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부부 배낭여행 12
루앙프라방 시내의 사원을 섭렵했다면, 이제 루앙프라방 인근 관광명소 구경에 나설 차례이다. 메콩강을 끼고 있는 도시인 루앙프라방은 사원 이외에도 볼거리가 많다. 시내의 여행사에서는 다양한 투어 프로그램을 판매한다. 크게 비싸지 않은 가격이고, 인근 볼거리를 편하게 구경할 수 있다. 우리 부부는 두 곳의 투어를 신청해서 다녀왔다. 꽝시 폭포와 빡우 동굴이다.
꽝씨폭포는 루앙프라방을 온 여행자라면 반드시 방문해야 할 곳이다. 아름다운 빛깔의 호수와 폭포를 볼 수 있다. 투어를 신청하면 숙소로 픽업을 오고, 여러 여행자들과 함께 꽝시 폭포로 이동을 한다. 입구에서 내려서 폭포까지 걸어 올라가야 하는데, 올라가는 길에 다양한 형태의 계단식 폭포를 만난다.
석회암 성분으로 인해 에메랄드 빛의 물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천천히 걸어서 올라가다 보면 이런 폭포를 계속 만나게 된다. 위 사진처럼 계단식으로 층층으로 흘러내리는 작은 폭포들이 이어진다.
살짝 규모가 있는 폭포를 만나기도 한다. 쉬엄쉬엄 올라가면 되기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폭포를 구경하고 땀도 식히며 천천히 올라간다. 정해진 시간까지만 입구로 돌아가면 되기에 시간은 충분하고,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서양 청춘들은 왜 물만 보면 저렇게 뛰어드는 것일까? 방비엥의 블루라군처럼 이곳에서도 다이빙과 수영을 즐기는 서양 젊은이들이 많다. 아름다운 물 빛깔을 보면 사실 뛰어들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기기도 하겠다.
이렇게 펼쳐진 다양한 폭포들을 보며 올라가다 보면, 드디어 꽝시 폭포에 도착하게 된다.
동남아의 폭포들이 대부분 아기자기한 편이라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왔는데 의외로 규모가 꽤 있는 폭포이다. 우기 때는 수량이 상당해서 훨씬 더 장관을 연출한다고 한다. 폭포 맨 위쪽까지 올라갈 수 있다.
폭포 위로 올라오면 또 다른 폭포가 있고, 이 폭포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까마득하게 떨어지는 물줄기를 볼 수 있다.
폭포를 둘러보고 오는 길에 몽족 마을을 들러서 온다. 몽족은 이곳 인도차이나반도 여러 나라에 분포하여 거주하는 소수민족이다. 주로 중국 남쪽과 태국, 미얀마, 라오스, 그리고 베트남 북부 지역에 분포하여 거주하는 고산족이다. 베트남 전쟁에 휘말려 많은 고초를 당했고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몽족이 꽤 많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걸작 영화 "그랜 토리노"에 등장하는 아시아인들이 바로 미국으로 이주한 몽족이다.
몽족은 베트남 전쟁 때 미국에 이용을 당했다. 미국은 몽족을 용병으로 고용하여 전쟁에 투입하였고, 방 파오 장군이 이끄는 이들 몽족 병사들은 미군의 지원을 받고 베트남 전쟁과 이후 라오스 내전에서 공산군과 맞서 싸웠다. 몽족이 전쟁에 끌려 들어간 것은 미국 CIA의 비밀 작전에 의한 것인데, 따라서 이들 몽족이 참가한 전쟁은 공식적인 전쟁 수행이 아니었기에 "Secret War"라 불린다. CIA가 비밀리에 수행한 전쟁이기 때문이다. 라오스가 공산화된 이후에 이들 몽족은 박해를 피해 해외로 망명을 떠나야 했다. 많은 몽족이 태국과 인근 국가로 망명을 했고 이들을 이용했던 미국은 상당수의 몽족을 받아들여 미국에 정착하도록 했다. 이들이 바로 클린트 이스트우드 영화에 나오는 몽족이다.
투어가 방문하는 몽족 마을은 관광객들을 상대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관광객을 상대로 기념품을 팔고 있다. 아무래도 관광객들을 많이 상대하다 보니, 그만큼 세상 물정에 밝다고 해야 할까? 이 아이들은 전쟁의 아픈 기억과 몽족의 기구한 운명을 잊고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라 믿는다.
이곳 몽족 마을에도 위성안테나가 설치되어 있어서, 동네 아이들은 TV 앞에 모여 뭔가를 열심히 시청하고 있다. 비록 오래된 브라운관 TV이지만, 아마도 인기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는 듯 아이들은 모두들 TV 화면에 빠져있다. 재밌는 만화라도 방영하는 것일까?
투어는 하루에 하나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꽝시 폭포 투어를 하고 나서, 다음날은 빡우 동굴 투어를 갔다. 이곳도 여행객들이 반드시 둘러보는 필수 투어코스이다. 배를 타고 메콩강을 거슬러 올라가야 빡우 동굴에 갈 수 있다. 덕분에 메콩강 크루즈를 하게 된다.
크루즈라 하기에는 다소 많이 모자라지만,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메콩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그 자체로 묘미이다. 우리가 탄 크루즈 배에는 서양 젊은 처자 두 명과 우리 부부, 4명이 타고 갔다. 의자는 심하게 불편하다. 초등학교 걸상을 연상시키는 작고 불편한 의자에 앉아 한참을 가야 하므로 그리 편한 여정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양 사람들은 어디에서건 항상 독서를 한다.
여행을 다니며 만난 서양인들은 거의 예외 없이 항상 책을 읽는다. 어떤 책이건 항상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모습이 보기 좋다. 해변에서건, 배위에서건, 숙소의 로비에서건 이들은 항상 손에 책을 들고 시간 날 때마다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준다.
관광객을 태운 보트가 꼬리를 물고 메콩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많은 여행객들이 빡우 동굴을 방문하므로 정말 많은 배들이 꼬리를 물고 강을 올라가는데, 이 광경도 재미있는 풍경이다. 강에도 수로가 있으니 모든 배들이 꼭 같은 코스를 따라서 구불구불 강을 올라간다.
주변에 펼쳐진 풍경을 감상하며 가다 보면 도중에 이곳 특산품이라는 술을 제조하는 반 쌍 하이 마을에 들러 잠깐 구경을 한다. 위스키라고 하는 술을 판매하기에 이곳을 위스키 마을이라고도 한다. 이 술이 입맛에 맞는 사람도 있겠지만, 술을 구매하는 여행객은 거의 없다. 반 쌍 하이 마을을 거쳐 빡우 동굴까지는 대략 2시간가량 소요된다.
빡우 동굴 앞은 몰려든 크루즈 배들로 항상 주차난을 겪고 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이다. 하지만 너무 큰 기대를 하고 오면 실망할 수 있다. 대단한 동굴을 기대하면 안 된다. 이곳은 동굴이라기보다는 절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선착장에 내려서 저 위에 보이는 것이 빡우 동굴이다. 동굴 자체는 사실 전혀 볼거리가 없다. 저 동굴 안에 안치된 불상을 보는 것이 빡우 동굴 투어의 전부이다. 많은 불상이 안치되어 있지만, 대단한 불상이 있는 것은 아니고, 어두운 동굴 안에 오랜 세월에 걸쳐 여러 사람들이 가져다 놓았다는 다양한 종류의 불상이 있다는 것이 빡우 동굴의 특징이다. 그러니까 일부러 만든 불상들이 아니라 사람들이 올 때마다 가져다 놓은 자그마하지만 다양하고 많은 종류의 불상들이 있는 곳이다.
동굴보다는 이곳에서 내려보는 주변 풍광이 아름답다. 그리고 메콩강을 따라왔다 가는 왕복 여정의 크루즈가 투어의 백미라고 하겠다. 다만 배에 따라 의자가 매우 불편하여 힘든 여정이 될 수도 있다. 우리와 함께 왔던 덩치 큰 서양 처자들은 의자가 작아서 매우 힘들어했는데, 돌아갈 때는 아예 배 바닥에 누워서 갔다.
루앙프라방에서 꼭 해야 할 일은 사실은 새벽이 탁밧에 참가하는 것이다. 새벽에 사원이 즐비한 거리를 따라 사람들이 줄지어서 탁밧을 나온 스님들을 기다리고, 스님들이 지나가면 시주를 하는데, 이 탁밧에 참여하는 것이 루앙프라방 여행에 있어서 중요한 포인트이다. 그러나 우리 부부는 그렇게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탁밧을 구경하고 싶지 않았고, 저녁에 마시는 비어라오에 더 큰 의미를 두었기에 새벽 탁밧은 건너뛰었다.
탁밧을 못 본 아쉬움은 대신에 루앙프라방 도심 한복판에 우뚝 솟은 푸시산에서 일몰을 보는 것으로 가름하고, 비엔티안, 방비엥, 그리고 루앙프라방을 거쳐온 라오스에서 일정을 마무리할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