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대학평가를 이용하는 법
대학들이 순위에 목을 매다 보니 심지어 자료를 조작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순위 쫓는 대학의 비극적 결말이라는 기사 제목이 자극적이다. 대학평가를 통한 순위 매기기는 매우 심각한 구조적 문제가 있다. 게다가 언론은 대학 줄 세우기를 통해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사악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대학 순위는 전 세계 여러 기관에서 평가하고 있다. 위 기사에서 지적하듯이, 여러 평가기관의 순위 중에서 특히 QS 순위에 신경 쓰는 곳은 주로 우리나라와 아시아권 대학들이다. QS는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언론을 잘 이용하는데, 초창기 영국의 타임지와 함께 순위를 발표해서 권위를 인정받았고, 아시아에서는 조선일보가 QS와 협력하고 있다.
대학 순위, 특히 QS 순위는 과연 신뢰할 만한가? 대학 순위를 매긴다는 것은 쉽지 않다. 대학의 규모, 성격, 전공분야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수없이 많은데 이를 모두 고려해서 공정하게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조사 기관 별로 순위 차이가 심하다.
QS 순위는 특히 학계에서는 별로 신뢰하지 않는데, 위의 기사에서도 잘 지적되었듯이 객관성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객관성을 인정받는 순위는 중국 상하이교통대학에서 발표하는 순위인데, 논문 실적 위주로 산출한다. 물론 이 방식도 문제가 많지만, 학문적 성취만을 평가 요인으로 고려하고, 순위를 매기는 목적도 중국 정부에서 자국의 대학 수준을 국제적 기준에서 판단해보기 위해 실시하는 것이기에 객관적이라는 평이다.
QS 순위는 평가의 50%를 외부 평판도에 할애하고 있다. 이 외부 평판도 조사는 QS 자체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집되는데, QS에서는 외부 평판도 조사에 참여하는 기업체나 학교, 외부 인사들의 자료를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니 중앙대에서 처럼 조작이 발생하기도 한다. QS의 의지에 따라서 특정 대학에 유리한 조사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 의심되는 부분이다.
QS에서는 컨설팅이라는 명목으로 대학에 자문을 해주고 돈을 받는다. 즉 순위를 올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자문을 해주고 자문료를 받는 것이다. 자신이 평가하는 순위에 참여하는 대학들에게 순위를 올릴 수 있는 컨설팅을 해주고 돈을 받는 행위는 그 자체로 신뢰도에 큰 흠결이다. 시험문제 출제위원이 시험을 치르는 학생에게 고액 과외를 해주는 셈이다.
자문료도 내용에 따라 차등해서 책정되어 있는데, 비싼 자문을 받는 대학은 그만큼 더 큰 효과를 기대할 것이다. 평가 기준의 50%를 외부 평판도가 차지하고 있고 이 항목은 QS가 통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별한 변동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갑자기 순위가 올라간 대학이 있다면, QS의 자문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QS는 대학 순위를 무기로 영업을 하는, 수완 좋은 일개 민간 회사일뿐이다. 그런 장삿속을 추적해서 밝혀야 할 언론들이 오히려 여기에 편승하여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니 QS보다 더 나쁜 것은 내용을 뻔히 알면서도 이를 이용하는 언론들이다. 중앙일보가 자체적으로 대학 평가를 실시해서 재미를 보더니, 후발주자 조선일보는 아예 QS와 손잡고 나섰다. 대학 서열화를 부추기는 이런 행태를 비판하고 막아야 할 언론이 오히려 이를 이용하고 있으니, 기레기라 욕을 먹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물론 대학에 대한 객관적 평가는 필요하다. 그러나 언론사가 나서서 그다지 객관적이지도 않은 외국 민간회사와 손잡고 대학 서열화를 부추기는 것은 문제가 많다. 대학의 구조적인 문제점들을 집중적으로 끈질기게 파헤쳤다면 오히려 더 효과가 있을 터인데, 그런 점은 외면하면서 대학 줄 세우기에 앞장서는 언론들이다. 언론개혁이 시급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