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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le Ale Jul 09. 2017

루앙프라방 마지막 호사

라오스 부부 배낭여행기 13

라오스 여행의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2주간의 일정이었다. 방콕에서 시작하여 우돈타니를 경유하여 태국-라오스 국경을 넘고, 비엔티안과 방비엥을 둘러보고, 루앙프라방에 와서 세계 문화유산을 둘러보았다. 이제 라오스에서 마지막 저녁이 되었다. 방콕에서 하룻밤을 제외하고는 꽤 여유 있게 각 도시에 머물렀다. 딱히 정해놓은 일정 없이, 숙소도 예약 없이 현지에서 찾아가고 머무르고 싶은 만큼 머무르며 물 흐르듯이 흘러온 여정이었다.

여행을 하는 동안 하루 $20 이하 숙소에 묵고, 몇천 원짜리 식사를 하고, 야시장에서 저렴한 쇼핑을 즐겼다. 아내는 루앙프라방 나이트마켓에서 백 프로 핸드메이드 제품을 사는 재미를 쏠쏠하게 즐겼다. 어색하던 흥정도 이제 익숙해졌다. 평균적으로 하루 $50 정도 지출했으니, 약 2주간 여정을 매우 경제적인 비용으로 마무리한 셈이다.

마지막 저녁은 호사를 누려보기로 했다. 루앙프라방에서 최고급 레스토랑으로 알려진 곳에서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 그동안 저렴한 현지 식당에서 주로 식사를 했으니, 떠나기 전에 한 번쯤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분위기를 잡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트립어드바이저에 평가된 식당을 위주로 살펴보고 평판이 좋은 곳으로 정해서 분위기 있는 곳에서 맛있는 요리를 먹었다.



이 레스토랑은 루앙프라방의 고급식당 중에서도 최고 레스토랑으로 평가받는 곳이다. 주로 독일과 스위스 음식을 한다고 트립어드바이저에 나와 있으나, 현지식이 융합된 유럽 음식이 주 메뉴라고 보면 무난하다.



라오스 물가 기준으로 본다면 매우 비싼 곳이다. 고급 레스토랑답게 인테리어는 나무랄 곳 없었고, 서비스도 최상이다. 남국의 정취가 물씬 묻어나는 레스토랑이다. 야외 테이블에서 하는 식사가 더 분위기가 있기에 자리를 잡았으나, 모기가 하도 달라붙는 바람에 결국 견디지 못하고 실내 테이블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모기향을 피워 주는데도 역부족이었다.



실내 테이블도 분위기 있고 매우 좋다. 우리는 애피타이저로 스프링롤을 시켰는데, 여지껏 먹어본 스프링롤 중에서 가장 맛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내도 감탄한다. 음식에 관해서는 여자들의 평가가 가장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아내가 맛있다고 하면 의심의 여지없이 정말 맛있는 것이다. 애피타이저의 맛이 워낙 뛰어나니, 메인 요리가 기대될 수밖에 없다.



이 레스토랑에서 가장 비싼 메뉴 중 하나인 연어를 시켰고,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맛이었다. 세팅도 좋았고 음식 맛도 훌륭했다.




아내는 Cordon Bleu를 먹었다. 역시 훌륭한 맛이었고, 연어와 차별되는 세팅으로 나왔다. 작은 것까지 세세하게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이고, 그만큼 맛도 좋았다.




디저트는 직접 이곳에서 만든 망고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디저트까지도 환상적인 맛이었다. 늘 있는 일은 아니겠지만, 우리 둘이 앉은 테이블에 웨이터와 견습 웨이터까지 포함해서 5명 정도가 시중을 들어주었다. 맛있는 음식과 더불어 우아한 분위기에서 제대로 서빙을 받는다는 기분을 한껏 느끼게 해주는 서비스였다. 무엇보다 음식이 맛있어서 아무리 칭찬을 해도 모자라지 않을 곳이다. 왜 트립어드바저의 평이 그렇게 칭찬 일색인지 충분히 납득이 된다. 우리나라 최고급 레스토랑에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고 오히려 더 뛰어난 면도 있다.


라오스 머무르는 내내 식사 시간에 빼놓지 않고 마신 비어라오는 물론 이 자리에서도 함께 했다. 식사를 마치고 음식값을 지불할 때 다시금 감동을 받게 되었다. 두 사람이 이렇게 훌륭한 식사를 하고 비어라오까지 마시고 난 후에 받은 계산서 금액이 37달러였다. 한국에서 같은 서비스를 받는다면 최소 몇 배 이상을 주어야 할 식사였다. 라오스의 마지막 저녁은 세상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식사로 마무리했다. 완벽한 저녁이었다.


라오스에서의 마지막 아침이 밝았고, 이제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다. 아쉽지만 라오스를 뒤로 하고 떠나야 한다. 루앙프라방에서 라오항공으로 하노이로 가서, 다시 한국행 비행기로 갈아타고 간다.


작고 소박한 루앙프라방 공항 풍경


루앙프라방 공항은 정말 정겹다. 검색과 통관으로 인해 대부분의 공항에서 느껴지는 다소 딱딱한 분위기는 전혀 없이 마치 어느 시골의 대합실에 온 것 같이 소박하고 정겹다.



우리를 하노이까지 태우고 간 라오항공 비행기




비행기 앞에 서니, 라오스에서 지낸 시간들이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라오스와 베트남 국경을 넘는 마지막 순간에도 비어라오가 빠질 수 없다. 이번 여행 내내 하루 최소 3병 이상의 비어라오를 마셨다. 물만큼 싸기도 했지만, 맛도 뛰어났기에 식사 때마다 비어라오를 마시지 않을 수 없다. 라오스 국경을 넘어가는 하늘에서도 비어라오는 우리와 함께 했다.


동남아에는 맛있는 맥주가 많다. 필리핀에는 산미구엘이 있고, 태국에는 싱하와 창, 베트남에는 사이공이 있다. 필리핀의 산미구엘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맥주이다. 많은 동남아 맥주 중에서 개인적으로 최고로 꼽는 맥주는 비어라오이다. 한국에서도 꽤 인기 있는데, 현지에서 마셔야 더 맛있다. 가격도 훨씬 저렴하다. 500ml 한 병에 천원이 안된다. 이 맥주를 한국에서 왜 그렇게 비싸게 받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수입업자나 유통업자가 폭리를 취하는 것은 아닌지.


맥주는 생산 현지에서 마셔야 제맛이다. 맥주 공장을 방문해서 그곳에서 시음을 해본 사람은 똑같은 맥주라도 공장에서 마시는 맥주가 훨씬 맛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같은 맥주라도 현지에서 마시는 맛과 수입되어 들어온 맥주 맛은 똑같지 않다. 라오스에서 마시던 비어라오가 그리워 한국에서도 가끔 마시지만 현지에서 먹던 때만큼 맛있지가 않다. 그런 연유로 필리핀에 가면 항상 산미구엘을 마시고, 베트남에 가면 사이공을 마신다. 태국에 가면 주로 싱하를 마신다. 한국에서는, 소맥이 최고이고.


외국 브랜드 맥주라도 한국에서 생산하는 맥주인 호가든과 같은 맥주의 경우, 벨기에 본국의 맛과 틀린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맥주 맛을 결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물인데, 한국의 물과 벨기에 물이 똑같을 수 없기에, 똑같은 방법으로 만들어도 맛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본국에서 직접 수입한 맥주는 맛이 똑같아야 하겠지만, 운송하는 시간에 따라 맛의 차이가 발생한다. 그래서 현지에서 마시는 맥주가 가장 맛있고, 맥주 공장에서 마시는 맥주는 더 맛있다. 그러니 한국에서는 한국 맥주를 마시는 것이 맞는데, 우리 맥주 브랜드는 유감스럽지만 소맥을 만들어 마시기에 최적화되어있다.


하노이 공항에 도착해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에서 몇 시간 대기를 해야 했다. 동남아에서 한국으로 가는 국적기는 대부분 밤늦은 시간에 출발하기에, 환승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좀 길었다. 환승시간이 충분히 길다면 잠깐 시내 구경을 다녀오는 것도 좋은 생각인데, 우리는 공항에서 대기하기로 했다.


여행을 마칠 때가 되고 일상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 항상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일상이 있기에 여행의 즐거움도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여행이 일상이 된다면 그것은 여행이 아니다. 하노이 공항에서 환승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즐거웠던 라오스 여행을 마무리했다.


부부가 함께 한 배낭여행, 동남아로 떠나는 여행은 합리적인 비용으로 부부가 다양한 경험을 같이 하고 오붓한 시간을 보내며 건조한 일상에서 벗어나기에 최적의 여행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여행을 많이 다닌 사람들을 보면 혼자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일행이 있으면 아무래도 자유가 제약되고 마음이 맞지 않으면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친한 친구와 여행을 떠나서 둘이 싸우고 갈라서는 경우가 많은데,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24시간 같이 움직이다 보면 평소 알지 못했던 차이로 인해 갈등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그런 의미에서 부부는 여행 동반자로서 최적이 아닐까 한다. 이미 같이 살아온 세월이 있기에 갈등을 빚을 일이 없고 서로의 성격도 잘 알고 있으니 여행을 같이 하는데 가장 이상적인 동행이다.


혼자 하는 여행이 가진 장점이 있지만, 외로움으로 인해 현지에서 동행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 부부가 같이 여행을 하는 것은 비교적 자유롭고 편하고 외로움 없이 여행을 할 수 있으니 가장 이상적인 여행 방법이 아닐까 한다. 특히 나이 든 커플이 같이 여행을 하는 모습은, 여유롭고 아름답다.


즐거웠던 라오스 여행을 다녀온지도 벌써 세월이 꽤 흘렀다. 라오스는 언제고 다시 가고 싶은 곳이다. TV 예능 프로램에 등장한 이후 마치 강촌 같은 분위기가 되었다는 견해가 있는데, 라오스는 아직도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보석 같은 곳이 많다. 아름다운 자연과, 품위 있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 라오스. 더 많은 즐거운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 꼭 다시 찾아갈 것을 다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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