 정갈한 산수화 같은 그림이 눈을 돌리는 곳마다 펼쳐진다. 그리고 너무나 평화롭다. 강을 건너는 다리도 참 소박하다. 이 다리로 아슬아슬 오토바이도 건너가고 자전거도 건너간다.



산수화 속으로...


한적한 작은 시골 동네 방비엥이지만, 이곳이 유명한 이유 중 하나가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액티비티가 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는 것도 하루 이틀, 시들해질 무렵이면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마치 중국의 계림을 옮겨 놓은 듯한 산속으로 트레킹을 떠나본다. 봉우리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는 곳이 있는데, 정상에 오르면 발아래 펼쳐진 또 다른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서양 젊은이들은 슬리퍼를 신고도 올라가던데, 날카로운 바위가 많아서 제대로 된 운동화를 신고 올라가야 한다. 발을 다쳐 피를 흘리는 젊은 친구들도 봤다. 그래도 젊으니까 괜찮은 것인지, 다쳐도 씩씩하게 잘들 다닌다.



방비엥의 대표 액티비티는 단연코 튜빙이다. 방비엥을 가로지르는 강의 이름이 쏭강인데, 이 강을 따라 튜브를 타고 흘러내려오는 것이다. 혹은 카약을 이용하기도 한다. 현지 여행사에 투어 신청을 하면 한나절 신나는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투어 신청을 하면 지하 동굴을 포함하는데, 튜브를 타고 지하 동굴을 탐험하고 나온다. 본격적인 물놀이는 툭툭을 타고 한참 이동한 후 시작된다. 튜빙을 하는 사람들은 튜브를 타고, 카약킹을 할 사람들은 카약을 탄다.


튜빙을 즐기는 사람들


이곳의 튜빙이 각별한 이유가 있다. 흐르는 강물에 몸을 맡기고 천천히 흘러내려오면서 주위 절경을 감상할 수 있으니 특별하기도 하지만, 흘러내려오다 보면 요소요소에 있는 쉼터 격인 다양한 바에 들러 맥주 한잔 하는 즐거움이 각별하다. 위 사진의 FU BAR간판처럼, 튜브 타고 내려가는 사람들을 상대로 한 바들이 강변에 즐비하다.


한 손에 맥주 캔을 들고 마시며 천천히 강물 흐름 따라 떠내려 가면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고 천국에 와 있는 기분이 아니겠는가. 흘러가다 잠시 쉬고, 또 맥주 한잔을 마시고, 다시 흘러가다 또 다른 바에 멈춰서 또 한잔을 하고, 문자 그대로 신선놀음이다.



우리는 카약킹을 했는데, 카약킹의 특성상 여러 일행이 간단한 요령을 같이 듣고 시작한다. 자연스레 일행끼리 모여서 가다가 바도 같이 들어갔다. 역시 비어라오는 어디에서건 빠질 수 없는 메뉴이다. 이곳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음료는 단연코 비어라오이다.



강변의 바에서는 여러 나라에서 온 젊은이들이 즉석 만남도 갖고 술과 게임을 동반한 파티가 열리기도 한다. 젊음과 이국적 풍광과 맥주가 결합했으니, 당연히 뜨거운 만남이 없으면 이상한 일이겠다.



강물 따라 노 젓는 것에 지치고, 비어라오 한 병에 취기가 올라와 졸리면, 시원한 그늘 아래 해먹에서 한숨 자고 가면 된다. 비어라오를 시원하게 마시고, 약간의 취기에 잠깐 저 해먹에서 잠깐 눈을 붙였는데 천국이 따로 없다.


맥주와 함께 내려오다 보면 어느덧 방비엥의 허름한 다리 밑을 흘러 지나가게 되고, 튜빙과 카약킹은 마무리된다. 방비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액티비티이고 오직 튜빙을 위해 이곳을 방문하는 여행자도 있으니, 방비엥을 왔으면 꼭 해봐야 한다.



블루 라군

브룩 쉴즈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그녀가 주연했던 영화 '블루 라군'을 기억한다면 청춘이라 불릴 나이는 지난 사람이겠다. 남매간의 순수하지만 비극적 근친상간을 다룬 그 영화는 한국에서 극장 개봉을 하지 못했고, 덕분에 어둠의 경로에서 베스트셀러였다. 브룩 쉴즈는 아니지만 비키니의 젊은 처자들이 있으니 그래서 블루 라군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일까? 왜 블루 라군인지는 알 수 없지만, 방비엥에서 반드시 가봐야 할 명소이다.


호수 자체는 작은 규모이고 대단한 볼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나 에메랄드 물 빛깔이 신비스럽고, 세계 각국에서 온 젊은 청춘들의 다이빙 명소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방비엥 시내에서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빌려서 오거나 혹은 툭툭을 대절해서 와야 한다. 우리는 오토바이를 빌려서 왔는데, 의외로 길이 험하고 오토바이 상태가 좋지 않아서 신경이 많이 쓰였다. 아내를 뒤에 태우고 가는 길인데, 할리 데이비슨 같은 멋진 모터사이클을 폼나게 타고 가는 것이 아닌지라, 오로지 안전 운행을 하느라 애를 먹었다.


아름다운 에메랄드 빛 호수로 풍덩 뛰어들고 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기에 나이 들었음을 절감했다. 젊은이들은 열심히 물속에 뛰어들고, 밧줄을 타고 또 뛰어들고, 나무 위에 올라가서 또 뛰어든다. 지난번에 써서 올렸던 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쓰던 기분이 바로 이곳에서 느껴지는 심정이다.


블루 라군


젊은이들의 물놀이를 관조하는 나이가 되었다는 것을 느끼며 블루 라군 구경을 마친다. 신비한 색의 호수는 의외로 깊이가 있고, 투명한 물속에 노니는 물고기 떼를 보았으니, 찾아온 보람이 있었다고 자위한다.


길거리 쇼핑


어느 여행자의 글에서였던가, 초등학교 딸아이와 동남아 여행을 왔는데, 심드렁하던 딸아이가 쇼핑몰에 들어서자마자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더라고, 아무리 어려도 여자는 여자라는 글을 읽고 웃었는데, 여자와 쇼핑은 불가분의 관계인가 보다. 블루 라군에서 돌아오는 길에 현지 텍스타일을 파는 가게에 잠시 멈춰서 아내는 흥정에 열을 올린다. 백 퍼센트 핸드메이드 수공예품이다. 이곳에서 구매한 아름다운 텍스타일은, 한국 귀국 후에는 별 역할을 못했다. 현지에서 잘 어울리고 아름다운 것들이 한국에 오면 조화를 이루기 어렵다. 그래서 신토불이가 진리다.


요즘은 방비엥의 사정도 많이 바뀌었겠지만, 우리가 여행할 당시 가장 큰 불만은 음식이었다. 당시 이곳을 점령하다시피 한 서양 젊은이들 취향의 무국적 음식들이 주류여서, 가격은 둘째치고 맛이 있는 식당을 찾기 어려웠다. 요즘엔 한국식 삼겹살집이 성업하는 것은 아닐는지. 우리가 여행 시 거의 없었던 한국 게스트하우스도 많이 생겼다고 하니 소주 파티가 대세가 되었을 수도 있겠다.


방비엥을 뒤로하고, 세계 문화유산의 도시 루앙프라방으로 떠날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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