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부부 배낭여행 7
루앙남타에서 조금 더 머물렀으면 라오스의 진면목을 더 잘 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중국 징홍으로 이동하였다. 루앙남타에서는 중국 징홍까지 가는 국제버스표를 살 수 있고, 이 버스를 타면 국경을 넘어 중국 징홍으로 연결된다.
숙소가 있는 시내에서 버스터미널까지는 거리가 꽤 있기에 썽태우를 타고 가야 한다. 태국에서 건너와 훼이싸이에서 버스를 타고 한밤중에 도착했을 때 버스 기사가 캄캄한 버스터미널에 떨궈놓았던 바로 그 터미널이다. 버스표는 터미널에서 직접 구입해도 되지만, 시내에서도 숙소나 여행사를 통해 미리 살 수도 있다. 수수료가 있긴 하지만, 미리 표를 확보하기 위해 직접 터미널에 다녀온다면 왕복 썽태우 비용이 있으니 그 값이 그 값이다.
루앙남타에서 중국 징홍까지는 대략 7~8시간이 걸린다. 오전에 출발하면 저녁에 징홍에 도착하게 된다. 루앙남타에서는 라오스 각 지역으로 연결되는 버스 편이 있고, 중국 국경으로 연결되는 버스편도 있다. 라오스 쪽 중국과의 국경 도시 보텐을 지나, 국경 넘어 중국 도시 멍라를 거쳐 징홍으로 간다. 시간 여유가 많다면 이런 작은 도시들에 들러서 하루 이틀씩 묵어가며 소도시의 정취를 흠뻑 느끼며 가는 것도 의미 있는 여행이 될 것이나, 그렇게 여유롭게 다니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가 타고 간 국제버스이다. 국제버스라고 하기엔 너무 낡은 허름한 작은 버스이다. 중국과 가깝고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커지고 있기에 루앙남타에는 중국어가 병행 표기되어 있다. 어쨌거나 한국 사람 입장에서는 저렇게 한자가 쓰여있으면 버스를 잘못 탈 일은 없다. 한자를 알고 있는 것이 이럴 때는 무시 못할 어드밴티지가 된다.
한가로운 루앙남타 버스 터미널의 풍광이다.
이곳의 버스는 지붕에도 짐을 바리바리 싣는다. 오토바이를 싣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버스에 오토바이를 싣고 갈 수 있다니! 오토바이뿐만 아니라 다른 짐들도 계속 쌓인다.
버스 지붕에 한 가득 화물이 실린다.
한가로운 시골길을 달려서 버스는 라오스 국경 마을 보텐에 도착한다. 루앙남타에서 보텐까지는 1시간 반에서 2시간가량 걸린다. 거리로는 60km 정도라 먼 거리는 아니다.
라오스 쪽 세관 체크 포인트이다.
국경 마을의 풍경이다. 라오스어와 한자가 병행되어 표기된 간판이 있는 상점들이다.
중국과 접한 동남아 국가의 국경은 어느 곳을 가도 화물차와 상인들로 붐비는 것 같다. 화물차가 줄지어 국경을 통과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력을 체감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라오스에서 출국 도장을 받고 이제 중국 국경으로 넘어가야 한다. 라오스 쪽 출국 심사대는 소박하다. 라오스의 상징인 불탑 형상의 건물이 국경에 자리 잡고 이곳까지는 라오스 영토임을 확인시켜 준다.
라오스 국경을 지나 중국 출입국 사무소에 접어들면 풍경이 확 바뀐다. 경제력을 과시라도 하듯이 깨끗하고 세련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마치 중국의 국력을 보라는 듯하다.
중국 쪽 국경에는 자동 출입국 심사대가 설치되어 있다. 시도를 해 봤으나 제대로 작동되지는 않아서 수동으로 입국 도장을 받았다. 마치 발전하는 중국의 기술을 과시라도 하는 것 같다. 건물뿐 아니라 주변도 잘 정리가 되어 있어서, 방금 지나온 라오스 쪽과 극명하게 대비가 된다.
매우 공들여서 관리를 하고 있음이 느껴지는데, 중국 당국이 국경 사무소를 관리하는데 매우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마도 국경이 중국에 들어오는 외국인들이 중국에 대한 첫인상을 받는 곳이기에 특별하게 관리를 하고 있는 듯하다.
출입국 사무소를 빠져나오면 우리를 태우고 온 국제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출입국 절차를 밟는데 대략 30분가량 걸린다. 중국에서 수속을 마치고 나오면, 어느 국경이건 예외 없지만, 환전상들이 다가와서 환전을 하라고 열심히 요구한다. 이런 환전상들의 환율이 오히려 은행보다 더 좋은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은행보다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어차피 현지 화폐가 필요하고 쓰고 남은 라오스 돈은 딱히 필요 없으니 약간의 돈을 환전을 한다.
국경을 빠져나와 처음 접하게 되는 중국 쪽 국경도시는 마치 모델 하우스를 보는 듯하다. 깔끔하게 지어진 건물들은 의도적으로 단장하고 계획적으로 지어진 것임을 느낄 수 있다. 역시 국경에서의 첫인상에 신경을 쓰고 조성된 시가지임이 틀림없다. 너무 깨끗하고 정리가 잘 되어 있어서 라오스에서 넘어온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비현실적인 느낌이다.
라오스 쪽의 도로와 비교하면 중국 쪽의 도로는 잘 정비되어 있다. 고속도로는 우리의 고속도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고, 오히려 도로포장 상태는 훨씬 더 좋다. 버스는 흡연이 금지되어 있는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버스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이 저렇게 엄격하게 금지된 것은 아니다. 우리가 탄 국제버스는 승객이 많지 않아 담배 연기에 시달리지는 않았지만, 중국은 정말 관대한 흡연 문화를 갖고 있기에 담배 연기에 민감한 사람들에게는 고역일 수 있다.
중국인들의 접대 문화에 담배를 권하는 풍습이 있어서, 거의 강권하다시피 권하는 담배를 거절하기 곤란한 경우가 종종 있다. 어쩔 수 없이 담배를 받아 불을 붙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곤 하는데, 권하는 마음은 잘 알겠고 고마운 일이지만 당황스러운 경우가 많다.
국경과 접한 중국 도시는 모한이다. 모한을 지난 버스는 중국 멍라의 터미널에 정차하고 잠시 쉬어간다. 윈난성의 중국 도시들은, 특히 인도차이나 반도 접경지대의 도시들은 중국이라기보다는 동남아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멍라에서 잠시 숨을 고른 버스는 다시 출발하여 징홍으로 향한다. 멍라에서 징홍까지는 대략 4시간가량 걸린다. 오전 일찍 라오스 루앙남타를 출발한 버스는 국경을 넘어 멍라에 점심때쯤 도착하고, 멍라에서 잠시 쉬고 징홍에는 저녁 무렵에 도착한다. 루앙남타에서 징홍까지 6시간 정도 걸린다.
징홍에 도착했다. 징홍 시내로 진입하는 초입에 다리를 건너간다. 중국 쪽의 메콩강 줄기를 건너가는 것이다. 원래 계획대로였다면 태국에서 배를 타고 메콩강을 따라 올라와서 이곳 징홍으로 왔었어야 했는데, 배편이 끊어지는 바람에 육로로 라오스를 거쳐 징홍까지 왔다.
원래 징홍과 태국을 잇는 정기 여객선이 있는 것은 아니었고, 과거 징홍에서 메콩강을 따라 태국으로 갔던 여행자들은 징홍에서 화물선을 섭외해서 태국 치앙센으로 갔었다. 그렇게 배편으로 태국과 중국을 오가는 여행자들이 늘어나자 이들을 위한 페리가 생겼던 것인데, 사고로 인해 운항이 중단되었고, 아직도 운항이 재개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화물선을 이용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하니, 색다른 경험을 원한다면 한번 시도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 하지만 명심할 것은, 어디까지나 부정기적인 화물선을 얻어 타는 것이고, 그나마 화물선 선장 마음이기에 항상 배를 탈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그리고 시간도 24시간 이상이 걸린다. 하지만 화물선을 타고 메콩강을 따라 천천히 내려가며 주변 풍광을 음미해 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색다르고 낭만적인 경험이 아닐까 싶다.
징홍이 속한 지역은 시솽반나라고 불리는데, 남방계 소수민족들, 특히 태국계 민족인 다이족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자치구역이다. 중국이지만 태국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도시이다. 유명한 보이차의 산지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생산된 차는 옛날 차마고도를 통해 티베트로 넘어갔고, 이곳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자원이었다. 중국식 발음으로는 푸얼차의 고향에 왔다.
라오스에서 버스를 타고 징홍까지 오며 변하는 주변 풍경을 지켜보고, 언어와 문화가 틀려지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는 것, 굳이 비용과 시간을 들여가며 육로 이동을 하는 이유이고 매력이다. 항공편을 이용하면 확실히 편하고 시간도 절약된다. 비행기에 비하면 고행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그러나 육로 여행의 매력을 알게 되면, 비행기의 편리함을 기꺼이 포기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