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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le Ale Oct 22. 2017

섬뜩한 제목, 달콤한 내용

너의 췌장 맛은 어떨까?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시사회에 다녀왔다. 이 영화는 타겟 마켓이 분명하다. 섬뜩한 제목과 달리 한폭의 수채화 같은 느낌의 멜로드라마이다. 또한 전형적인 일본 스타일의 러브스토리이다.


일본 영화가 모두 천편일률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영화라고 하면 어느 정도 가지게 되는 선입견이 있다. 그리고 너의 췌장을 먹고싶어는 그런 선입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전형적인 일본 하이틴 로맨스물이다. 이 영화에 감동하고 공감할 관객들이 꽤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 하지만 한국 관객들 중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영화의 줄거리는 매우 간단하다. 췌장이 문제가 있어 고작 1년의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은 사토리는 반에서 인기 학생이다. 아무에게도 자신의 병을 알리지 않았는데, 같은 반의 외톨이 하루키에게 자신의 병을 들키게 되고, 둘은 묘한 우정을 쌓아가게 된다. 사실 이것은 우정이라기보다는 사춘기 소년 소녀의 아슬아슬한 사랑이야기이다.


어설프고 서투른 두 사람은 시한부 인생을 살지만 밝은 태도를 잃지 않는 소녀와, 외톨이지만 소녀로 인해 관계를 알아가게 되는 소년의 안타까운 로맨스를 따라간다. 일본 영화 특유의 잔잔하게 진행되는 스토리는 시종일관 차분함을 잃지 않는다


이것은 한국 관객들에게는 상당히 치명적일텐데, 격렬한 감정의 표현에 익숙한 한국 관객들은 이렇게 절제된 로맨스에 매우 짜중낼 수도 있다. 지극히 일본적인 표현방식에 화를 낼 한국 관객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떠오른다. 그리고 일본 문화 특유의 약간 과장된 표현들에 거부감 느낄 사람들이 꽤 많을 것이다.


일본과 한국의 문화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영화라고 하면 과장일까? 동화같은 스토리에 공감할 한국 관객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눈물을 흘려햐 할 의도가 명백한 장면에서도 제대로 눈물이 흐르지 않는 것은 내가 한국인이어서가 아니라 영화의 진행이 너무 잔잔했기 때문일 것이다. 격정적 감정을 허용하지 않는 전개는, 지극히 일본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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