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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le Ale Aug 27. 2017

방콕을 떠나며

동남아 부부 배낭여행기 1 

방콕은 여행을 시작하기에 안성맞춤인 도시이다. 인도차이나반도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고 대도시의 편리함과 잘 갖춰진 여행 인프라로 다음 여정을 준비하기에 최적이다. 많은 여행객들이 방콕을 베이스로 이웃 국가들을 방문하는 여정을 시작한다. 인도나 중국 베트남 등을 연결하는 저렴한 항공권을 구할 수 있고, 육로로 이웃국가들과 연결이 되고, 배낭여행자들의 메카로 불리는 카오산로드가 있다. 여러모로 방콕은 아시아 여행의 중심지이고 많은 여행객들이 방콕에서 다음 여정을 준비한다.


매끌렁 기찻길 옆 위험한 시장


방콕에서 시간을 보내며 우리 부부는 야심찬 여행 계획을 세웠다. 방콕에서 출발하여 북부 도시 치앙마이를 거쳐 중국 리장과 호도협을 보고 베트남 하노이로 내려오는 여정이었다. 계획은 원대했으나, 예기치 못한 변수들로 인해 결국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힘들게 다닌 여정이 되었다. 



에머랄드 사원과  왕궁


태국 북부에는 과거 마약왕 쿤사의 본거지로 유명했던 골든 트라이앵글이라는 곳이 있다. 태국, 라오스, 미얀마의 국경이 교차하는 메콩강 유역의 산악지대를 지칭한다. 방콕을 떠나서 치앙마이를 여행한 후, 이곳에서 배를 타고 메콩강을 따라 중국 징홍까지 갈 계획을 세웠다.


방파인


배를 타고 태국에서 중국 징홍으로 가려고 했던 것은 어느 여행기 때문이다. 인천에서 배를 타고 중국으로 건너가, 기차로 윈난성 징홍까지 가서, 메콩강을 따라 내려가는 화물선을 타고 태국까지 갔다는 여행기가 있었다. 섬 아닌 섬이 되어버린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태국으로 갈 수 있다는 사실과, 메콩강에는 태국과 중국을 연결하는 배편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고 꼭 이 배를 타보고 싶었다. 마침 징홍과 태국을 오가는 여객선이 생겼다는 정보를 찾았고 이 배를 타고 태국에서 중국으로 가려고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징홍에서 차마고도를 따라 리장으로 가서 호도협 트레킹을 하고, 베트남으로 내려와서 귀국하는 대략 한 달간의 일정을 계획했다.


배낭여행은 치밀한 계획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형편에 따라 바뀔 수밖에 없다. 그래도 어느 정도 정해놓은 계획이 여행 시작부터 틀어지기 시작하면 묘하게도 내내 일정이 꼬인다. 이 여행길이 딱 그런 경우였다. 


태국에서 배를 타고 중국으로 가려던 계획은, 사고로 인해 여객선 운항이 중단되어 처음부터 차질을 빚었다. 결국 라오스를 거쳐 육로로 중국으로 넘어가야 했고, 우여곡절을 끝에 호도협은 가보지고 못하고 베트남으로 철수해야 했다. 


그러니 이 여행기는 어찌 보면 혹독한 시행착오의 기록이 되겠다. 물론 그런 점이 배낭여행의 매력이기도 하다.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해서 고생하고 여행 계획은 즉흥적으로 수정되고, 그런 것이 자유로운 여행의 매력이고 얽매임 없이 여행하는 이유이다.


방콕 중심가의 저녁무렵


방콕은 우리 부부에게는 서울보다 더 친숙하게 느껴지는 도시이다. 그래서 방콕에 가면 여행자라기보다는 거주민 같은 기분으로 머무르게 된다. 바쁠 일 없으니, 버스도 자주 이용한다. 에어컨도 없는 시내버스에 오르면, 마음 고운 태국 사람들은 행여나 저 외국인이 엉뚱한 곳에 내릴까 봐 행선지를 물어오고 도와주려 한다. 태국 사람들의 이런 배려에 매료되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태국을 찾고 태국을 사랑하는 것이리라.



루프바에서 본 방콕 야경


고층건물이 즐비한 도심에서는 한국에 비해 비교적 합리적 가격으로 호사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방콕을 자주 들락거리다 보니 이제 더 이상 비싼 루프바의 사치는 하지 않는다. 방콕에 머물며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곳들, 아유타야나 므앙보란, 담넌 싸두억이나 암파와 수상시장 등도 모두 다녀온 이후라면, 방콕에서는 거주민처럼 지내게 된다. 그렇게 지내다가 풀어놨던 배낭을 싸면, 다시 여행자가 된다.



암파와 수상시장의 야경


예전 차마고도라는 다큐를 보고 난 후 언젠가 꼭 한번 다녀오려고 벼르던 중국 윈난성을 포함하는 거창한 일정을 세우고, 북방의 장미라 불리는 도시, 치앙마이로 떠났다. 


방콕에서 치앙마이로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편리한 방법은 물론 항공편이다. 태국은 에어아시아나 녹에어 등 저가 항공이 많아서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항공편을 구할 수 있다. 프로모션 가격으로 500밧에서 1,000밧, 즉 편도 15,000원에서 30,000원 정도면 방콕에서 치앙마이 항공권을 구할 수 있다.


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북부 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버스는 치앙마이까지 대략 11시간이 걸린다. 가격은 차량 종류에 따라 500밧에서 800밧 정도이니, 저가항공편 가격과 큰 차이가 없다. 기차를 이용할 수도 있는데, 12시간 이상이 걸린다. 야간 침대열차를 이용하면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가격은 클래스에 따라 틀린데, 역시 저가 항공 비용과 큰 차이가 없다.


어느 교통편을 이용하는가 하는 문제는 개인의 취향이다. 가격 대비 효율성을 본다면 역시 항공편이다. 하지만 차창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을 감상하거나, 야간열차의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버스나 기차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방콕에는 여행자 버스라는 또 다른 교통수단이 있는데, 보통 배낭여행객들이 많은 카오산로드에서 출발해서 치앙마이나 남부 도시를 운행하는, 여행자들을 위한 버스이다. 가격이 저렴해서 여행자들이 많이 이용하는데, 악명이 꽤 높으니 이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버스에서 내려보니 귀신같이 돈의 일부가 사라졌다는 경험담이 많다.


우리 부부는, 저가 항공인 녹에어 항공권을 저렴하게 구입해서 방콕에서 치앙마이로 이동했다. 그리고 험난한 길이 되었던 여정을 시작했다.


짜오프라야강과 방콕 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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