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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le Ale Jul 14. 2017

멤피스, 블루스와 엘비스

블루스와 락앤롤의 메카, 멤피스

아프리카에서 아메리카로 끌려온 흑인 노예들의 노동요인 블루스가 뉴올리언즈 술집에서 손님들의 흥을 돋워 매춘을 부추기는 재즈로 진화했듯이, 블루스의 또 다른 갈래는 반항의 음악 락큰롤로 진화하여 전 세계 청소년들을 열광시켰다. 뉴올리언스가 재즈의 도시라면 블루스와 락큰롤의 도시는 멤피스이다. 


블루스에 기반한 재즈와 락큰롤은 모두 비주류 마이너 문화가 주류 문화로 자리 잡은 드문 케이스이다. 비루한 밑바닥 인생들의 음악이었던지라 대부분의 초창기 재즈와 블루스 뮤지션들은 가난했고, 미시시피 깡촌의 가난한 집 태생인 엘비스 프레슬리는 흑인들과 어울려 성장하며 자연스레 흑인 감성이 몸에 배었다. 초창기 엘비스의 음악은 그런 반항적 마이너 정서가 충만하다. 그래서 그랬는지, 유명해진 이후에도 엘비스는 멤피스를 떠나지 않았고 그곳에 묻혔다. 그의 무덤에는 지금도 연간 50만 명이 넘는 참배객이 줄을 잇는다.


락앤롤이 청소년을 타락시키는 사악하고 천박한 사탄의 음악으로 낙인찍혀 박해당할 때, 엘비스는 군대에 입대해서 박해를 피했다. 탄압의 광풍이 지나간 후 제대한 엘비스는 아줌마들을 위한 달달한 발라드 가수로 변절했고, 그래서 락앤롤의 반항 정신과는 거리가 멀다고 비난받기도 한다. 사실 엘비스는 반항아라기보다는 오히려 마마보이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가 락앤롤을 메인스트림의 반열로 끌어올린 일등 공신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TV에 등장한 엘비스가 당시로는 파격적이고 천박(?)하고 음란(!)하게 엉덩이를 흔들어댄 것은, 반항하는 청춘들의 마음에 불을 댕겼고 락앤롤이 단숨에 대중 음악계를 평정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가난한 트럭 운전사였던 엘비스를 픽업한 것은 멤피스에 위치한 선레코드 사장 샘 필립스였다. 흑인의 감성을 가진 백인 뮤지션을 찾고 있었던 샘 필립스는 엘비스의 노래를 듣고 무릎을 쳤다. 선레코드에서 취입한 엘비스의 "That's all right"은 라디오 전파를 타자마자 엄청난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라디오를 들었던 사람들은 엘비스를 흑인 뮤지션이라 생각했다. 엘비스에게 큰 영향을 미친 음악이 블루스였고, That's all right도 흑인 블루스 뮤지션인 Arthur Crudup의 곡이다. 흑인 감성을 가진 백인 뮤지션이 탄생한 순간이다. 



엘비스뿐 아니라, 블루스와 락큰롤의 개척자들이 멤피스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1950년대와 60년대에 멤피스는 대중음악의 요람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엘비스는 물론이고, 로이 오비슨, 제리 루이스, 아레사 프랭클린, 쟈니 캐쉬, 알 그린, 퍼시 슬레지, 그리고 블루스의 거장 B.B. King 등 쟁쟁한 뮤지션들이 멤피스에서 활동했다. 그 중심에 있었던 샘 필립스의 선레코드는 미국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음반회사였다. 


뉴올리언스 프렌치 쿼터의 버번 스트릿이 재즈 팬들의 성지라면, 블루스의 메카는 멤피스의 빌 스트릿 Beale Street이다. 미국 남부 대농장에서 노예로 일하던 흑인들의 한 서린 노동요인 블루스는, 2차 대전 이후 일렉 기타가 블루스 연주에 보편화되면서 멤피스 빌 스트릿에서 꽃을 피운다. 블루스의 대부 비비 킹 B.B. King도 이곳에서 연주를 시작했다.


빌 스트릿

음악의 도시답게, 멤피스에서는 세계적인 음악 축제인 빌 스트릿 뮤직 페스티벌이 매년 5월에 열린다. 고대 이집트의 수도에서 따온 멤피스라는 지명은 장차 음악의 수도가 되라는 예시가 아니었을까? 멤피스는 음악을 떠올리게 하는 도시이지만, 또한 미국의 인권박물관이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박물관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암살당한 로레인 모텔을 보존하며 그 주위에 세워졌다. 이래저래 마이너들의 절절한 사연과 감성이 묻어있는 도시가 멤피스이다. 


블루스, 엘비스, 멤피스, 그리고 뉴올리언스까지 묘하게 라임이 맞는다. 블루스와 락앤롤의 성지, 그리고 락앤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가 영원히 잠든 도시 멤피스. 락앤롤 B급 정서 충만한 이 도시, 빌 스트릿의 펍에서 블루스 특유의 끈끈한 기타 선율에 취하고 나서, 55번 하이웨이를 밤새 내달려 뉴올리언즈 프렌치 쿼터 재즈 클럽으로 이어지는 여정이라면 그야말로 완벽한 여행이다. 


뉴올리언스의 재즈 https://brunch.co.kr/@incheonoldtown/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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