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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le Ale May 25. 2017

베르사유의 장미

베르사유 궁전 

베르사유 궁전 하면 연상되는 기억이, "베르사유의 장미"라는 만화이다. 어릴 적 구독하던 잡지의 별책부록으로 딸려온 만화인데, 당시에는 몰랐지만 일본 원작의 유명한 만화이다. 만화 내용은 이제 기억나지 않지만 몇몇 인상 깊었던 장면들은 파편처럼 남아있다.


그런 연유로 베르사유는 순정만화에 등장한 "마리 앙투와넷"과 강렬하게 연관 지어 기억날 수밖에 없는데, 베르사유 궁전을 보면 순정만화 감성을 충분히 자극할 만하다. 호사로움. 흔히 우리가 "왕실" "여왕" "공주" "귀족" 이런 단어와 연관 지어 상상할 수 있는 그런 호사스러운 궁궐의 이미지에 딱 부합하는 궁전, 그것이 베르사유 궁전이다.

워낙 유명한 곳이라 항상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궁전을 향해 걸어가다 보면, 입구에서부터 궁전으로 꾸역꾸역 몰려가는 엄청난 관광객들 무리에 질리게 되는데, 의외로 티켓 구입해서 입장하는 데는 생각보다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

외관부터 화려한 베르사유는 우리가 생각하는 유럽 왕실과 궁전의 이미지에 딱 부합한다.

관광객들은 정말 너무 많다.

마리 앙투와넷이 잠을 청했을 침실이다. 그녀는 온갖 복잡한 정치로 머리가 복잡해서 제대로 잠이나 청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궁전의 호사스러움에 감탄도 하지만,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마리 앙투와넷"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베르사유 궁전이고, 또한 혁명이라는 단어와도 결부된 왕궁이다. 과연 그녀는 백성들이 빵이 없어 굶주린다는 말에 정말로 "그럼 케이크를 먹으라고 해(Let them eat cake)"라고 말했을까?


볼테르가 "나는 당신 생각에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이 그 생각을 피력할 자유를 목숨 걸고 지키겠다"라고 말한 적이 없듯이, 아마 마리 앙투와넷도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확인할 길이 없으니 사람들이 그렇게 믿으면 사실로 굳어지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다.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곧 사실이 되어버리는 것이니까.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한 여인이 살았던 이 화려하기 그지없는 성을 보면서 당시 귀족들이 누렸던 호화로운 삶의 단편을 상상해 볼 수 있다. 끝없이 이어지는 회랑의 섬세한 장식과 조각과 그림들과 가구들은 그 화려함에 저절로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또한 귀족들에게 착취당한 시민들이 결국 역사적인 혁명을 일으킨 사실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녀의 목을 잘랐던 기요틴은, 의사였던 기요틴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사형수가 고통 없이 죽을 수 있도록 고안한 장치였다고 한다. 망나니의 서툰 칼이 한 번에 일을 끝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으므로 사형수가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것을 보고 고통 없는 사형집행을 위해 고안한 장치였다. 그런데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처참한 대량 처형 수단으로 사용되면서 단두대의 이름이 기요틴으로 불리게 되었다. 기요틴 본인은 그 악명에 굉장히 괴로워했다고 한다.


처형하기 전에 걸리적거리지 않게 머리카락을 잘랐다고 하는데, 마리 앙투와넷도 머리카락을 잘리고 단두대에 섰을 것이다. 그녀는 단두대에 선 최후의 순간에도 담담하고 차분했다고 한다. 그녀에게 연민이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만화책 때문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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