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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le Ale Dec 30. 2017

포근한 영화, 원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영화

감동을 자아내려는 것이 목적인 듯한 영화들이 있다. 마치 이래도 감동 안 할래?라고 강요하듯 감정을 쥐어 짜내는 영화들. "원더"는 그런 틀에 딱 들어맞을 법한 주제를 정확하게 갖췄다. 흉측한 외모를 가진 소년이 험난한 학교에서 꿋꿋하게 자립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라면, 벌써 뻔한 전개가 예상된다. 이 영화의 전개가 그런 예상에서 벗어났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또한 그 지점에서 보기 좋게 예상을 벗어났다. 이 영화, 마치 관객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무덤덤하게 소년의 얘기를 풀어간다. 그런데 그 무덤덤하고 묘하게 자연스러운 흐름에서 잔잔한 감동이 끝없이 밀려온다. 굳이 감정선을 건드리려고 하지 않고 담담하고 현실적인 이야기 전개를 통해 커다란 감동을 선사한다.



어기는 태어날 때부터 유전적 결함을 가지고 있었고, 27번의 성형수술을 했지만 여전히 외모가 흉하다. 그래서 집에서 홈스쿨링을 시켰지만, 5학년이 되자 어기를 학교에 보내기로 결정한다. 처음으로 학교에 등교한 어기는 예상했던 대로 놀림도 당하지만 친구도 사귄다. 어기가 겪는 시련과 좌절,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친구를 만들고 주위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는 인물로 성장하는 과정이 영화의 줄거리이다. 사실 줄거리만 보면 흔한 인간승리 드라마의 전형이다. 하지만 영화는 뻔한 스토리를 매우 영리하게 풀어나간다.


영리하다는 것은, 관객의 감정선을 건드리는 시도를 드러내지 않고 매우 현실적으로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면서도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몰입해서 감정이입을 자신도 모르게 하게끔 만든다는 의미이다. 영화나 드라마의 스토리라인은 줄기만을 보면 대부분 정형화되어 있다. 다만 뻔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차이가 발생한다. "원더"는 진부한 스토리를 매우 세련되게 풀어내어서 마음이 푸근해지는 따뜻한 감정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어기의 스토리에 집중할 듯 보이다가도 어기의 누나 비아의 관점으로 바뀌어서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어기의 친구 잭윌의 관점, 심지어 비아의 친구 미란다의 관점으로 옮겨가는 등, 다른 여러 캐릭터의 관점으로 옮겨가며 이야기가 전개되기에 감정 과잉을 배제하면서도 묘하게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 영화를 즐겁게 만든 것은 영리한 편집의 공이 컸지만,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요인은 배우들이다. 어기 부모 역의 줄리아 로버츠와 오엔 윌슨은 물 흐르듯 역할에 녹아들어 가 있다. 어기 역의 제이콥 트렘블레이 Jacob Tremblay와 그의 친구들은 어린아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탁월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영화의 무대는 뉴욕 맨해튼인데, 진부하고 뻔한 공식을 따르고 있어서 사실 대부분의 경우 예상 가능한 전개이다. 예를 들어 어기가 다니는 학교는 프렙스쿨인데, 값비싼 사립학교이다. 잭윌은 장학금을 받아야 학교를 다닐 수 있는, 즉 이들 중에서는 가난한 학생이다. 그리고 잭윌은 부잣집 아들인 줄리안이 어기를 괴롭힐 때 어기를 위해 주먹을 휘두른다. 이런 클리셰는 너무 많은 영화에서 변주되었기에 식상할 법하다. 이런 뻔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거슬리지 않게 모양새를 다듬은 것은 영화를 만든 사람들의 재능이다.


진부한 이야기를 진부하게 전개하고 한치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지만, 그런 사실을 잊고 영화에 몰입하게 되고 마음 한가득 따뜻함을 안고 영화관을 나오게 되는, 가슴 푸근한 감동적인 영화, 제목처럼 "원더," 놀랍게 매력적인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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