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부부 배낭여행기 10
쿤밍에 며칠 머물며 리장과 호도협 쪽 사정을 체크하며 상황을 지켜봤으나, 상황이 금방 나아질 것 같지가 않았다. 결국 쿤밍에서 머물며 시내 구경을 하다가 눈물을 머금고 리장과 호도협 트레킹을 포기하고 베트남으로 넘어가야만 했다.
쿤밍은 온화한 기후로 사시사철 꽃이 피는 아름다운 도시라고 들었는데, 막상 와보니 중국의 여느 도시와 크게 다른 점은 그다지 느끼지 못했고, 머무는 동안 비가 자주 내려서 기후에 대해서도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렵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호도협 트레킹도 포기하게 되고, 그 좋다는 쿤밍의 날씨도 칙칙하여 이래저래 중국 여정은 아쉬운 여정이 되었다.
쿤밍에서 머무는 동안 시내 구경을 했다. 쿤밍에서 제일 큰 사찰은 원통사이다. 윈난성의 주도인 쿤밍에서 가장 규모가 있는 사찰답게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절이다. 경내에는 아름다운 호수가 있어서 일반적인 사찰에서 볼 수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찰의 건물들이 물 위에 떠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중국의 절이지만 경내에는 태국풍의 건물도 있어서 다이족 등 다양한 소수민족이 살고 있는 윈난성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쿤밍에는 민속촌이 있다. 특히 소수민족이 많이 거주하는 윈난성의 특징을 살려서 다양한 소수민족들의 생활상을 재현해 놓았고, 여러 양식의 건축물이 있는 민속촌이다. 중국답게 규모가 방대하다. 볼거리가 꽤 많으니 쿤밍에 왔으면 한번 방문해보는 것이 좋다.
쿤밍에서 시내 구경을 하고 주변 관광지를 둘러보는 동안 시간은 흐르고, 결국 리장과 호도협 트레킹을 하려던 계획은 포기하고, 다음 목적지인 베트남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시점이 시점인지라 베트남으로 가는 항공편의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리장과 호도협을 꼭 가보고 싶었던 이유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걸작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배경이 된 마을 풍경이 리장을 본떠서 만들었다고 하고, 여러 여행기에서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추천을 하고, 히말라야 트레킹은 너무 거창하니 차선으로 호도협 트레킹이 중년 부부에게 적당하지 않을까 하는 이유에서였다. 리장은 다음 기회에 좀 더 계획적으로 여행하기로 하고, 이번 여행은 다시 인도차이나 반도, 베트남으로 발길을 향했다.
예상하지 못한 일에 엉뚱한 곳도 가보고, 뜻하지 않은 일도 겪고, 새로운 경험을 하고, 그런 것들이 자유 여행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