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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le Ale Sep 03. 2017

치앙마이에서 루앙남타까지

동남아 부부 배낭여행기 4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로 꼽았던 것이 태국에서 배를 타고 메콩강을 따라 중국 징홍까지 가는 것이었다. 배편을 미리 다 알아봐 놨었는데, 사고로 인해 운항이 중단되었다. 여객선이 해적의 습격을 받아 사상자가 생기는 바람에 운항이 중단된 것이다. 이 지역은 과거 골든 트라이앵글로 불렸던 마약왕 쿤사의 본거지였기에 위험한 지역이기는 했다. 미얀마, 태국, 라오스 세 나라의 국경이 겹치는 곳이고, 마약을 재정 수입의 일부로 여기는 정권도 있었던지라 단속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치안이 썩 좋은 지역은 아니다.


치앙마이에 머물며 배편이 다시 운항되기를 기다려보기로 했으나, 여기저기 알아본 결과 운항이 재개되기가 극히 불투명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언제까지 기다릴 수는 없는 일이기에 어쩔 수 없이 배편을 포기해야 했다. 대안은 육로로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이고, 치앙마이에서 중국 국경으로 가려면 라오스를 거쳐서 가야 한다. 치앙마이-치앙라이-치앙콩-라오스 훼이싸이-루앙남타-보텐으로 이어지는 길을 가면 중국 국경이다.


우리는 치앙마이에서 출발해서 우선 라오스 루앙남타까지 이동하기로 했다. 좀 더 여유가 있는 일정이었다면 루앙남타를 가는 길에 있는 여러 도시에서 머물며 여유롭게 움직일 수도 있었지만, 이미 배편을 이용해서 중국 징홍으로 직접 가려던 계획에 차질을 빚었기에 아침 일찍 치앙마이를 출발해 라오스 루앙남타로 하루 만에 이동하는 길을 택했다.


치앙마이 아케이드 버스터미널에서 오전 일찍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치앙콩으로 출발했다. 버스는 치앙마이를 거쳐 치앙콩까지 대략 6시간이 걸린다. 치앙콩은 라오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메콩강변에 위치한 마을이다. 강 건너가 라오스 훼이싸이이고, 이곳에서 배를 타고 메콩강을 건너 국경을 넘어 라오스 훼이싸이로 가는 것이다. 요즘에는 다리가 놓여서 더 이상 메콩강을 배를 타고 넘어가서 국경을 넘는 재미는 느낄 수 없다.


치앙콩에 도착하면 국경까지 툭툭을 이용해서 이동해야 한다. 먼 거리가 아니기에 걸어가도 되지만, 초행길에 길도 잘 모르면서 배낭을 멘 아내에게 걸어가자고 하기는 미안하다.


작은 국경마을인 치앙콩은 한적한 도시이다. 하지만 태국에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들이 이곳으로 와서 라오스 국경을 넘어갔다 오는 방법으로 비자를 연장하여 계속 태국에 체류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기에 외국인들이 꽤 들락거리는 마을이다. 비자런이라 불리는 이 방법은 치앙마이에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들이 많이 이용한다.



툭툭은 우리를 국경에 내려놓았다. 바로 앞이 국경 사무소이고 메콩강이 보인다. 강을 건너는 트럭들이 앞에 줄지어 있다.


치앙콩의 국경 세관은 소박하다. 창구에 여권을 주고 출국 도장을 받고 나오면 수속 끝이다. 국경이라고 하면 삼엄한 경계와 철조망을 연상하는 우리와 달리 동남아의 국경은 그저 이웃마을을 건너가는 느낌이다. 한적하고 평화롭다.


국경 세관에서 바라보이는 메콩강 건너 마을이 라오스 국경도시 훼이싸이이다.


출국 도장을 받고 나오면 배를 타고 강을 건너게 되어 있다. 지금은 다리가 생겼지만, 그때는 다리가 없어서 배를 타고 건넜고, 컨테이너 트럭도 바지선에 실려 강을 건너 라오스로 갔다.


배를 타고 바라본 치앙콩 세관이다. 국경을 건네주는 배들이 대기하고 있다.



강을 건너는 것은 잠깐이다. 배를 타고 잠깐이면  메콩강을 건너 라오스 국경마을 훼이싸이에 도착한다.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건물이 라오스 국경 세관이다. 이곳에서 입국 도장을 받으면 라오스 입국이다.


라오스 훼이싸이에 도착했다. 국경 치고는 너무 한가하고 정겨운 풍경이다.



라오스 입국 절차를 밟아야 하니, 여권을 이 창구에 건네주면 입국 도장을 찍어주고, 라오스 입국 절차가 끝난다. 동남아 국가 대부분이 한국 여권은 무비자이기에 입국 수속도 정말 간단하다. 한국 여권의 위력을 실감할 때이고 뿌듯한 애국심이 생겨나는 때이기도 하다. 서양 여행자들의 경우에 비자를 받는데 다소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고, 미리 비자를 받아 와야 하는 서양 국가들도 많다.



국경을 넘었으니 환전을 해야 한다. 현지에서 당장 쓸 돈 약간을 환전하는 것이 좋다. 우리는 항상 당장 필요한 돈만 현찰로 바꿔서 다니고, 필요할 때마다 현지 ATM에서 현찰을 뽑아서 쓴다. 큰돈을 몸에 지니고 다니는 것을 위험하고 또한 분실의 위험도 크기에 항상 적당한 현지 화폐와 약간의 달러를 비상금으로 몸에 지니고 다니고, 그때그때 필요한 돈을 ATM에서 인출해 사용한다.



아무리 허름해도 국경은 국경이니, 면세점도 있다. 이제 라오스에 왔다. 아침 일찍 태국 치앙마이를 출발해서 버스를 타고 치앙콩에 왔고, 배를 타고 메콩강을 건너 라오스에 입국했다. 이제 라오스 훼이싸이에서 루앙남타로 이동해야 한다.


훼이싸이는 국경도시이기에 라오스와 태국을 오가는 배낭여행객들이 꽤 있다. 훼이싸이에서는 태국으로 넘어갈 수도 있고, 라오스의 루앙프라방이나 다른 도시로도 이동이 가능하다. 다만 정기 노선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배나 버스를 이용해서 이동하려면 일정 숫자의 인원이 모여야 출발 가능하기에 이점은 유념해야 한다.


우리가 배에서 내리자 서양 배낭여행자들이 다가와서 우리의 다음 행선지를 묻는다. 같이 이동할 여행자를 모집하는 것이다. 인원이 모이지 않으면 모일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이미 오후 시간인지라 까딱하면 하룻밤을 자야 한다. 그러니 경비가 빠듯한 배낭여행객들은 빨리 출발하기 위해 스스로 적극적으로 나서서 동행을 모집하는 것이다. 우리가 루앙남타로 간다고 하자 루앙프라방이 목적지인 이들이 낙담하고 풀이 죽어 발길을 돌린다.


훼이싸이에서는 배를 타고 루앙프라방으로 이동하는 여행자들이 꽤 있다. 메콩강을 끼고 있는 인도차이나반도 국가들은 강을 이용한 교통이 상대적으로 발달했다. 하지만 시간이 상당히 걸리는 고행길이라는 것이 경험자들의 중론이다. 체력이 왕성한 젊은 서양 여행자들은 이런 고행을 즐기는 눈치다. 스피드 보트와 슬로 보트 두 종류의 배편이 있는데, 둘 다 매우 힘든 여정이라고 한다. 루앙프라방까지 스피드 보트는 6시간이 걸린다. 슬로 보트는 14시간인데, 가다가 강가 마을에서 하룻밤을 자면서 가는 긴 여정이다. 큰 여객선도 아닌, 위 사진에 보이는 좁고 긴 보트에서 그렇게 오랜 시간을 버티고 이동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 라오스에서는 육로보다 배편이 더 빠를 수 있다. 훼이싸이에서 루앙프라방까지 버스로 12시간이 걸리는데, 스피드 보트로는 6시간이니 힘들어도 배를 이용해서 빨리 이동하려는 것이다. 역시 젊음은 체력이 뒷받침되니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다. 부럽다.



우리는 루앙남타까지 가는 버스를 섭외했다. 안내문에는 퍼블릭 버스라고 쓰여 있지만, 버스라고 해봐야 스타렉스 사이즈의 미니밴이고, 개인이 운영하는 차량이라 정해진 시간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적당하게 인원이 모집되면 출발하는 것이다. 표를 끊고 나서 한참을 기다려서 오후 매우 늦은 시간에야 가까스로 출발했다. 늦게 출발한 이유는 제대로 승객을 모집하지 못해서였는데,  결국 밴에는 우리 부부와 스위스 아가씨 달랑 3명이 타고 출발했다. 버스 기사는 루앙남타로 가는 길 내내 더 많은 손님을 태우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아무래도 3명으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눈치였다. 도중에 걸어가는 사람을 적극적으로 불러서 태우고 짧은 거리라도 이동해서 내려주고, 자신의 집에 들러서 도시락도 챙겨 가는 등, 원래 운행시간 4시간을 훌쩍 넘겨서 어두운 한밤중에 루앙남타에 도착했다.


고약하게도 버스 기사는 우리를 루앙남타 시내 외곽의 터미널에 떨구어 놓았다. 시내로 가서 내려달라고 아무리 사정하고 협박했지만, 말이 제대로 통하지 않는 기사는 요지부동이었고, 깜깜한 한밤중에 아무도 없는 썰렁한 터미널에 우리 셋을 내려놓고 가버렸다. 아마도 달랑 3명 태우고 손해 봐가며 왔는데 눈치 없는 외국인이 별걸 다 요구한다고 속으로 한참을 타박했을지 모르겠다.


혼자서 여행하는 젊은 여성을 보면 대단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불안해 보이기도 하다. 스위스 처자에게 루앙남타에 숙소를 알아봤냐고 물어보니 전혀 알아보지 않았다고 한다. 어쩌려고 그렇게 다니냐 했더니, 가이드북에 의지해서 다니고 있고, 시내에 게스트하우스가 몇 개 있으니 그냥 찾아가면 된다는 매우 태평스러운 대답이다. 밤늦은 시간이라 가까스로 툭툭을 잡아탈 수 있었고, 우리가 미리 알아봤던 숙소로 갈 수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르고 있는 스위스 아가씨는, 우리가 예약한 숙소가 있으니 같이 가겠냐고 하자 군말 없이 따라와서 같은 숙소에 묵었다. 하기는 이 아가씨처럼 다니는 것이 어떤 의미에서 진정한 자유 여행이기는 하다. 그저 발길 닿는 대로 가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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