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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le Ale Jul 24. 2017

방콕 쿠킹 스쿨 체험기

내가 만든 태국 음식 먹어보기

방콕은 동남아 여행의 중심지이다. 방콕을 베이스로 해서 동남아 다른 국가로 여행을 계속하는 경우가 많다. 지리적으로 인도차이나반도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기도 하고, 한국에서 방콕으로 가는 항공편이 많기도 하고, 배낭여행자에게는 메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여행 관련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기도 하고, 그 이외 여러 가지 다양한 이유로 동남아 여행을 자주 하는 여행자는 방콕을 꽤 많이 방문하게 된다.


방콕의 웬만한 관광명소를 섭렵했고, 방콕 대중교통이 한국 지하철만큼 편안해질 정도가 되었다면, 다양한 현지 문화 체험을 해봐야 할 시점이다. 국제적으로도 명성이 자자한 태국 음식은 특히 문화의 중요한 부분이다. 한국에 태국 식당도 많이 생겼고 태국 음식 마니아도 생겨날 정도니, 태국 요리 몇 가지 정도 배워두면 여러모로 쓸모 있다.


방콕에는 외국인을 위한 쿠킹 스쿨이 여럿 있다. 트립어드바이저나 구글 등의 사이트를 검색해보면 여러 쿠킹 스쿨을 체험한 사람들의 다양한 평을 접할 수 있다. 주로 서양 여행객들이 올린 후기가 많은데, 서양인들 특유의 다소 과장되고 호들갑스러운 표현이 많다. 여러 평을 참고해서 적당한 곳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대략 3시간 내외의 코스이기 때문에 요리학원 수준을 기대하면 곤란하고, 태국 음식 문화를 맛본다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몇 가지 기본적인 태국 요리를 혼자 할 수 있을 정도의 요령은 충분히 배울 수 있다.


우리 부부가 체험한 쿠킹 스쿨은 방콕 도심 실롬에 위치해 있고, 비용은 900밧이었다. 원래 1000밧인데 한국인 특별 할인을 받았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참가했는데 의외로 매우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태국 요리 몇 가지는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스티키라이스와 망고


예약은 인터넷에서 하면 된다. 사이트에 들어가서 예약을 하면 상세한 안내 답장을 보내준다. 찾아오는 길을 상세하게 알려주기 때문에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이메일로 컨펌을 해주면 예약이 확정된다. 예약금은 없고 강좌가 끝난 후에 비용을 지불한다.


집결 장소에 도착하면 이름을 확인하고, 오늘의 요리 선생님 인도하에 길 건너 시장으로 이동하여 장을 본다. 오늘의 요리에 들어갈 재료를 사기 위해 시장으로 가는 것인데, 직접 장을 보는 것은 아니고 여러 재료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시장 체험을 하는 개념이다. 재료 설명이 끝나면 미리 준비해 놓은 재료를 참가자들이 바구니에 나눠 담고 요리학교로 이동한다.

 

요리학교 공간은 크게 3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테이블이 있는 식당과, 요리 재료를 준비하는 방, 그리고 버너가 있는 주방이다. 한 그룹은 9명 이하 다국적으로 구성된다. 카리스마와 쇼맨쉽이 넘치는 요리 선생님이 요리 강습을 진행하기에 매우 재미있다. 물론 요리 선생님은 여러 명이 있고, 각자의 스타일이 틀리니 일반화는 어렵겠지만. 우리를 담당했던 요리 선생님은 매우 재미있게 진행을 해주었다.

 

식당과 뒷쪽의 주방

요리 강좌가 시작되면 우선 참가자들 소개를 간단히 하고 오늘의 요리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듣는다. 요일별로 요리가 약간씩 틀린데, 홈페이지에 보면 각 요일별 음식이 소개되어 있으니 본인이 특별히 배우고 싶은 요리가 있다면 잘 선택해서 예약을 진행하면 된다. 흔하고 대표적인 태국 요리들을 주로 다룬다고 보면 된다.


코코넛 밀크 만들기

팟타이, 쏨땀, 똠양꿍, 커리, 망고 스티키 라이스 등을 만들어 먹게 된다. 요리에 들어가는 재료를 직접 준비하기도 하지만, 주로 어떻게 재료를 만드는지 설명을 듣는다. 준비된 재료를 가지고 웍을 이용해서 직접 요리를 한다. 준비된 재료를 지시대로 넣고 잘 볶아주기만 하면 된다. 요리가 끝나면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자신이 만든 요리를 접시에 담아 먹는다.

 

내가 만든 팟타이


요리 과정이 간단해서 과연 내가 만든 음식이 맛있을지 의심을 하고 있었는데, 먹어보니 의외로 매우 맛있다. 내가 만들었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맛있다. 식당에서 사 먹는 것보다 훨씬 맛있다. 물론 입맛이야 개인 차이가 있겠지만. 일단 재료가 좋고, 음식점에서 과도하게 사용하는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천연 재료 위주로 요리를 하기에 맛있는 것 같다. 


그렇게 몇 가지 요리를 만들고 먹는다. 코코넛 밀크 만드는 법을 배우고, 커리 소스 만드는 법도 배운다. 마지막으로 망고 스티키 라이스를 디저트로 먹고 나면 요리강습이 끝난다. 시장 보는 시간을 포함해서 총 3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요리를 배우며 한 끼 식사를 하고 나오는 셈이다.


카리스마 넘치는 요리 선생님
요리 방법 설명해주는 선생님
각종 향신료에 대한 설명도 듣고
선생님의 시범을 잘 보고
웍을 사용하는 법을 배운다
재료가 신선하다
내가 만든 태국식 커리


평을 하자면, 대단한 요리를 배우는 것은 아니지만 태국 요리를 하는 기본적인 요령을 알 수 있다. 요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배운 요리를 집에서 충분히 해먹을 수 있을 정도의 강좌는 된다. 어떤 재료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알 수 있으니 꽤 유용하다. 요리 책자를 하나 주는데 상세한 재료가 잘 설명되어 있어서 필요한 재료만 구할 수 있다면 태국 요리 몇 개쯤은 거뜬히 만들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사실 요리하는 그 과정을 즐기고 재미를 찾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900밧에 몇 가지 태국 음식을 맛본다고 보면 된다. 대부분의 재료가 미리 준비되어 있고 강사가 거의 중요한 요리 테크닉은 도맡아서 하기에 딱히 실수할 일도 없다. 진행을 재밌게 해주기에 요리를 즐길 수 있고 음식도 맛있다.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기에 식당 음식보다 담백하다. 태국 음식이 조리 과정에서 상당히 설탕이 많이 들어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재미있는 경험이었고, 방콕에 여행을 간다면 꼭 한 번은 해볼 만한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내가 만든 태국 음식이 이렇게 맛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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