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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le Ale Aug 29. 2017

북방의 장미, 치앙마이

동남아 부부 배낭여행기 2

치앙마이는 북방의 장미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아름답고 매력적인 도시라는 의미겠다. 태국 제2의 도시라고 하지만, 방콕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방콕이 국제적 대도시의 면모를 갖추고 있는 반면, 치앙마이는 인구도 많지 않고 조용하다. 태국은 방콕에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고, 다른 지방은 상대적으로 한가한 편이다. 사실 인구로만 따진다면 치앙마이는 두 번째 도시가 아니고 순위가 한참 아래이다. 치앙마이 인근 생활권을 합하고, 북방의 중심도시이기에 치앙마이를 두 번째 도시로 꼽는다.



치앙마이는 제2도시답지 않게 대중교통이 부족하다. 제대로 된 버스 노선은 없고, 썽태우라 불리는 미니버스 형태의 교통수단이 대중교통의 거의 전부이다. 도시 면적이 넓지 않아서 여행자들은 자전거와 오토바이를 빌려서 다니는 사람이 많다. 태국은 차량 통행 방향이 우리와 반대라서 자칫 위험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과거 란나왕국의 수도였던 치앙마이는 네모 형태의 성곽과 해자가 도시를 둘러싸고 있다. 타패라 불리는 성곽 안쪽이 구도심이다. 타패 밖에 위치한 신도심 격인 님만해민은 서울로 치면 가로수길과 비슷한 개념으로 힙한 카페와 레스토랑 등이 밀집되어 있다.


우리는 미리 검색을 해보고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했는데, 도심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싼티탐 지역에 위치해 있는 꽤 분위기 있는 숙소에 여장을 풀었다. 치앙마이 지방, 그러니까 태국 북부 쪽은 미인이 많기로 유명한데, 우리가 묵은 게스트하우스의 젊은 여주인도 상당한 미인이었다. 빼어난 미모로 유명한 태국 전 총리 잉락 친나왓도 치앙마이 출신이다.



게스트하우스 1층은 카페 겸 로비인데, 주인이 애묘인이라 고양이 몇 마리가 항상 늘어져 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우리는 이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고 고양이들과 놀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저 고양이는 우리가 머무르는 내내 늘 항상 저 프린터 위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원래 고양이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잠을 자며 보내지만, 이 녀석은 항상 프린터 위에서 자세를 흩트리는 법도 없이, 늘 항상 저렇게 잠을 잤다.



커피는 썩 맛있다고 할 수 없었지만, 로비 분위기가 편안해서 이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태국 게스트하우스들은 인테리어 감각이 뛰어난 곳이 많다. 비싸게 치장한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분위기 있는 색감과 소품들로 편하고 개성 있는 공간을 꾸며놔서 500밧 정도의 저렴한 가격의 숙소에서 호텔 못지않은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주인이 애묘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고양이 장식물. 고양이 여러 마리가 카페에 살고 있는 것은 물론, 곳곳에 장식물도 고양이들이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태국인들은 동물 사랑이 대단한데,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개와 고양이들을 모두 거둬 먹인다. 그래서 거리의 고양이들도 사람을 잘 따른다. 모든 생명을 존중하는 불교의 교리가 생활 속에서 실천되고 있다고 할까. 동물에 대한 이런 자세는 본받아야 한다. 모든 생명은 고귀한 것이니까.



우리가 묵은 게스트하우스는 옷장의 옷걸이도 신경을 많이 썼고 개성이 강했다. 이런 작은 소품에도 많은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니 왠지 신뢰가 간다. 좋은 게스트하우스라면 당연한 서비스겠지만, 주인이 친절하게 배려를 해줘서 인근 관광 정보도 얻고 예약도 대신해 주고, 편안하게 머물렀던 숙소이다.



웰컴 꽃까지 비치되어 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방에 들어섰을 때 이렇게 꽃이 놓여있으면 기분이 좋다. 세심하게 신경을 쓰고 배려해 준다는 느낌이 온다. 태국 사람들은 손님에게 푸앙말라이라 불리는 이런 화환을 자주 건넨다. 태국에서 흔하게 접하는 화환인데, 행운과 건강을 의미한다.



물고기가 있는 작은 연못도 있고 주위에 식물을 적절히 배치해서 도심 속 게스트하우스 작은 화단이 열대 분위기를 물씬 느끼게 해줬다.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편안한 숙소였다. 이곳에서는 투숙객들에게 무료로 자전거도 빌려주니, 가까운 곳에 잠깐 다녀올 요량이면 편하게 자전거를 이용하면 된다. 우리는 자전거를 이용하기도 했지만 주로 걸어 다녔고 조금 거리가 있는 곳은 썽태우를 이용했다. 


게스트하우스 바로 옆에 라이브 음악을 하는 맥주집이 있어서 저녁에 맥주 한잔을 하러 들렀다. 맥주 한잔 할 수 있는 분위기 있는 장소가 숙소 인근에 있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 아내도 동남아에 여행을 나오면 맥주 몇 잔을 즐겨 마신다. 여행의 묘미이다. 숙소를 정하고 나면 인근에 가볍게 맥주 한잔 할 장소를 찾는데, 저녁 식사 후에 둘이 슬슬 마실 다니다 적당한 맥주집을 발견하고 들어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마침 숙소 근처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치앙마이 숙소 근처 맥주집은 이곳 젊은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라 외국인은 우리 부부가 유일했다. 맥주가 있고 음악이 있어서 분위기는 좋았는데, 보컬을 맡은 아가씨의 노래 솜씨가 너무 부족했다. 

 

태국 젊은이들이 가득했던 치앙마이의 맥주집


태국의 맥주집에서는 맥주회사에서 프로모션을 하는 광경을 종종 볼 수 있다.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은 젊은 여성이 특정 맥주를 권하고, 직접 맥주를 따라 준다. 아리따운 여성이 따라주는 맥주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물론 맥주회사의 마케팅 전략인데, 우리나라에서라면 여성을 이용한 마케팅으로 호된 질책을 받을 일이다.


맥주집의 라이브음악


태국 라이브 클럽을 다녀보면 느끼는 것인데, 태국 사람들은 노래를 썩 잘하는 민족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적어도 라이브 클럽의 무대에 선다면 일정 수준의 노래 실력은 갖추어야 할 텐데, 실력이 많이 떨어지는 보컬이 무대에서 노래하는 경우가 많다. 이 맥주집에서 노래를 부르던 아가씨는 사실 듣기 민망할 정도의 노래 실력이었다. 음정이 너무 불안하여 듣는 내가 불안해질 지경이었으니. 


주로 태국 가요를 연주하는데, 신청곡도 받길래 혹시나 해서 CCR의 Have You Ever Seen the Rain을 신청해봤다. 아마도 보컬 여성은 그 노래를 모르는 듯, 기타를 치던 친구가 멋지게 신청곡을 불러주었다. 음악은 맥주 맛을 돋우어준다. 동남아의 맥주집은 대부분 열대지방의 특징인 오픈된 공간이라 굉장히 개방적이고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치앙마이는 타패 안쪽으로 사원이 많다.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고, 천천히 걸으며 둘러보면 된다. 사실 대부분의 사원이 비슷해서 특별히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사원을 모두 방문할 필요는 없다. 치앙마이에서 가장 유명한 사원은 도이수텝이다. 산 꼭대기에 위치해 있어서 이 사원에 올라가면 치앙마이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다.



치앙마이의 번화가 풍경은 고층빌딩 즐비한 방콕과 사뭇 다르다. 치앙마이에는 나지막한 건물들 밖에 없어서 도시 분위기가 방콕에 비해 훨씬 한가롭다. 노선버스나 택시가 귀해서, 썽태우를 주로 애용해야 하는데, 외국인의 경우 흥정하고 노선을 맞추고 하는 일이 좀 번거롭다. 툭툭을 타면 되지만 툭툭 기사들이 부르는 가격이 제멋대로여서 적응이 필요하다. 그래서 여행자들은 흥정하기 귀찮아서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렌트해서 다니는 경우가 많다. 


사실 비싸게 바가지를 썼다고 해도 한국 기준으로는 몇백 원에서 몇천 원 정도 차이인데 금전적으로 큰 금액은 아니지만 현지에서는 기분 문제이기에 가급적 공정한 가격을 지불하는 것이 좋다. 한국 여행객들이 너무 후하게 팁을 주는 통에 현지 가격에 영향을 미쳐 장기 여행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항의도 여행자 사이트에서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태국 북부의 고산지대에 위치한 치앙마이는 방콕과 비교하면 비교적 시원하다. 물론 한여름에는 역시 덥지만 건기에는 서늘함을 느낄 수 있다. 저렴한 물가와 온화한 기후로, 은퇴한 일본인이나 한국인 그리고 서양인들이 치앙마이에 많이 정착해서 살고 있다. 


요즘에는 한국 젊은이들이 재택근무를 하기 위해 치앙마이를 찾는다고 한다. 한 달 100만 원 정도의 비용이면 한국과 비교할 때 매우 여유롭게 치앙마이에서 생활할 수 있고 인터넷 환경도 비교적 양호하니,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업이라면 치앙마이에 사는 것도 상당히 매력적인 옵션이겠다. 


다양한 카페가 많아서 커피와 카페 문화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치앙마이는 매우 좋은 여행코스이다. 카페로 인해 치앙마이를 찾는 한국 젊은이들도 상당히 있을 터이다. 한국의 환경이 상당히 비싸고 스트레스가 많으니 값싸고 편안한 환경의 치앙마이로 피신하는 젊은이가 많다는 것은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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