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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le Ale Nov 04. 2017

징홍에서 쿤밍으로 이동

동남아 부부 배낭여행기 9

징홍에서 원래 다리, 리장을 거쳐 호도협 트레킹을 하고, 샹그릴라까지 가보려던 계획이었으나, 중국 최대 명절이 겹쳐 교통편과 숙소를 구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우선 쿤밍으로 가서 형편을 지켜보기로 했다. 배낭여행의 묘미라고 스스로를 위안하지만 원래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목적지를 지척에 두고 엉뚱한 곳으로 향하는 발길이 가벼울 리 없다.


중국은 도로망이 잘 정비되어 있다. 징홍에서 쿤밍까지 가는 고속도로는 쾌적하고 편안했다. 징홍 남부 버스터미널에서 쿤밍까지는 대략 8시간 정도 걸린다. 땅이 넓은 중국은 이동거리가 멀고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다양한 교통수단이 있다. 버스도 일반 버스에서 야간 침대 버스까지 종류가 많다. 이동 시간과 숙박비를 아끼려는 여행자들은 야간 버스를 많이 이용하는데, 사실 야간 버스는 체력을 요구하는 교통수단이라 젊은 나이에 경험해보는 것은 몰라도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중년이라면 이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우리는 아침에 출발해서 오후에 쿤밍에 도착하는 버스 편을 이용했다. 버스를 타고 가며 윈난성의 주변 풍광을 감상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특히 곳곳에 펼쳐진 차밭과 남국 특유의 풍경이 즐겁다.


중국에서 가장 힘든 것은 화장실이 아닐까 싶다. 동남아 국가들은 어디를 가도 화장실이 비교적 깨끗하다. 비록 허름한 화장실이라도 냄새가 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고, 비데용 호스가 갖추어져 있어서 화장실 이용에 불편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중국의 화장실은 경우가 틀리다. 사람을 매우 당황하게 만든다. 인도차이나 반도 국가들과 국경을 맞댄 중국의 윈난성이라 동남아 분위기가 물씬 풍기지만, 화장실은 동남아 국가들과 매우 틀리게 중국식이다.


버스가 휴게소에서 쉬면 공중 화장실을 가게 되는데, 화장실에 칸막이가 없다. 용번을 보는 사람들은 줄줄이 쪼그리고 앉아서 서로 마주 보거나 혹은 뒷모습을 보면서 용변을 본다. 이것은 도저히 적응이 되지 않는다. 수세식 시설이 갖춰지고 칸막이가 있는 비교적 최신의 공중 화장실도, 지저분하고 용변이 넘쳐흐르는 경우가 많아서 화장실 이용에 매우 애를 먹었다. 남자들은 그럭저럭 불편은 감수하고 볼일을 볼 수 있겠지만, 여자들의 경우에는 화장실 이용이 매우 힘든 일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중국 여행 중에는 가급적 화장실 이용을 자제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장거리 이동을 해야 할 경우에는 일부러 식사를 거르고 물도 최소한으로 마시며 화장실을 가급적 피하는 방법을 모색하게 된다.


칸막이 없는 화장실. 이 정도면 양호한 편이다


조금 극단적인 공중 화장실의 모습


중국의 화장실 문화는 계속 개선 중이라고 하니, 세월이 조금 더 흐르면 나아지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어쨌거나 공중 화장실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화장실 문제를 제외하면 징홍에서 쿤밍까지 이동하는 고속버스는 잘 닦여진 고속도로를 이용하고 도로 상태도 매우 좋아서 도로망에 관한 한 중국의 발전상을 실감하게 된다. 넓은 국토에 고속도로를 이 정도로 촘촘하게 연결하고 관리 상태도 매우 좋다는 것은 중국의 국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쿤밍은 중국에서도 기후가 좋기로 유명한 도시이다. 일 년 내내 쾌적한 날씨이고, 초여름 같은 기온으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힌다. 징홍에서 출발하여 8시간을 달려 쿤밍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는데, 항상 좋은 날씨라는 쿤밍에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버스 터미널은 시내 외곽에 자리 잡고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도심으로 이동하려 했는데 만만치가 않다. 


버스에서 내려서 배낭을 메고 부부가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중국 사람들이 몰려들어서 제각각 뭐라고 열심히 말을 하는데, 중국어를 모르니 알아들을 수가 없다. 필사를 시도해 보는데, 중국인들이 쓰는 한자를 그것도 필사를 하니 알아보기가 난망하다.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도 전혀 없어서 결국 대중교통을 포기하고 택시를 탔다. 그리고 미리 예약한 한인 숙소에 가까스로 도착했다. 하지만 외지 여행객을 어떻게든 도와주려는 중국인들의 호의가 느껴져서 기분이 좋았다. 우리네 시골 인심 같은 푸근함이 느껴졌다.


우리는 여행할 때 굳이 한인 숙소를 찾지는 않고, 현지의 게스트하우스를 주로 이용한다. 여행의 묘미 중 하나가 여러 문화에서 온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한인 숙소에 묵게 되면 한국인들만 만나게 되니 아무래도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데 제약이 있다. 물론 편하고 익숙한 한국 사람들과의 만남도 즐거운 일이지만, 굳이 한인 숙소를 찾지 않는다면 숙소 선택의 폭이 훨씬 넓어지기에 한인 숙소를 고집하지 않는다. 그러나 하필 중국 최대 명절 기간이라 안전하게 한인 숙소를 미리 예약을 했다. 특히 중국에서는 영어가 잘 통하지 않아서 한인 숙소에서 얻는 정보가 유용하기도 했다.


원래 계획에서 벗어나서, 예정에 없던 쿤밍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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